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기존 AI 챗봇을 뛰어넘는 추론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하는 ‘그록(Grok)3’를 공개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주로 정치 행보를 이어왔으나 이번엔 오픈AI와의 정면 승부를 예고해 또 한 번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AI 기업 xAI는 2월 17일(현지 시간) 최신 AI 챗봇 모델 그록3를 선보였다. 그록3는 이전 버전보다 더욱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을 갖췄다. 기존 AI 챗봇이 회피하던 민감하거나 논쟁적인 주제에도 응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오른쪽)가 이끄는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2월 17일(현지 시간) 새 AI 챗봇 모델 ‘그록(Grok)3’ 공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xAI X(옛 트위터) 계정 캡처]](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b7/db/33/67b7db33233ed2738250.jpg)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오른쪽)가 이끄는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2월 17일(현지 시간) 새 AI 챗봇 모델 ‘그록(Grok)3’ 공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xAI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GPU 10만 개 슈퍼컴퓨터로 성능 향상
머스크의 AI 도전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오픈AI 설립에 투자자로 참여했지만 2018년 이사직에서 물러나며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이후 오픈AI 챗GPT가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자, 머스크는 “오픈AI가 공익을 표방하면서도 사실상 영리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고, 2023년 독자적인 AI 기업 xAI를 설립했다. 이후 xAI는 실험적인 첫 버전인 그록1과 그록2를 차례로 출시했지만, 경쟁 제품인 챗GPT에 비해 응답 일관성이 부족하고 복잡한 질문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록3는 엔비디아 H100 그래픽처리장치(GPU) 10만 개로 구동되는 콜로서스(Colossus)의 지원을 받아 더욱 정교해졌다. 머스크는 AI 주도권 강화를 위해 대규모 AI 슈퍼컴퓨터인 콜로서스를 만들었으며, AI 및 데이터센터 산업에서 독립적인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머스크는 X(옛 트위터), 테슬라, 스페이스X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미래 AI 기술 발전을 주도하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다.
그록3 훈련 시간은 2억 시간으로 이전 모델보다 10배 많다. 대용량 데이터 세트를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해 응답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컴퓨팅 파워가 향상된 것 외에도 xAI는 그록3의 훈련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선했다. 합성 데이터 세트를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자체 수정 메커니즘을 활용해 스스로 오류를 분석·개선한다.
그록3는 AI의 핵심 역량인 추론, 연산 능력, 적응력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 공개된 그록3의 응답 사례를 살펴보면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서 더욱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인간과 철학적 대화를 나누고, 미디어를 분석하며,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성하는 등 한층 고도화된 모습을 보인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 기능을 강화해 최신 뉴스나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그록3는 X의 ‘프리미엄 플러스’ 구독자에게 제공되며 일반 사용자는 사용할 수 없다. AI 기술을 X 생태계에서 우선적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향후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형태로 개발자에게 공개되거나 기업용 AI 솔루션을 통해 고객을 확대할 수도 있다. 머스크의 다른 사업과 연계될 가능성도 주목받는다.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시스템과 네트워크 운영,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과 접목, 스타링크의 네트워크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머스크는 향후 2년 내 그록3를 스페이스X 시스템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이를 통해 우주 탐사와 위성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의사결정 과정도 개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챗봇 성능 비교 그래프. [xAI X(옛 트위터) 계정 캡처]](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b7/db/b3/67b7dbb30b64d2738250.jpg)
인공지능(AI) 챗봇 성능 비교 그래프. [xAI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선 넘는 모드, 혁신인가 위험인가
그록3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존 AI 챗봇이 회피했던 민감한 주제에 응답하도록 설계된 ‘선 넘는 모드(Unhinged Mode)’다. 머스크는 그록3에 대해 “비아냥거림이 가득한 매콤한 답변을 제공하는 반은 깨어 있는 챗봇”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챗봇이 정제된 답변을 제공한다면, 그록3는 직설적인 대화 방식을 통해 개방된 토론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기능은 보수적인 답변을 제공하는 기존 AI 챗봇과 비교해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민감한 이슈를 피하지 않고 논쟁적인 토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윤리적 논쟁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AI가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해 과격하거나 편향적인 답변을 제공하면 잘못된 정보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머스크가 X에서 정치적 편향성을 띤 발언을 이어가는 만큼 그록3가 특정 입장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I 위험성을 경고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비영리단체 CivAI 공동 창립인 루카스 핸슨은 ‘가디언’을 통해 “가능한 한 중앙집중적 통제를 배제하려는 철학과 응답 생성 시 X의 인기 트위트를 참고하는 방식은 정보의 정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록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그것으로 형성되는 인식이 정치적 분열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