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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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받아주고 문자 보내주는 ‘나만의 AI’ 꿈꾸는 솔트룩스

국내에서 가장 많은 AI 특허 보유 기업… 미국, 베트남 등 적극적 해외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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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2-2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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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솔트룩스 자회사 ‘플루닛’. [CES 2023 홈페이지 캡처]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솔트룩스 자회사 ‘플루닛’. [CES 2023 홈페이지 캡처]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기업 ‘솔트룩스’ 로고. [솔트룩스 제공]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기업 ‘솔트룩스’ 로고. [솔트룩스 제공]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기업 ‘솔트룩스’는 국내에서 AI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보통의 AI 기업이 문자, 음성, 영상 중 특정 분야에서 강점을 나타내는 것과 달리 솔트룩스는 전 분야에 걸쳐 자체 개발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 같은 AI 기술력을 집약해 사용자가 자신만의 ‘가상인간’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 제작 플랫폼인 ‘플루닛 스튜디오’(오픈 베타 버전)를 공개했다. 플루닛 스튜디오에 사용된 AI 기술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챗GPT’의 등장은 솔트룩스에 날개를 달았다. 미국 비영리연구소 ‘오픈AI’가 선보인 AI 챗봇 챗GPT가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국내 대표 AI 기업 솔트룩스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솔트룩스 주가는 지난해 10월 13일 장중 최저점인 6010원을 찍었으나 올해 1월 이후 가파르게 올라 현재는 2만 원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비서 ‘구삐’ 만든 바로 그 회사

    솔트룩스의 전신은 2003년 설립된 ‘모비코앤시스메타’다. 모비코앤시스메타는 2000년 출범한 자연어 처리 및 기계학습 전문 기업 ‘시스메타’가 국내 최초 기술번역 기업 ‘모비코인터내셔날’(1979년 설립)을 인수합병해 설립됐다. 2005년 사명을 ‘소금(salt)’과 ‘빛(lux)’을 뜻하는 솔트룩스로 변경하면서 AI·빅데이터 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본격 시동을 걸었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에 비견되는 토종 AI ‘아담’을 선보이며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20년 코스닥에 상장한 솔트룩스는 현재 ‘스튜디오 AI’로 총칭되는 9개의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 서비스는 솔트룩스만의 대화형 앙상블 AI(Suite AI)가 적용된 챗봇 ‘톡봇 스튜디오’다. 챗봇 기술의 안정성을 인정받은 솔트룩스는 2020년부터 행정안전부의 국민비서 서비스 ‘구삐’ 구축을 담당해왔다. NH농협, BMW파이낸셜서비스, 헌법재판소 등도 챗봇 공급처로 솔트룩스를 낙점했다. 독자적 AI 기술에 아시아 최대 보유 규모인 200억 건 이상 데이터가 더해졌다는 점이 기술력의 비결로 꼽힌다.

    솔트룩스의 AI 서비스 중 하나인 ‘랭기지 스튜디오. [솔트룩스 제공]

    솔트룩스의 AI 서비스 중 하나인 ‘랭기지 스튜디오. [솔트룩스 제공]

    솔트룩스는 챗GPT에 적용된 ‘GPT-3.5’ 같은 초거대 AI 언어 모델도 직접 만들 수 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랭기지 스튜디오’가 그 상용화 버전이다. 솔트룩스는 랭기지 스튜디오를 통해 각 고객사의 사업 분야와 사용 목적에 맞는 언어 모델을 빠르게 생성해 제공한다. 삼성전자 집단지성 플랫폼 ‘모자이크(MOSAIC)’, 한화그룹 통합 VOC(고객관리) 분석 시스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콘텐츠 분석 시스템에 이 기술이 활용됐다. 이 밖에도 솔트룩스는 2000곳 넘는 기업과 계약을 맺고 다양한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솔트룩스의 사업 지역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를 세계 각국어로 번역·제공하던 모비코인터내셔날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국내 AI 기업 중 해외 진출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미국과 베트남에 각각 현지법인 ‘솔트룩스 딥시그널’ ‘솔트룩스 테크놀로지’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영미권, 동남아권에서도 경쟁력 있는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솔트룩스 측 설명이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을 비롯한 국내 AI 기업들이 한국어에만 특화돼 있는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챗GPT 수준 챗봇 ‘루시아’ 공개

    플루닛의 콘텐츠 제작 플랫폼 ‘플루닛 스튜디오’로 만든 가상인간.  
[솔트룩스 제공]

    플루닛의 콘텐츠 제작 플랫폼 ‘플루닛 스튜디오’로 만든 가상인간. [솔트룩스 제공]

    다만 솔트룩스의 최근 실적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상장 첫해인 2020년 솔트룩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17억 원, 36억 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268억 원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9억 원 손실을 냈다. 지난해 3분기(1~9월 누적)까지는 전년 동기보다 매출도 줄었고 영업이익 적자폭도 확대됐다. 이에 대해 솔트룩스 측은 “AI 사업 분야를 확장하기 위한 R&D(연구개발)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적자”라면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B2G(기업과 공공기관 간 거래),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더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분야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키우는 등 수익 모델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솔트룩스는 올해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솔트룩스가 미국 자회사를 통해 개발한 초개인화된 글로벌 검색엔진 ‘구버’와 챗GPT 수준의 대화 및 지식 기반 칫챗 서비스를 제공하는 ‘루시아’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밖에 자회사 플루닛의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솔트룩스 관계자는 “3월에 플루닛 스튜디오 정식판이 공개될 예정”이라면서 “이 기술을 기업용으로 발전시킨 ‘플루닛 워크센터’(개인과 기업을 위한 옴니채널 인공 비서 서비스)도 올해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이사
    “AI가 사람 위해 돈 벌어오는 미래 그린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이사. [솔트룩스 제공]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이사. [솔트룩스 제공]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이사(50)는 인하대 공대에서 전자재료학 학사, 정보통신학 석사학위를 받은 인공지능(AI) 전문가다. 1997년 LG전자에 입사해 3년간 중앙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0년 자연어 처리 및 기계학습 전문 기업 ‘시스메타’를 설립했다. 시스메타가 인수합병 과정을 거쳐 2003년 AI 기술 개발 기업 솔트룩스로 정식 출범한 이후 20년간 이 기업을 이끌고 있다.

    2000년 LG전자 연구원에서 AI 사업가로 변신한 계기는?

    “대학생 때부터 컴퓨터, AI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3학년 때 고급언어로 쓰인 프로그램을 컴퓨터에서 즉시 실행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번역 프로그램 ‘컴파일러’를 만들어 해외에 수출했다. 4학년 때는 그 사업을 기반으로 첫 회사를 세웠다. 이후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LG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했는데, AI 기술을 개발하는 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걸 깨닫고 시스메타를 설립하게 됐다.”

    과거 “누구나 자신만의 AI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솔트룩스의 AI ‘B2C’ 분야 성과는 어떤가.

    “여태까지 AI는 나만을 위해 서비스하지 않았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놀랍긴 했지만 일반 사용자는 단순 관찰자에 머무른다는 한계가 있었다. 솔트룩스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챗GPT 같은 자신만의 인공지능을 갖게 하는 것이다. 내가 바쁠 때 전화도 받아주고 문자도 보내주는 편리함을 누리게 하고 싶다. 나아가 AI가 사람을 위해 돈을 벌어다주는 미래를 그린다. 그래서 3년 전부터 AI가 나 대신 방송 등을 할 수 있는 ‘가상인간’ 기반 B2C 서비스를 준비했고, 지난해 자회사 ‘플루닛’으로 분사시켰다. 1월이 서비스를 공개한 지 한 달 되는 시점이었는데, ‘플루닛 스튜디오’를 활용해 가상인간을 제작하고 영상을 만든 사용자가 6000명까지 증가했다.”

    솔트룩스 AI 기술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멀티모달(multimodal)이다. 글만 잘 쓰는 게 아니라 음성이나 이미지도 인식할 수 있는 AI, 다시 말해 몽땅 다 할 수 있는 걸 멀티모달 AI라고 한다. AI가 사람과 협업하려면 이 모든 게 가능해야 하는데, 현재 솔트룩스는 문자, 음성, 영상 등 전 분야에 자체 AI 기술을 갖고 있다. 이를 집약해 멀티모달 AI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해외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글로벌로 봤을 때도 경쟁력 있는 AI 기업이 되기 위해서다. 미국, 베트남 지사를 설립해 영미권, 동남아권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안정적인 AI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베트남의 경우 현재 베트남 정부가 솔트룩스의 AI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이 밖에도 현재 솔트룩스의 자연어 처리 서비스는 4개 국어를, 플루닛 스튜디오는 36개 국어를 지원한다. 기업이 성장하고 나서 해외로 나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세계인을 타깃으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고자 한다.”

    현재 구상 중인 AI 신사업 분야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금융, 전자상거래 분야에 새로운 형태의 AI를 적용하는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 은행 등에 B2B 형태로 챗봇을 제공하는 수준은 아니다. 암호화폐와 전자지갑이 결합된 형태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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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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