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대림산업과 함께 시공한 서해대교 전경.
GS건설은 창사 36년 만인 2005년 드디어 매출액 업계 1위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2005년 3월 LG건설에서 GS건설로 상호를 바꾼 지 1년도 안 돼 거둔 쾌거여서 회사에서는 더욱 의미를 둔다. 2005년 매출액은 5조6308억원. 대우건설(5조756억원), 삼성물산 건설 부문(5조198억원), 현대건설(4조2851억원) 등 경쟁사를 비교적 큰 차이로 앞질렀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2조5860억원으로, 대우건설(2조7650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상반기 신규 수주액에선 GS건설이 5조4433억원으로 또다시 1위에 올랐다. 대우건설(4조1838억원), 현대건설(4조952억원) 등과는 1조원 이상 차이가 났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 김갑렬 사장은 이 성적표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는 “2010년까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명실상부 국내 최고 건설업체로 올라서는 게 목표”라며 “한 해 1등을 했다고 해서 절대 안주해선 안 된다”며 직원들을 독려한다.
2010년 매출 9조원 목표
GS건설은 2010년 매출 목표를 2005년보다 60% 늘어난 9조원, 수주 목표는 46% 늘어난 12조원으로 잡고 있다. 이를 통해 내수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굳히고, 해외사업 경상이익률을 5%대로 높여 수익성도 국내 건설사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비전 2010’을 세워놓고 있다. 2002년 김 사장이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내놓은 청사진이다.
하지만 외형에 비해 아직 수익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355억원으로 업계 4위권에 머물렀다. 상대적으로 외형이 작은 현대건설(4362억원), 대우건설(4314억원), 현대산업개발(3917억원) 등이 더 많은 이익을 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도 1760억원으로 대우건설(2947억원), 현대건설(2011억원)에 이어 업계 3위에 그쳤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수익성 개선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경영 모토를 ‘비용 혁신을 통한 가치 성장’으로 정했다”면서 “본사의 낭비 요소를 없애고,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종합건설관리시스템(TPMS)을 2007년까지 전국 모든 현장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S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TPMS는 자재 입·출고 현황 등을 매일 전산으로 체크해 공기, 비용 불량률 등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시스템. 아파트 한 층을 올리는 데 필요한 자재와 인력, 시간 등을 정확하게 계산한 뒤 매일 정량만큼 투입해 낭비를 없애는 방식이다. 철근도 매일 주문을 받아 필요한 만큼만 현장에 투입하고, PDA(개인 휴대용 정보단말기)로 자재마다 붙어 있는 바코드를 스캔하기만 하면 어느 공정에 필요한 것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덕분에 GS건설 공사현장에서는 어느 사업장에나 수북이 쌓여 있게 마련인 철근 등 자재 뭉치를 찾아보기 어렵다. 공사장 환경이 쾌적해져 안전사고가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터 파기 공사 등에 방해가 되지 않아 공기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김 사장이 가장 신경 쓰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TPMS다. 요즘에도 일주일에 2~3일은 전국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이 시스템의 조기 도입과 성공적인 정착을 독려하고 있다.
IT 호황 관계사 발주공사가 성장 발판
GS건설 김갑렬 사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7월3일 오만 국영 석유회사 산하 아로마틱스 오만 LLC사 대표와 함께 이 회사가 발주한 12억1000만 달러 규모의 아로마틱스 플랜트 공사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2005년 LG화학, GS칼텍스 등까지 포함한 관계회사 수주실적은 2조1400억원으로, 전체 수주실적(8조2000억원)의 26%에 달했다. 2006년 관계회사 수주물량은 지난해보다 11% 늘어난 2조4000억원에 달해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파주 LCD공장 증설 공사 규모가 2005년 4000억원에서 올해 1조5350억원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높은 관계사 의존도가 GS건설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5년 3월 GS그룹이 LG그룹에서 공식 분가함에 따라 예전과 같은 협력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최근 LG그룹 방계회사인 LIG그룹이 중견 건설업체 건영을 인수한 것도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해마다 2조원이 넘는 자체 공사물량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론 LG그룹의 건설업 독자 진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GS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3월 LG그룹에서 분가하면서 향후 5년간은 동종 업종에서 경쟁하지 않는다는 신사약정을 맺었다”며 “그동안의 구씨와 허씨 집안의 ‘아름다운’ 동업 관계를 감안할 때 LG그룹의 건설업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해외 수주 호조도 한몫
최근 고유가로 돈방석에 앉게 된 중동 국가 등이 발주한 플랜트 공사 수주에서 호조를 보인 것도 GS건설 고속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2005년 매출 9090억원, 수주 1조900억원을 기록했던 해외 부문 실적은 올해에도 50% 이상 고성장세가 예상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06년 들어 8월까지 GS건설 해외공사 수주실적은 모두 5건, 1조4965억원으로 현대건설(11건, 1조5346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05년 수주실적은 9억9400만 달러로, 현대건설(25억5000만 달러), SK건설(16억9000만 달러), 대우건설(12억6100만 달러), 삼성엔지니어링(10억1100만 달러)에 이어 5위에 머물렀다.
GS건설이 특히 강점을 보이는 분야가 바로 석유화학 플랜트다. 해외수주에서 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59.5%, 2004년 66.7%, 2005년 81.0%, 올 상반기 84.3%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GS건설은 특히 석유정제나 폴리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 분야에선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플랜트 사업본부 소속 직원 1000여 명 가운데 절반을 웃도는 600여 명이 설계나 전문 기술을 갖춘 엔지니어다. 자체 인력을 전체 가동하고도 모자라서, 최근 인도에 플랜트 설계법인을 별도로 설립해 현지 엔지니어 100여 명을 채용하기도 했다.
GS건설은 올 상반기 오만에서 LG상사와 공동으로 총 수주액 1조1619억원 규모의 방향족 제품 생산시설 공사를 따냈다. 단일 공사로는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플랜트 공사는 1건만 수주해도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데다 마진율도 높기 때문에 전략 부문으로 육성해나갈 방침이다.
우상룡 플랜트사업 본부장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석유·가스 정제시설은 물론, 플랜트업계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GTL(가스를 유류로 액화하는 공정) 분야 등에도 적극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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