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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지 어떻게 쓰는 거예요?’
신영복 교수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는 20년을 감옥에서 살며 가둬 놓아야 했던 청춘의 열정과 중년의 원숙함을 작은 봉합엽서에 빽빽하게 적은 글귀들이 가득 담겨 있다.
“스님,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립니다. 비 오는 날은 가벼운 옷을 입고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던 스님.” 이해인 수녀가 법정 스님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조선시대 이황과 기대승은 스물다섯 살의 나이 차이에도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을 펼치며 자신들의 학문세계를 완성해 나갔다. 이렇듯 편지는 단순한 친교(親交)의 수단을 넘어 자아를 형성하고 학문과 사상을 완성하는 주요 수단의 하나였던 것이다.
기성세대에게는 무척이나 친숙하던 편지쓰기가 잊혀 가고 있다. 편지를 어떻게 쓰는 건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발달, 의사전달 매체의 변화만을 핑계로 삼기에는 우리 아이들의 정서 발달이나 사고력 향상, 글쓰기 능력 등에서 너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2. 편지쓰기는 왜 중요한가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쓰기 교육은 대단히 중요하다. 자기 생각을 정확하고 적절하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정확히 읽어내는 일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핵심이다. 특히 편지쓰기는 사적인 글쓰기의 대표적인 양식이다. 편지는 친구나 선생, 또는 부모 같은 특정 독자를 대상으로 쓰여지는 친교적인 글이다. 따라서 편지를 쓰는 과정에서 대상과의 친밀한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이런 점에서 편지쓰기 교육은 쉽고 친숙하게 글쓰기에 접근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또한 편지쓰기는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도 도움이 된다. 직접 대면해서는 말하기 어려운 내용을 글쓰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정서가 순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편지쓰기는 글쓰기 능력과 자신의 주관에 대한 표현력을 길러준다.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사고력이 함양되고 글쓰기 능력도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이렇듯 초등학생에게 편지쓰기는 정서를 순화하고, 사고력을 향상하며, 글쓰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3. 편리함이 사고력을 단순화한다
그러나 요즘 초등학생에게 글쓰기는 힘든 노역 중 하나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에 익숙한 학생들이 차분히 앉아서 편지를 쓰는 모습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인터넷의 e메일은 초등학생들의 의사소통의 주된 통로가 됐고, ‘엄지족’으로 표현되듯이 휴대전화는 간편하고 신속한 정보 전달 매체가 됐다.
이러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는 편지에서 요구하는 격식이 필요 없으며, 즉각적인 반응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에 익숙해질수록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와 적확한 표현은 점점 더 멀어진다는 점이다. 인터넷 통신 언어나 휴대전화 메시지의 언어 축약 및 해체 현상을 보면 언어 예절이나 규범이 얼마나 무시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빠르고 편리한 현대 이기의 추구가 아이들의 정서 순화와 사고력 발달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기
1) 말과 글의 차이점을 바탕으로 편지쓰기가 지니는 유익한 점을 말하시오.
2) 초등학교에서 편지쓰기 교육의 필요성을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중심으로 설명하시오.
3) 사회 공동체에서 언어는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한다. 아래 지문들의 내용에 근거해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지 자신의 관점에서 논술하시오.(2006학년도 이화여대 정시 논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