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HSDPA 지원 노트북 ‘엑스노트 A1’과 삼성전자의 울트라모바일 PC ‘센스 Q1’,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 나노’(왼쪽부터 시계 방향)를 해당 업체 도우미들이 소개하고 있다.
“21세기는 디지털 장비로 무장하고 지구를 떠도는 디지털 유목민의 시대.”(자크 아탈리 프랑스 사회학자)
일과 주거에서 유목민처럼 마음대로 이동하고,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갖춘 21세기 정보 유목민 ‘디지털 노매드(Digital Nomad)’가 현실로 다가왔다. 노트북과 휴대전화, 휴대용 개인정보 단말기(PDA) 등 각종 첨단 디지털 장비를 활용해 말 그대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업무를 처리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속속 상용화하고 있는 것.
이동 중에도 제대로 즐기는 인터넷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소비자에게 선보일 기술은 인류의 가장 대표적인 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은 인터넷과의 ‘끊김 없는 연결성(Ubiquitous Connectivity)’을 보장하고, 손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작고 가볍게’를 실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집이나 사무실 외의 공간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무선랜 방식(802.11 a/b/g)을 지원하는 인터넷 접속지점(hot spot)을 찾거나 이동전화 무선인터넷 서비스(cdma2000 1x EVDO)를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지역이 제한적(무선랜)이고, 비용이 비싼 데 비해 속도가 느려(무선인터넷)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와이브로(WiBro)와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서비스다. 와이브로는 시속 80∼12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HSDPA는 3∼4메가(Mb)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이동 중에도 주고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노트북을 이달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KT와 SK텔레콤, KTF 등 서비스 사업자들도 2만∼3만원대 정액요금제 등을 내놓고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연말께에는 와이브로를 지원하는 PDA와 휴대전화도 나올 전망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이들 서비스 지역이 제한적이라는 점. 내년 4월쯤 되면 HSDPA는 전국망이 갖춰지고 와이브로 역시 40여 도시에서 서비스가 실시될 것이라는 게 해당 업체들의 설명이다. 또 내년에는 이들 기술을 장착한 포터블미디어플레이어(PMP), 디지털미디어방송(DMB) 등 각종 휴대 정보기기도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유목민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크고 무거운 정보기기들을 ‘경박단소(輕薄短小)’하게 바꿔내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경박단소란 상품이 갖는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특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고용량 저장장치와 높은 해상도의 모니터, 스테레오급 이상의 음질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들고 다니기 편해야 하는 것. 이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토리지 등 각종 부품 기술의 혁신까지도 이뤄내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보기술(IT) 및 전자제조 업계가 사활을 걸고 그램(g)과 인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독성이 높게 화면은 키우면서도 휴대하기 좋도록 무게는 줄이는 것이다.
LG전자가 얼마 전 내놓은 신형 노트북 ‘엑스노트 A1’은 10인치 와이드 LCD 패널과 80기가(GB)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를 장착하고도 무게가 1.05kg에 머문다. 각종 부품이 장착되는 주기판 디자인을 혁신하고 외장 소재를 바꿨다는 게 LG전자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울트라모바일 PC ‘센스 Q1’은 HDD 40GB에 7인치 LCD 패널을 탑재하고도 700g밖에 나가지 않는다.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 나노’는 두께가 6.5mm, 저장용량이 8GB이면서도 무게는 40g이다. 고집적 플래시메모리를 장착해 초기 제품보다 2.5g 줄였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그램(g)과 인치 경쟁으로 승부
문제는 이 같은 제품도 각종 액세서리를 장착하면 무거워진다는 데 있다.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키보드나 마우스 등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 액세서리를 사용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사용하면서 무게를 줄이기 위해 탄소나 노튜브, 접는 디스플레이 같은 신기술이 접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퍼스널 미디어’의 저자 현대원 서강대 언론학과 교수는 “디지털 혁명은 외출하지 않고 집 안에서 편안하게 각종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코쿤족’과 물리적 장벽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로든 외연을 넓히려는 ‘노매드족’의 출현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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