![1월 취임 이후 관세 부과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b7/dd/ed/67b7dded0351d2738276.jpg)
1월 취임 이후 관세 부과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최근 미국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경기 낙관론은 유지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1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0%를 기록하며 지난해 6월 이후 다시 3%대로 올라섰고(그래프 참조), 2월 미시건 소비자심리지수 내 1년 기대인플레이션도 4.3%로 전월 대비 1%p 급등했다. 1년 기대인플레이션이 1개월 만에 1%p 이상 급등한 사례가 지난 14년간 5번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계획으로 가계 인플레이션 우려가 매우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美 경제지표, 경기 낙관론과 인플레 우려 공존
현재 미국 성장지표들은 혼재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 1월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서비스업지수는 52.8로 전월 54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ISM 제조업지수는 202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 50을 상회하며 제조업 체감경기 개선을 반영하고 있다. 1월 고용보고서도 비농가 신규 고용은 14만3000명으로 전월 30만7000명보다 둔화됐지만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다. 1월 소매판매 역시 전월 대비 -0.9%를 기록해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했지만 이는 한파와 로스앤젤리스(LA) 재해 등 일시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에 금융시장에서는 성장보다 인플레이션을 좀 더 주시하고 있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역시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계획이 더 구체화돼 시행 여부 및 시기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당분간 관련 뉴스 흐름과 각종 경제지표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지고 있다. 협상 여지를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2월 1일(이하 현지 시간)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한 25% 관세의 경우 시행을 한 달간 유예했다. 또 13일 발표한 상호 관세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부과하지 않고 4월 1일까지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를 중심으로 검토를 마무리한 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 부과는 4일 단행됐지만 시장이 우려했던 수준보다는 강도가 약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급진적 혹은 막무가내식 관세 부과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보편 관세 부과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글로벌 경제 위축 등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조치에 계속해서 타협 여지를 열어둔다면 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관세를 부과했지만 미국 물가는 안정적으로 유지된 바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가해도 환율 효과를 감안하면 가격 전가가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 미국달러 강세에 따른 수입물가 안정으로 관세 부담이 전부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국 역시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통해 관세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중국은 2017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11% 절하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관세 충격을 70%가량 완화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소매업체들은 마진 축소를 통해 가격 상승을 흡수할 수 있고, 기업들은 관세 부과 전 재고를 대규모로 확보해 초기 가격 상승 충격을 완화하며 공급망 다변화 등을 꾀할 수 있다.
2분기 연준 금리인하 전망 높아질 것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협상 수단으로 사용되는 동안 금융시장의 초점은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경제지표 둔화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미국의 성장이 중장기적으로 양호할 것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소매업체의 재고 축적, 인력 충원 등 선제적으로 일어난 수요가 역으로 단기적인 지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말 큰 폭으로 늘어난 미국의 수입량과 소매 부문 재고 증가 흐름이 이를 잘 보여준다.관세와 관련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하지 않더라도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기업은 고용이나 투자 계획에서 이전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 관세 부과로 공급망 조정과 비용 절감이 요구된다면 일부 기업은 고용 계획을 축소하거나 신규 고용을 중단하기도 할 것이다. 이 경우 1분기 동안 성장 둔화 우려가 제기될 수 있으며, 2분기에는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