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한나라당에는 유력 대선후보가 많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한나라당의 최대 자산이다. ‘저평가된 우량주’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언제든 비상(飛上)이 가능한 준비된 주자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오히려 이 풍요로운 자산 때문에 고민이다.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두 후보의 신경전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네거티브형 공세가 일고 있기 때문. 탈당과 경선 거부 같은 각종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판이 깨질 것 같은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소속 의원 44% “경선 불참 및 불복” 우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불안감이 피부에 와닿는다. 10월 말 한 인터넷 언론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한나라당의 선결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당 소속의원 중 44%가 ‘유력 대선주자들의 경선 불참 및 불복’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선에 대한 의원들의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 같은 당내 상황을 지켜보던 한나라당 원로들이 ‘해결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김수한, 박관용 전 의장과 양정규 전 부총재 등 당 원로 10여 명이 대선후보들의 경선 이탈을 막는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것.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당의 ‘허리’로 활동하던 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도 경선 불참 및 탈당, 네거티브 선거전 같은 후보들의 분열 양상이다. 당 원로들은 후보들이 분열의 길로 들어설 경우 대선 승리는 물 건너간다고 보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빠짐없이 경선에 참여하고, 또 그 결과에 승복해야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원로들은 ‘끝까지 경선에 참여하고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대선주자들의 대국민 약속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양 전 부총재의 설명이다.
“선거법 52조에 따라 대선후보들의 경선 불복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경선 불참과 탈당은 가능하다. 당 원로들은 당의 모든 후보가 끝까지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정권교체를 이루려면 한나라당의 모든 대선후보들이 경선에 참여해야 하고,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의 선거를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과거(1997년)처럼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뛰쳐나가면 안 된다는 사실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모색했다는 후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각서 또는 서약서를 쓰는 것. 경선 거부 및 탈당과 관련한 불안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유력 대선후보들이 국민을 상대로 경선 약속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양 전 부총재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로 논의됐지만 결정된 바는 아니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원로 모임의 한 관계자 A씨는 “서약서를 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 아니겠느냐”며 “이런 쪽으로 해법이 모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로들은 후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역할분담론도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A씨는 “이긴 사람은 대선후보, 진 사람은 총리와 당 대표 등을 맡아 힘을 모은다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원로들이 들고 나온 서약서는 100% 성공적인 경선을 위한 최상의 솔루션이란 평가를 받는다. 대국민 약속을 해놓고 뛰쳐나갈 후보는 없기 때문이다. 설사 뛰쳐나가더라도 국민이 외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후보 진영도 적극적 반응
각 후보진영도 각서 또는 서약서를 쓰는 문제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한 대선 캠프의 관계자는 “서약서 쓰기를 거부하면 경선 불복을 하겠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를 어떻게 거부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의 박영준 정무특보는 “이 전 시장은 시종일관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면 어떤 합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시장의 캠프 측에서는 서약서가 공개될 경우 경선 거부 및 탈당 등에 대한 각종 루머가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박 전 대표 측도 비슷한 입장이다. 신동철 공보특보는 “박 전 대표는 오늘의 한나라당을 있게 한 장본인”이라며 “당을 버리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약서를 잘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서약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대국민 약속 성격의 서약서를 쓰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선후보들이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당 주변에서는 그 구체적인 예로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이 갈릴 경우를 들고 있다.
현행 한나라당의 경선 시스템으로는 당심의 지지가 높은 후보가 국민 지지율이 높은 후보를 꺾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국민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결과를 수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정계개편 정국을 타고 이회창 전 총재를 비롯해 3김(金)이 돌아와 정치지형을 뒤흔들 경우, 또 대형 비리사건이나 도덕적 문제가 제기돼 당 및 후보의 인기가 급락할 경우에도 후보들이 한눈을 팔 수 있다.
당내에서는 대선주자들의 서약서가 몰고 올 역풍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자칫 정치적 야합이라는 부메랑을 부를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단국대 정용석 명예교수는 12월7일 “대선후보들이 자발적으로 서약서 또는 각서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은 경선 불복 및 거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도 “이를 국민과의 약속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당 원로들은 대선후보들의 대국민 약속 문제를 당분간 비공개로 논의할 방침이다. 반면 대선후보들에게 이런 입장을 전달할 때는 공개적으로 할 계획이다. 당 원로들은 이르면 내년 초에 자신들의 이런 입장을 대선후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대선을 향한 한나라당의 발걸음이 열린우리당에 비해 한발 앞서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오히려 이 풍요로운 자산 때문에 고민이다.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두 후보의 신경전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네거티브형 공세가 일고 있기 때문. 탈당과 경선 거부 같은 각종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판이 깨질 것 같은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소속 의원 44% “경선 불참 및 불복” 우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불안감이 피부에 와닿는다. 10월 말 한 인터넷 언론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한나라당의 선결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당 소속의원 중 44%가 ‘유력 대선주자들의 경선 불참 및 불복’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선에 대한 의원들의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 같은 당내 상황을 지켜보던 한나라당 원로들이 ‘해결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김수한, 박관용 전 의장과 양정규 전 부총재 등 당 원로 10여 명이 대선후보들의 경선 이탈을 막는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것.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당의 ‘허리’로 활동하던 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도 경선 불참 및 탈당, 네거티브 선거전 같은 후보들의 분열 양상이다. 당 원로들은 후보들이 분열의 길로 들어설 경우 대선 승리는 물 건너간다고 보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빠짐없이 경선에 참여하고, 또 그 결과에 승복해야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원로들은 ‘끝까지 경선에 참여하고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대선주자들의 대국민 약속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양 전 부총재의 설명이다.
“선거법 52조에 따라 대선후보들의 경선 불복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경선 불참과 탈당은 가능하다. 당 원로들은 당의 모든 후보가 끝까지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정권교체를 이루려면 한나라당의 모든 대선후보들이 경선에 참여해야 하고,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의 선거를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과거(1997년)처럼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뛰쳐나가면 안 된다는 사실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모색했다는 후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각서 또는 서약서를 쓰는 것. 경선 거부 및 탈당과 관련한 불안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유력 대선후보들이 국민을 상대로 경선 약속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양 전 부총재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로 논의됐지만 결정된 바는 아니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원로 모임의 한 관계자 A씨는 “서약서를 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 아니겠느냐”며 “이런 쪽으로 해법이 모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3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희망모임 창립 기념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한나라당의 공정한 대선경선,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원로들이 들고 나온 서약서는 100% 성공적인 경선을 위한 최상의 솔루션이란 평가를 받는다. 대국민 약속을 해놓고 뛰쳐나갈 후보는 없기 때문이다. 설사 뛰쳐나가더라도 국민이 외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후보 진영도 적극적 반응
각 후보진영도 각서 또는 서약서를 쓰는 문제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한 대선 캠프의 관계자는 “서약서 쓰기를 거부하면 경선 불복을 하겠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를 어떻게 거부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의 박영준 정무특보는 “이 전 시장은 시종일관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면 어떤 합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시장의 캠프 측에서는 서약서가 공개될 경우 경선 거부 및 탈당 등에 대한 각종 루머가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박 전 대표 측도 비슷한 입장이다. 신동철 공보특보는 “박 전 대표는 오늘의 한나라당을 있게 한 장본인”이라며 “당을 버리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약서를 잘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서약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대국민 약속 성격의 서약서를 쓰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선후보들이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당 주변에서는 그 구체적인 예로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이 갈릴 경우를 들고 있다.
현행 한나라당의 경선 시스템으로는 당심의 지지가 높은 후보가 국민 지지율이 높은 후보를 꺾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국민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결과를 수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정계개편 정국을 타고 이회창 전 총재를 비롯해 3김(金)이 돌아와 정치지형을 뒤흔들 경우, 또 대형 비리사건이나 도덕적 문제가 제기돼 당 및 후보의 인기가 급락할 경우에도 후보들이 한눈을 팔 수 있다.
당내에서는 대선주자들의 서약서가 몰고 올 역풍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자칫 정치적 야합이라는 부메랑을 부를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단국대 정용석 명예교수는 12월7일 “대선후보들이 자발적으로 서약서 또는 각서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은 경선 불복 및 거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도 “이를 국민과의 약속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당 원로들은 대선후보들의 대국민 약속 문제를 당분간 비공개로 논의할 방침이다. 반면 대선후보들에게 이런 입장을 전달할 때는 공개적으로 할 계획이다. 당 원로들은 이르면 내년 초에 자신들의 이런 입장을 대선후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대선을 향한 한나라당의 발걸음이 열린우리당에 비해 한발 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