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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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돌출 행동에 테슬라 급락하자 서학개미 ‘풀매수’

두 달 만에 30% 급락… 휴머노이드 호재 등으로 800달러까지 상승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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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5-02-24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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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테슬라의 가장 큰 도전은 기술이 아니라 인식이다.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부담이 판매량, 브랜드 충성도, 투자자 신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가 2월 11일(이하 현지 시간) 테슬라에 대해 내놓은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돌출 행동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지난해 12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테슬라 주가는 2달 만에 30% 넘게 떨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가 2월 11일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가 2월 11일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성장세 멈춘 전기차 판매량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17일 479.86달러로 마감하며 최고치를 찍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머스크가 대통령의 최측근 이미지를 공고히 해 수혜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월 11일 주가가 328.50달러까지 급락하며 고점 대비 31.8% 하락했다.

    우선 세계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 부진이 영향을 끼쳤다. 특히 유럽 내 판매량이 급감했다. 1월 프랑스와 독일에서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59.5%, 63.4% 줄어들었다. 여기엔 머스크의 정치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나치식 경례’를 떠올리게 하는 동작을 해 빈축을 샀다. 이어 인종주의를 지향하는 독일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총선 유세에 화상으로 참여하는 등 극우 지원 사격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 BYD(비야디)의 성장세도 테슬라에 위협 요소다. 지난해 BYD 전기차 판매량은 176만4992대로 테슬라(178만9226대)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BYD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증가했지만 테슬라는 2만 대가량 줄었다. 전년 대비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테슬라가 판매 실적을 공개한 2011년 이래 처음이다. BYD는 테슬라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딥시크와 협력을 발표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머스크 곁에 서 있는 트럼프가 항상 테슬라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을 담은 행정명령을 내렸고,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정책 역시 테슬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반대 시위가 테슬라 매장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머스크가 이끄는 투자자 컨소시엄이 오픈AI에 약 974억 달러(약 140조 원)에 인수 제안을 한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급감했다. 머스크가 오픈AI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테슬라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우려한 것이다. 머스크는 2022년 트위터(현 X) 인수를 시도하면서 테슬라 주식을 390억 달러(약 56조 원)어치 매도했고 그해 테슬라 주가는 연중 65% 폭락한 바 있다.

    이 같은 악재로 주가는 빠졌지만 테슬라 주가수익비율(PER)은 2월 19일 기준 164.47로 ‘매그니피센트7(M7)’ 중 가장 높다. 2위 엔비디아(54.43)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 워싱턴DC 재무부 앞에서 열린 일론 머스크 반대 집회에 등장한 팻말에 ‘선출되지 않은 독재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뉴시스]

    미국 워싱턴DC 재무부 앞에서 열린 일론 머스크 반대 집회에 등장한 팻말에 ‘선출되지 않은 독재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뉴시스]

    여전한 서학개미 선호주

    서학개미는 테슬라 주가 급락을 매수 신호로 봤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2월 3일부터 18일까지 테슬라 주식을 5억3634만 달러(약 7710억9600만 원)어치 순매수해 해외주식 중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순매수 종목 2위 역시 테슬라의 하루 주가 변동률 2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 ETF’(4억9726만 달러·약 7150억 원))였다.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모멘텀이 하반기에 올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머스크는 “6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상용화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는 올해 테슬라 공장에서 사용을 시작해 내년 하반기 다른 회사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테슬라 주가는 실적보다 머스크의 언변에 기대는 측면이 있다”며 “트럼프 호재는 지난해 말 반영됐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검증의 시간이 펼쳐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염 이사는 “하지만 머스크는 그간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적이 많아서 테슬라 주가가 300달러 이하로 떨어질 때 매수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영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1분기 판매량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돼 테슬라 주가가 하락하는 측면이 크다”며 “로보택시 도입 등 정부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에서 트럼프와 친분이 장기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2월 13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테슬라를 휴머노이드 로봇 최선호 기업으로 선정하며 “주가가 장기적으로 8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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