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9월28일 청와대에서 조창현 신임 방송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조 위원장은 장관급 위원장 직함만 이번이 세 번째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자문 정부혁신추진위원장을 맡아 정부개혁 작업을 주도했다. 그리고 2002년 5월에는 제2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으며, 2005년 5월 연임돼 올 8월 사임할 때까지 4년 3개월간 고위공무원단 제도 도입 등 공직사회의 인사 혁신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의 최고령, 최장수 장관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 위원장이 풀어나가야 할 방송계 인사 및 정책 결정의 난맥상은 검증받은 리더십으로도 감당하기 벅찰 정도다. 그는 우선 인사 파행으로 조직의 위상이 크게 흔들린 방송위원회부터 추슬러야 한다. 3기 방송위원회는 7월14일 출범했지만, 77세 고령인 이상희 위원장이 건강 때문에 8월25일 사퇴한 데 이어, 9월23일 주동황 상임위원(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이 위장전입 의혹 속에 물러났다. 출범 두 달여 만에 5명의 상임위원 중 여당 추천 인사 2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도 하차한 것이다.
방송위원 파행 인사의 여파는 방송위가 추천 또는 임명권을 가진 공영방송사의 인사 후유증으로 증폭되고 있다. 방송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KBS 이사회는 정연주 전 사장의 연임을 위한 ‘거수기’라는 비난 속에 9월4일 늑장 출범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새 사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위가 9월19일 임명장을 준 구관서 EBS 사장은 ‘낙하산 인사’와 ‘박사 논문 재탕 의혹’ 때문에 노조 반대로 출근도 못하는 중이다.
인사문제 외에 방송계에 산적한 현안들은 하나같이 사업자나 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가 어지럽게 얽혀 있는 난제 중 난제들이다. 먼저 방송-통신 융합 추세에 따른 규제기관의 재정비, 인터넷 프로토콜(IP) TV 도입, 디지털방송 활성화 정책 수립 등이 코앞에 닥친 현안이다. 방송과 통신 정책을 맡고 있는 방송위와 정보통신부가 주도권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어서 대승적 조정력과 협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 위원장은 지방자치제도와 행정 전문가로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같은 대학 지방자치연구소장, 행정자치부 지방조직개편 자문위원장, 한양대 부총장 등을 지냈다. 방송 경력은 전무하다. 조 위원장은 9월29일 취임사에서 “열린 자세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예측 가능한 정책 입안에 성심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직 장악력과 갈등 조정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던 조 위원장이 방송정책 총괄기구의 수장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