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신데렐라예요. 한창 타오르다가도 자정을 넘기면 재가 돼버리죠. 밤 12시까진 집에 들어가봐야 하거든요. 남편? 출장 갔어요. 아이들요? 베이비시터가 봐주죠.”
남편·자녀 이야기 스스럼없이 하고 흥겹게 어울려
맵싸한 밤기운이 아스팔트 위로 드리워진 12월5일 밤 10시, 서울 강북지역에 자리한 D나이트클럽의 한 룸. 취재팀 중 한 명과 ‘부킹(남녀간 짝짓기)’을 한 40대 초반 여성의 입에선 ‘원 나잇 스탠딩’을 암시하는 듯한 말이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주체하기 힘들지만 애써 억눌러야만 하는 욕망의 다른 표현인 듯했다.
양주병과 맥주컵, 자욱한 담배연기…. 룸 벽에 설치된 모니터는 요란한 음악 소리와 사이키 조명에 파묻혀 무대에서 연신 몸을 흔들어대는 여러 무리의 사람들을 비추고 있다. 연말이어서인지 계속되는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홀과 룸은 일찌감치 자리가 찼다.
‘쭛쭛’라는 닉네임의 웨이터에게 팁 5만원을 찔러주자 8평 남짓한 룸은 이내 웨이터에게 손목을 잡힌 부킹 상대 여성들의 행렬로 분주해졌다. 새벽 2시까지 각자 7~8차례의 부킹을 통해 취재팀 일행 3명을 거쳐간 여성은 20여 명.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면서도 남자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여자들이 많아 놀라웠다. 결혼 사실을 애써 숨기려는 여자는 없었다. 술을 따라주고 안주를 건네는 동안 어색한 분위기는 금세 걷혔다.
그중 자신의 나이를 36세라고 밝힌 A씨는 함께 온 B(34)씨와 학부모 사이였다. 같은 동네에 살아서 친하며, 1년에 두세 번 나이트클럽을 찾는다는 것. 하지만 이들은 어쩐지 나이트클럽의 밤문화가 낯설지 않은 ‘선수’ 분위기를 풍겼다.
A씨는 여덟 살 난 아들과 네 살짜리 딸을 둔 엄마. 남편은 초등학교 동창으로, 7년간 연애 끝에 결혼했다고 했다. 경제력이 없어 금실이 좋지 않은 남편 대신 모 제조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한다는 그녀는 “더 이상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내 꿈은 현모양처였는데 어쩌다 보니…”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녀의 휴대전화엔 남편 이름이 ‘그 남자’로 입력돼 있었다.
A씨에겐 애인이 한 명 있다. 나이는 36세. 증권업계 종사자라고 했다. 4개월 전 영업을 하다 우연히 알게 된 그에 대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다. 한 달 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성관계를 맺을 만큼 친밀해졌다. 나를 만족시켜주고 배려해주는 다정다감한 그 덕분에 무척 행복하다”며 입맛을 다시기까지 했다.
“남편은 게임중독자예요. 집안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죠. 자기는 밤새 게임을 하느라 집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제가 집을 비우면 난리를 쳐요.” 취재팀과 술잔을 나누는 동안에도 A씨의 휴대전화엔 ‘당신이 보고 싶어 죽겠다’ ‘너무나 사랑한다’ ‘당신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등 그녀의 애인이 보낸 문자메시지가 쉴새없이 들어왔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A씨는 이혼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가정을 깨고 싶지 않다는 것. 애인에게도 자기는 언젠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제 주변에 애인 있는 여자친구들이 절반 가까이 돼요. 대부분 가정생활이 원만치 않지만, 아무런 문제 없는 전업주부들도 있어요. 채워지지 않는 정신적 공허감을 보상받기 위해 애인을 사귄다고나 할까. 물론 개중엔 남자의 몸이 그리워서 그러는 친구들도 있긴 하죠.”(A씨)
집 앞까지 바래다주자 “들어와서 물 한잔 하고 가세요”
처자식과 가정에 대한 남편들의 무관심은 아내의 일탈을 불러오는 주범 중 하나다. 나이트클럽에서의 부킹은 그러한 일탈을 불륜이라는 꼭짓점으로 인도하는, 결코 험난하지 않은 코스의 통로였다.
밤 11시. 키 170cm가 넘는 늘씬한 ‘부킹녀’ 한 명이 등장해 좌중을 휘어잡았다. 33세의 C씨였다. 흔치 않은 미모의 소유자다. 스물다섯 살에 결혼해 두 아이를 둔 유부녀라는 그녀는 남편이 출장 간 틈을 타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아이들은 여동생에게 맡겼다고.
“남편이 밖으로 나다니지 못하게 해서 미치겠어요. 친구들 사이에선 제 별명이 ‘은행’으로 통해요. 낮에 나들이 갔을 때 남편한테 전화가 오면 은행이라고 둘러대기 때문이죠. 결혼생활이 마치 감옥살이 같아요.”
남편에 대한 C씨의 불만은 대단했다. 돈은 잘 벌어오지만, 정작 자신이 다 써버리고 생활비로 내놓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 그녀는 남편과 같이 찍은 사진까지 망설임 없이 보여줬다.
C씨는 취재팀 중 자신의 파트너에게 “함께 나가자”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미워, 미워” 하며 교태를 부렸다. 그러고는 함께 무대로 나가 춤을 췄다. 좌중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매우 과감한 스킨십을 나누던 그녀는 급기야 룸에 딸린 화장실로 자신의 파트너를 이끌었다. 왜 나이트클럽이 원 나잇 스탠딩을 위한 ‘작업공간’으로 빈번히 활용되는지 굳이 따져볼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나이? 직업? 어차피 그런 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다.
양주 두 병을 다 비웠을 때쯤, 이미 한 차례 스킨십을 맛본 C씨는 자신의 파트너 품을 파고들며 연신 “밖으로 나가자”고 보챘다. 취재팀은 그녀를 가까스로 말린 뒤 A씨까지 동반해 나이트클럽 인근 호프집에서 맥주 한잔을 더 하고는 작별을 고했다. 이 같은 풍광은 전국 각지의 나이트클럽에선 흔하디흔한 것일 터다.
2시간 후. 다시 취재팀에 합류한 C씨의 파트너는 깜짝 놀랄 만한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택시를 타고 C씨를 집에 바래다주는데, 그녀가 집을 못 찾는 척 횡설수설하면서 운전기사에게 러브호텔이 밀집한 곳으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내가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구슬린 뒤 카페에서 잠깐 커피를 마시고는 다시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자신의 집 앞에서 내게 키스 세례를 퍼붓던 그녀는 ‘물이나 한잔 마시고 가라’고 이끌었다. 호기심에 집 안으로 들어섰는데 놀라 자빠질 뻔했다. 방 안엔 아이 2명이 자고 있었다. 그런데도 계속 스킨십을 해대는 그녀가 무서워졌다.
다행히 그녀의 어린 딸이 잠에서 깬 덕분에 ‘주말에 만나자’고 둘러대고는 허겁지겁 ‘탈출’했다. 부킹으로 인한 성도덕의 문란이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그녀는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집으로 끌어들였을까. 더욱 황당한 건 딸을 안은 채 나를 배웅한 것이었다. 긴 골목을 터벅터벅 걸어 나오던 내내 몸이 덜덜 떨렸다.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다음 날 오전 10시. 취재팀 중 한 명에게 전날의 부킹 상대에게서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어제 집에 잘 들어갔어? 내가 실수를 많이 한 것 같아 미안해.”
아마도 그녀는 불빛에 춤추는 불나방처럼 오늘도 불야성인 나이트클럽의 별천지를 찾아들 것이다. 문득 아내를 더욱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남편·자녀 이야기 스스럼없이 하고 흥겹게 어울려
맵싸한 밤기운이 아스팔트 위로 드리워진 12월5일 밤 10시, 서울 강북지역에 자리한 D나이트클럽의 한 룸. 취재팀 중 한 명과 ‘부킹(남녀간 짝짓기)’을 한 40대 초반 여성의 입에선 ‘원 나잇 스탠딩’을 암시하는 듯한 말이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주체하기 힘들지만 애써 억눌러야만 하는 욕망의 다른 표현인 듯했다.
양주병과 맥주컵, 자욱한 담배연기…. 룸 벽에 설치된 모니터는 요란한 음악 소리와 사이키 조명에 파묻혀 무대에서 연신 몸을 흔들어대는 여러 무리의 사람들을 비추고 있다. 연말이어서인지 계속되는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홀과 룸은 일찌감치 자리가 찼다.
‘쭛쭛’라는 닉네임의 웨이터에게 팁 5만원을 찔러주자 8평 남짓한 룸은 이내 웨이터에게 손목을 잡힌 부킹 상대 여성들의 행렬로 분주해졌다. 새벽 2시까지 각자 7~8차례의 부킹을 통해 취재팀 일행 3명을 거쳐간 여성은 20여 명.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면서도 남자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여자들이 많아 놀라웠다. 결혼 사실을 애써 숨기려는 여자는 없었다. 술을 따라주고 안주를 건네는 동안 어색한 분위기는 금세 걷혔다.
그중 자신의 나이를 36세라고 밝힌 A씨는 함께 온 B(34)씨와 학부모 사이였다. 같은 동네에 살아서 친하며, 1년에 두세 번 나이트클럽을 찾는다는 것. 하지만 이들은 어쩐지 나이트클럽의 밤문화가 낯설지 않은 ‘선수’ 분위기를 풍겼다.
A씨는 여덟 살 난 아들과 네 살짜리 딸을 둔 엄마. 남편은 초등학교 동창으로, 7년간 연애 끝에 결혼했다고 했다. 경제력이 없어 금실이 좋지 않은 남편 대신 모 제조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한다는 그녀는 “더 이상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내 꿈은 현모양처였는데 어쩌다 보니…”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녀의 휴대전화엔 남편 이름이 ‘그 남자’로 입력돼 있었다.
A씨에겐 애인이 한 명 있다. 나이는 36세. 증권업계 종사자라고 했다. 4개월 전 영업을 하다 우연히 알게 된 그에 대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다. 한 달 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성관계를 맺을 만큼 친밀해졌다. 나를 만족시켜주고 배려해주는 다정다감한 그 덕분에 무척 행복하다”며 입맛을 다시기까지 했다.
“남편은 게임중독자예요. 집안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죠. 자기는 밤새 게임을 하느라 집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제가 집을 비우면 난리를 쳐요.” 취재팀과 술잔을 나누는 동안에도 A씨의 휴대전화엔 ‘당신이 보고 싶어 죽겠다’ ‘너무나 사랑한다’ ‘당신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등 그녀의 애인이 보낸 문자메시지가 쉴새없이 들어왔다.
나이트클럽은 아내들의 외도를 손쉽게 하는 매개 공간이다.
집 앞까지 바래다주자 “들어와서 물 한잔 하고 가세요”
처자식과 가정에 대한 남편들의 무관심은 아내의 일탈을 불러오는 주범 중 하나다. 나이트클럽에서의 부킹은 그러한 일탈을 불륜이라는 꼭짓점으로 인도하는, 결코 험난하지 않은 코스의 통로였다.
밤 11시. 키 170cm가 넘는 늘씬한 ‘부킹녀’ 한 명이 등장해 좌중을 휘어잡았다. 33세의 C씨였다. 흔치 않은 미모의 소유자다. 스물다섯 살에 결혼해 두 아이를 둔 유부녀라는 그녀는 남편이 출장 간 틈을 타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아이들은 여동생에게 맡겼다고.
“남편이 밖으로 나다니지 못하게 해서 미치겠어요. 친구들 사이에선 제 별명이 ‘은행’으로 통해요. 낮에 나들이 갔을 때 남편한테 전화가 오면 은행이라고 둘러대기 때문이죠. 결혼생활이 마치 감옥살이 같아요.”
남편에 대한 C씨의 불만은 대단했다. 돈은 잘 벌어오지만, 정작 자신이 다 써버리고 생활비로 내놓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 그녀는 남편과 같이 찍은 사진까지 망설임 없이 보여줬다.
C씨는 취재팀 중 자신의 파트너에게 “함께 나가자”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미워, 미워” 하며 교태를 부렸다. 그러고는 함께 무대로 나가 춤을 췄다. 좌중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매우 과감한 스킨십을 나누던 그녀는 급기야 룸에 딸린 화장실로 자신의 파트너를 이끌었다. 왜 나이트클럽이 원 나잇 스탠딩을 위한 ‘작업공간’으로 빈번히 활용되는지 굳이 따져볼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나이? 직업? 어차피 그런 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다.
양주 두 병을 다 비웠을 때쯤, 이미 한 차례 스킨십을 맛본 C씨는 자신의 파트너 품을 파고들며 연신 “밖으로 나가자”고 보챘다. 취재팀은 그녀를 가까스로 말린 뒤 A씨까지 동반해 나이트클럽 인근 호프집에서 맥주 한잔을 더 하고는 작별을 고했다. 이 같은 풍광은 전국 각지의 나이트클럽에선 흔하디흔한 것일 터다.
2시간 후. 다시 취재팀에 합류한 C씨의 파트너는 깜짝 놀랄 만한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택시를 타고 C씨를 집에 바래다주는데, 그녀가 집을 못 찾는 척 횡설수설하면서 운전기사에게 러브호텔이 밀집한 곳으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내가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구슬린 뒤 카페에서 잠깐 커피를 마시고는 다시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자신의 집 앞에서 내게 키스 세례를 퍼붓던 그녀는 ‘물이나 한잔 마시고 가라’고 이끌었다. 호기심에 집 안으로 들어섰는데 놀라 자빠질 뻔했다. 방 안엔 아이 2명이 자고 있었다. 그런데도 계속 스킨십을 해대는 그녀가 무서워졌다.
다행히 그녀의 어린 딸이 잠에서 깬 덕분에 ‘주말에 만나자’고 둘러대고는 허겁지겁 ‘탈출’했다. 부킹으로 인한 성도덕의 문란이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그녀는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집으로 끌어들였을까. 더욱 황당한 건 딸을 안은 채 나를 배웅한 것이었다. 긴 골목을 터벅터벅 걸어 나오던 내내 몸이 덜덜 떨렸다.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다음 날 오전 10시. 취재팀 중 한 명에게 전날의 부킹 상대에게서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어제 집에 잘 들어갔어? 내가 실수를 많이 한 것 같아 미안해.”
아마도 그녀는 불빛에 춤추는 불나방처럼 오늘도 불야성인 나이트클럽의 별천지를 찾아들 것이다. 문득 아내를 더욱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