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적성면 두지나루터에 정박한 황포돛배.
제3땅굴 입구의 조형물. 둘로 쪼개진 땅덩이를 하나로 붙이기 위해 힘을 모으는 모습이다.
DMZ 관광지를 둘러보려면 반드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챙겨가야 한다. 성인은 주민등 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과 DMZ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제3땅굴, 도라산전망대와 도라산역 등 파주 지역의 DMZ 관광지에 들어가려면 먼저 임진각 내의 DMZ 관광매표소(땅굴사업소)에서 출입신청과 매표를 해야 한다. DMZ 관광지는 개인 승용차를 이용해서 둘러볼 수가 없다. 임진각에서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도라산전망대에서 고성능 쌍안경으로 북녘 땅을 바라보는 관광객들. 개성공단이 또렷이 보인다(좌). <br>남쪽 경의선 구간의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우).
땅굴 내부에서 사진촬영은 엄격히 금지된다. 관리인은 카메라를 아예 땅굴 입구의 보관함에 넣어두기를 권유한다. 셔틀승강기를 타고 약 250m 길이의 우리 측 역갱도를 내려가는 동안에는 왠지 모를 긴장감이 차츰 고조된다. 약 5분 만에 도착하는 하부탑승장은 북한 측이 굴착한 갱도에 자리한다. 관광객들은 작업중단 지점까지 편도 265m 구간의 땅굴 내부를 걸어서 왕복한다. 곳곳마다 안전시설물이 설치된 땅굴은 실제보다 훨씬 낮아 보인다. 키 큰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 채 다니느라 뒷목이 뻐근할 지경이다. 음습하고 비좁은 땅굴을 오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훨씬 더 많다. 걸음을 멈추고 진지하게 안내문을 읽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제3땅굴 부근의 도라산전망대는 시야가 활달하다. 나지막한 야산인데도 사방팔방으로 훤히 트여 있다. 개성공단이 코앞이고 군사분계선을 가로질러 남북을 연결하는 신설도로와 경의선 철도, 그리고 전력공급선까지 죄다 시야에 들어온다. 개성 시가지와 그 너머 송악산도 지척이다.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DMZ 내 남북한 선전마을인 기정동마을과 대성동마을의 국기게양대도 보인다. 임진강 지류인 사천강 물길은 남북의 마을과 들녘을 들락거리며 말없이 흐른다.
도라산전망대 근처에는 남한 경의선 구간의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이 있다. DMZ 남방한계선에서 700m 떨어진 이 역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55.7km, 개성까지는 14.2km, 평양까지는 256km라고 한다. 경의선 철도 복원공사의 하나로 2002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도라산역 안에는 그해 이곳을 방문한 부시 미국 대통령이 평화의 메시지를 쓴 철도침목이 전시돼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 기념 스탬프를 받기 위해 창구 앞에 줄지어 늘어선 광경이 눈길을 끈다.
관광객 신분증 필수 … 제3땅굴, 도라산역 등 외국인 ‘북적’
제3땅굴, 도라산전망대, 도라산역을 둘러본 뒤에는 일단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임진각으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두부 만들기 체험이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민통선 내 장단콩마을(파주시 군내면 백련리)로 들어가려면,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임진각 옆의 통일대교 검문소를 찾아간다. 그곳 경비병들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장단콩마을에 전화를 하면 곧바로 마을 주민이 나와서 데려간다. 해가 진 뒤에는 대체로 식당 문을 닫으므로 늦어도 오후 5시까지는 통일대교 검문소에 도착해야 한다.
콩(大豆)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유일한 곡물이다. 약 4000년 전부터 한반도와 만주 남부 일대에서 재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보다 연평균 기온이 4℃ 가량 낮고 물빠짐이 좋은 마사토 땅이 대부분인 장단콩마을에서는 옛날부터 ‘장단백목’이라는 우수한 품질의 콩이 생산되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파주군 적성면 두지나루로 이동한다. 임진각에서 자동차로 30분도 걸리지 않는 곳으로 도중에 파평면 율곡리를 잠시 들러볼 만하다. 율곡리는 조선의 대학자이자 정치가인 율곡 이이의 고향마을이다. 율곡리 주변에 율곡이 낙향한 뒤 즐겨 찾던 화석정과 그를 배향한 자운서원, 율곡 집안의 묘소가 모두 자리잡고 있다. 그중 화석정은 임진왜란 당시 의주로 피난 가던 선조 임금이 캄캄한 밤중에 임진강을 건너기 위해 불살랐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임진강가의 두지나루에는 황포돛배가 떠 있다. 길이 15m, 폭 3m의 몸체에 높이 12.3m의 돛을 단 이 황포돛배는 조선시대 조운선을 전통방식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외형만 황포돛배이고 실제로는 디젤엔진으로 움직이는 동력선이다. 대형 황포돛은 순풍일 경우에만 ‘폼’으로 올린다. 그래도 이 배에 올라탄 사람들은 모두 즐겁다. 돛배를 타고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의 적벽을 구경하는 일은 그 옛날 임진팔경의 하나로 꼽히던 풍류였다. 두지나루를 출발한 황포돛배는 자장리석벽을 감상하면서 3km쯤 내려가다, 수심이 발목을 적실 정도로 낮아지는 고랑포 여울목 직전에 배를 돌려 나루터로 돌아온다.
황포돛배에서 내리면 어느덧 짧은 겨울 해가 설핏 기울게 마련이다. 그래도 잠시 짬을 내서 고랑포 여울목 북쪽의 산기슭에 자리한 경순왕릉을 들러봄직하다. 민통선 지역인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리에 자리하고 있어서 2005년 말까지도 사전허가를 받고 출입했던 곳이다. 이 경순왕릉은 경주 밖의 유일한 신라왕릉이다. 왕의 능묘라지만 언뜻 봐서는 양반 가문의 묘처럼 작고 소박하다. 어쩌면 재위 9년 만에 고려 태조에게 나라를 바친 그의 말년이 평범한 양반의 처지나 다를 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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