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를 주제로 해 만든 테마파크 ‘니산 성경’. 대형 공자상 뒤로 니산이 보인다. [안영배 제공]](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ef/56/04/67ef56041faea0a0a0a.jpg)
공자를 주제로 해 만든 테마파크 ‘니산 성경’. 대형 공자상 뒤로 니산이 보인다. [안영배 제공]
중국 전한시대 역사가 사마천이 남긴 ‘공자세가’에는 공자의 머리가 니산을 빼닮아 정수리 부분이 약간 파이고 앞뒤로 펑퍼짐하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풍수적으로 보면 니산의 정기를 받아 공자가 태어났다는 인걸지령(人傑地靈: 뛰어난 인물은 영험한 땅에서 난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니구산 72봉과 공자 제자 72현
공자 탄생지인 니산 부자동은 풍수적으로도 매우 주목할 만한 곳이다. 퇴적암층으로 이루어진 동굴 안에 들어가면 사람이 눕거나 앉을 수 있을 정도의 너럭바위가 있다. 부자동은 1978년 현 모습으로 정돈됐다고 하는데, 동굴에는 지금도 막강한 에너지장이 펼쳐져 있다. 기운이 매우 빼어난 풍수 명당이라는 뜻이다.흥미롭게도 한국에는 니구산과 공자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풍수 비결서들이 전해진다. ‘진인도통연계’ ‘금산사가’ 등에 등장하는 관련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지구의 중심축을 이루는 곤륜산(崑崙山)에서 뻗어나간 한 지맥(支脈)이 중국 산둥성 태산(泰山) 산맥까지 이르는데, 그 주봉인 태산을 유발산(儒拔山)이라고 한다. 유발산에서 다시 뻗어나간 지맥은 니구산맥을 생성하면서 72개 봉우리를 이룬다. 이 때문에 니구산 정기로 태어난 공자에 이어 유학의 육예(六藝)에 통달한 72명의 공자 제자가 배출됐다.”
![공자 탄생지로 알려진 중국 산둥성 니산 부자동. [안영배 제공]](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ef/56/05/67ef56050e14a0a0a0a.jpg)
공자 탄생지로 알려진 중국 산둥성 니산 부자동. [안영배 제공]
비결서 내용은 니산의 지형과 지맥을 살펴보면서 읽으면 더욱 그럴듯하다. 부자동의 뒷배인 니산은 봉우리가 5개 있어 ‘니산 오봉(五峰)’이라고 한다. 이 산은 동쪽으로 약 60㎞ 떨어진 몽산(蒙山) 산맥까지 연결되는데, 곡부의 역사와 지리 등을 다룬 ‘곡부시지(曲阜市志)’에도 “곡부의 언덕(산)은 몽산 산맥 북서부 쪽 여맥(餘脈)과 이어진다”고 기록돼 있다. 따라서 니구산 72봉은 니구산과 그 조상격인 몽산의 여러 봉우리까지 합쳐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또 몽산은 그 지맥의 원천을 태산(泰山)에 두고 있다. 태산은 중국인이 모든 산의 조상, 산 중의 으뜸 산으로 받들어온 산이다. ‘진인도통연계’는 바로 이 태산을 두고 유교가 발(拔)한다는 의미에서 ‘유발산’이라고 부른 듯하다.
공자 고향 테마파크로 조성
현재 중국은 니산 일대 35.76㎢(약 1081만 평) 부지를 공자 테마파크로 조성해놓았다. ‘니산 성경(聖境)’으로 불리는 이 테마파크는 공자 사상을 학습, 체험하고 여유롭게 즐기도록 꾸며놓은 복합 문화공간이다. 중국공산당의 문화대혁명 시기 탄압받던 공자와 유학이 오늘날에는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흥미롭게도 중국 정부는 니산 성경을 조성하면서 풍수적 배치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니산을 뒤에 두고 우뚝 선 72m 높이 공자상 바로 앞쪽에는 댐을 막아 조성한 거대한 호수가 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형태다.
게다가 공자상 좌우로는 좌청룡과 우백호 역할을 하는 건물군을 나란히 배치했다. 니산 성경을 감싼 좌우 산의 기운을 보완하는 비보(裨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니산 성경 중 가장 핵심 건물인 ‘대학당’은 곳곳에 명당 기운을 느낄 수 있도록 특별한 장치를 설치해놓았다. 중국 정부가 풍수를 관광 영역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한국에도 니산 72봉의 풍수 전설과 비슷한 것이 있다. 바로 금강산 1만2000봉의 기운을 받아 한국에서 1만2000명의 도통군자(道通君子)가 배출돼 새로운 세계 문명을 건설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진인도통연계’ ‘설총결’ ‘궁을가’ 등 한국 각종 비결서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1만2000명 군자는 산속에서 도를 찾는 은둔자가 아닌, 과학·문화·사상 등 우리 삶의 각 분야에서 창조와 혁신을 이끌어낼 현인일 것이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현인의 출현이 그 어느 때보다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