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열리는 오페라 ‘아이다’의 포스터.
9월27일 대전 갑천변에서 열린 ‘아트 카날 (Art Canal) 2006’개막식에서 조직위원장 피에르 리히티 씨는 전시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2002년 스위스에서 시작된 ‘아트 카날’은 물 위에 작가들의 작품을 띄우는 독특한 형태의 야외 전시다.
1km 너비의 갑천변에는 세바스찬 바덴의 ‘흩날리는 금빛 씨앗처럼’, 수잔느 빌드의 ‘보트피플’, 알폰소 휘피의 ‘물고기 뱉는 사람’등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부표처럼 둥둥 떠 있었다. 관객들은 갑천에 놓인 엑스포다리와 대덕대교를 걸으면서 이 작품들을 관람하게 된다. 한국과 스위스, 독일의 작가 45명이 참가한 ‘아트 카날 2006’은 9월27일부터 12월1일까지 대전 갑천변에서 열린 후 내년 봄 독일 베를린으로 장소를 옮긴다.
‘아트 카날’이 대전에서 열린 데는 크리스티앙 하우스워스 주한 스위스 대사의 도움이 컸다. 2005년 2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 공연을 보러 대전을 방문했던 하우스워스 스위스 대사는 갑천변의 환경을 보고 반사적으로 ‘아트 카날’ 전을 떠올렸던 것. 하우스워스 대사는 9월27일에 열린 개막식에도 직접 참석할 정도로 이 전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은 10월19일부터 22일까지 스웨덴의 말뫼 오페라 극장과 오페라 ‘아이다’를 공동제작 형태로 공연한다. 스웨덴의 오페라 프로덕션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말뫼 오페라 극장의 연출자 마리안느 묘르크를 비롯해 조명, 의상, 무대디자이너 등 스웨덴 스태프들이 대거 대전을 찾았다.
묘르크는 “7m 높이의 스핑크스가 무대 바닥에서 일어서고 대형 오벨리스크들이 무대를 가로지르는 등 음악 외에도 볼거리가 많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연을 기획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측은 “이탈리아나 영국의 대형 오페라 극장과는 달리 중극장 규모인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 맞는 프로덕션을 찾다가 스웨덴 측과 연락이 닿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향력 벗어나 지방문화 독립 의미 커
독일 작가 이브 메틀러의 작품 ‘메르츠바우 성’.
서울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지방문화의 독립 물결’은 올해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9월에 열린 전주 소리문화의 축제는 영국의 축제 ‘워매드’를 전주에 유치해 ‘소리-워매드’로 거듭났고, 강수진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국내 초연 역시 서울이 아닌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실제로 서울 관객들이 새로운 공연과 전시를 찾아 지방으로 내려오는 일도 적지 않다.
조석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은 “이제는 지방에도 국제적인 공연이나 전시를 유치할 만한 역량을 가진 기획자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는 지방 공연장들이 연합해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거나 해외 공연을 유치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