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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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업체들 피부관리 실력은 ‘별로’

  • 파리=김현진 패션 칼럼니스트 kimhyunjin517@yahoo.co.kr

    입력2006-12-13 1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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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업체들 피부관리 실력은 ‘별로’

    파리 포시즌호텔의 스파 입구(위).샤넬 패션쇼에서 한 모델이 네일아트를 받고 있다.

    “자, 여기 누우세요. 피부가 복합성이네요. 알맞게 트리트먼트를 해드릴게요.”

    해맑은 실로폰 소리와 함께 시작된 피부관리 체험의 앞부분은 좋았다. 먼저 클렌징을 한 뒤 모공을 열기 위해 뜨거운 수건으로 팩을 했다. 여기에 향긋한 민트향이 나는 진흙 마스크 제품을 얼굴에 바를 때만 해도 조짐이 좋았는데….

    1시간으로 예정된 피부관리 코스는 이런 팩을 한 번 더 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실제 피부관리사와 함께한 시간은 20분 남짓. 나머지 대부분은 팩을 건조시키는 데 보냈다. 관리사의 손놀림도 영 날렵하지 못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이름난 파리 시내 한 피부관리 센터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나처럼 파리에서 피부관리를 받고 실망한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프랑스는 화장품의 메카로 널리 알려져 있다. 랑콤, 시슬리, 샤넬, 크리스티앙 디오르 등 각종 고급 화장품 브랜드의 국적이 모두 프랑스다. 미국이나 동양 브랜드들 역시 화장품 용기에 프랑스식 이름을 병기하거나 제조만큼은 프랑스에서 했음을 강조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용 트렌드 역시 발달할 수밖에 없다. 유명 메이크업 스쿨들이 여전히 성업 중이며, 지칠 줄 모르고 열리는 패션쇼에서도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메이크업 기법을 엿볼 수 있다. 테크닉을 갖춘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끊임없이 공급과 수요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그래서 이런 프랑스, 특히 파리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피부관리 기술이 신통치 않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도시 도처에 자리한 피부관리실과 관리사들의 시원한 손맛, 그리고 서비스로 제공되는 어깨·목·다리 마사지를 기억하는 한국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파리에도 물론 동네 곳곳에 피부관리 마사지를 하는 곳이 있지만, 손맛이라는 게 영 신통치 않다. 또 관심사가 달라선지 피부관리보다는 체형관리나 인공 선탠을 하는 곳이 많다.

    한국의 손맛 시원한 마사지에 비하면 몇 수 아래

    프리랜서 뷰티기자인 프랑수아 뮈글리 씨는 “아직까지 많은 파리 여성들이 직접 관리하는 데 더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금까지는 전문가의 손길을 빌리는 것이 트렌드가 아니었다는 뜻. 뮈글리 씨는 “그러나 과거와 비교해보면 최근에는 고급 화장품 브랜드가 직영하는 트리트먼트 숍이나 도심 속 스파 등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받으려는 파리 여성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고급 패션거리 생토노레에 있는 랑콤 트리트먼트 센터, 샹젤리제의 겔랑 데이스파 등이 고급 화장품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보르도 지역 포도로 만든 화장품 브랜드 코달리를 쓰는 르 뫼리스 호텔 스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적어도 사용하는 제품만큼은 고급인지라 신뢰도도 높고 본전 생각이 덜 든다. 문제는 예약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

    최근에는 고급 여성용 셔츠 전문브랜드인 앤 퐁텐에서 파리 생토노레에 동양적 분위기의 스파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패션 브랜드에서 스파 사업을 노릴 정도로 피부관리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매일 피부를 가꾸는 방법인 ‘뷰티 리추얼’을 한국, 일본 등 동양 여성들을 통해 벤치마킹하려는 파리지엔들이 많다는 점. 미디어를 통해 동양 여성들의 극성스러운 뷰티 트렌드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내게도 부쩍 어떻게 피부를 관리하느냐고 묻는 프랑스 친구들이 많아졌다. 화장품의 메카 프랑스에서 한 수 지도하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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