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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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단 오장은 “꿈이야, 생시야”

  • 최원창 축구전문기자 gerrard@jesnews.co.kr

    입력2006-10-16 1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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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마크 단 오장은 “꿈이야, 생시야”

    2004년 부산 4개국 청소년축구대회 한국-미국전에서 헤딩골을 넣은 오장은.

    “○○신문 기잔데요. 대표팀에 처음으로 발탁된 소감이 어떤가요?”

    “무슨 말씀인지…. 제가 대표로 뽑혔다고요?”

    9월26일 오전 숙소에서 여드름 치료를 받고 있던 오장은(21·대구 FC·사진)은 기자의 전화를 받고 벌떡 일어섰다.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았던 A대표팀에 발탁됐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도통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오장은은 기자들의 전화 공세에 한동안 시달리고 나서야 ‘드디어 꿈을 이뤘구나’라고 실감할 수 있었다.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이 아직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오장은을 가나와의 평가전(10월8일)과 시리아와의 2007아시안컵 예선 대표로 발탁한 것이다.

    오장은은 설기현과 함께 뛸 생각을 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꼬마’ 시절 멀리서 본 그와 마침내 함께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오장은이 벨기에 2부리그 묄렌벡 주니어팀에서 축구를 배울 때 설기현은 이웃한 로열 앤트워프에서 뛰고 있었다.



    설기현은 불교신자였지만 한국 사람들이 그리워 일요일이면 브뤼셀의 한인 교회를 찾곤 했다. 설기현의 경기를 직접 보며 꿈을 키워가던 오장은은 교회에서 그를 볼 수 있었지만 꼬마였던 터라 용기를 내지 못하고 말 한번 걸어보지 못했다.

    “기현이 형 경기를 관중석에서 많이 봤죠. 교회서도 자주 봤는데 떨려서 인사를 못하겠더라고요. 평소 존경하던 선배님과 함께 훈련하게 돼 영광이고, 많이 보고 배울 생각입니다.”(오장은)

    오장은은 제주 조천중학교 3학년 때 벨기에로 축구유학을 떠나 2002년 일본 J리그 FC 도쿄에서 활약한 유학파다. 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축구로 성공하겠다는 열망이 컸기 때문이다.

    오장은은 2002년 도쿄에서 J리그 최연소 출전 기록(16세 8개월 20일, 현재는 모리모토의 15세 10개월)을 세웠고, 2005년 네덜란드 세계청소년선수권에도 출전했다. 당시 언론의 관심은 박주영에게 쏠렸지만 오장은은 묵묵히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그는 대구에서 살림꾼으로 불린다. 대구가 명문구단이 아닌 까닭에 주목받기조차 힘든 여건에서 단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오장은. 그는 김남일, 이호 등 ‘스타급’ 선배들과의 주전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며 이를 앙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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