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이 제시한 ‘광물 양해각서’ 초안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b7/d3/63/67b7d363231bd2738276.jpg)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이 제시한 ‘광물 양해각서’ 초안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
우크라이나 지질학연구소에 따르면 희토류 중 란타넘, 세륨, 네오디뮴, 어븀, 이트륨, 스칸듐 등이 우크라이나에 대량 매장돼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티타늄 광산을 보유 중이다. 리튬과 우라늄 매장량도 각각 50만t, 18만6900만t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6조 달러어치 천연자원 매장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와 핵심 광물 분포도.
美 재무장관 ‘광물 양해각서’ 초안 전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를 비롯해 핵심 광물들을 독차지하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미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지인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매입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0일(이하 현지 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우크라이나에 5000억 달러(약 720조5500억 원) 가치의 희토류를 원한다고 얘기했고, 그들은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투입한 돈은 대략 3500억 달러(약 504조3850억 원)로, 유럽이 지출한 1000억 달러의 2배가 넘는다”면서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뭔가 얻어내지 않고 이 돈을 계속 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병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자원 개발 등에서 미국에 이득을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지원금 규모는 ‘뻥튀기’에 가깝다. 미국은 2022년 2월 개전 이래 우크라이나에 총 1750억 달러(약 252조2000억 원)를 지원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지원금은 지난해 12월 기준 1900억 달러로 미국보다 많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2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보내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의 50% 지분을 요구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해당 내용이 담긴 양국 간 ‘광물 양해각서’ 초안을 제시했다. 여기엔 과거 군사 지원에 대한 대가로 우크라이나 자원을 확보하는 것만 언급돼 있고 향후 지원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월 14~16일 열린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에게 이런 제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양해각서에 우크라이나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거부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미국은 “희토류를 지키려는 미국인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러시아의 공격을 억지하는 데 충분하다”면서 미군 주둔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희토류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 뉴욕주가 재판 관할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미국 측 주장에도 반대했다. 우크라이나는 희토류 개발에 유럽 국가들도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해왔다.
젤렌스키 “안전 보장 없으면 거절”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월 1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희토류 등 천연자원과 관련해 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b7/d3/f3/67b7d3f3018ad2738276.jpg)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월 1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희토류 등 천연자원과 관련해 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종전 후 미군의 우크라이나 주둔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를 지목하면서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서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푸틴 대통령 입장에 적극 동조하는 것이다.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아예 배제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국경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마련한 종전 중재안에는 1300㎞에 달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에 완충지대를 설치하고 미군을 제외한 영국·프랑스·독일 등 나토 유럽 회원국의 군대를 배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해외 파병을 하지 않는다는 ‘고립주의’ 외교·안보 노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재침략을 막고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위해선 나토 가입 또는 이와 동등한 형식의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없이는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6·25전쟁 종전 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해 북한의 재남침 도발을 막았듯이 미국이 종전 이후 완충지대에 병력을 파견해 우크라이나 안보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우크라이나의 희토류와 핵심 광물이 미국에 경제적·전략적 이득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거래’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절한 카드를 제시한 셈이다. ‘손 안 대고 코 풀려던’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절박한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