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의 한 장면.
K씨는 아내에게 속시원히 묻지도 못한 채 가슴만 쓸어내린다. 버럭 화라도 내고 싶지만, 그러다가 정말 아내의 다른 남자를 확인하게 될까봐 무섭고 두렵다. 이런 자신이 너무 초라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죽고 싶을 만큼 자존심이 상한다.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정을 지켜야 한다. 아내와 살아야 한다. 한잔 두잔 마셔대는 술. K씨의 눈에서는 두 줄기 피눈물이 난다. 그냥 두고 볼 일만은 아닌 듯싶다.
우습게도 여전히 아내와 같은 침대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잔다. 마음 깊은 곳에 ‘아내가 더럽다’는 생각이 자리한다.
초겨울의 스산한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휑한 남편들. 남편의 외도도 끊이지 않지만, 아내의 외도 또한 그 수위가 높아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남편들은 외도를 해도 실제 가정을 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외도는 다릅니다. 이미 마음속 깊이 남편이든 가정이든 깨끗이 접었을 때 외도를 합니다. 특히 남편에게는 너무나 냉정할 정도로 미련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 몰라도 남편에겐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니, 그럼 내가 사람도 여자도 아닌 줄 알았어?”라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부부 상담에서 외도 문제를 다룰 때는 외도 자체보다는 왜 이 부부에게 외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외도는 일종의 ‘증상’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집을 나가도 남편은 그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화만 내며 아내에게 비난을 퍼붓고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어떻게 하면 그녀를 굴복시킬까를 생각합니다.
“외도의 위험 수준은 부부의 메마른 심리적 거리 대변”
하지만 이런 남편을 보는 아내는 자신의 행동에 오히려 당당합니다. 결혼생활에 아무런 의미가 없고 더 이상 함께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아내가 무엇을 어려워하고, 무엇에 대해 고민하며, 무엇을 원하는지 남편은 모릅니다. 설령 알더라도 아는 척하지 않고 덮고 살아온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오랫동안 부부간에 전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외도의 위험 수준은 부부의 메마른 심리적 거리를 말해줍니다.
아직 아내가 당신 곁을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다면, 이제라도 빨리 손을 써야 합니다. 아내에게 공감하고, 아내 편에 서주며, 아내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아내의 말을 경청해야 합니다. 물론 남편들은 이런 일을 상당히 어려워합니다. 이성적으로는 공감하면서도 행동으로 실천하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남편 L씨는 우연히 아내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고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홧김에 바로 상대 남자에게 전화를 해서 죽여버리겠다고 소리를 쳤습니다. 결국 아내는 아무런 미련 없이 남편 곁을 떠났습니다. 남편의 무서운 폭력이 아내의 마음을 잡아두지 못하고 오히려 홀가분하게 함으로써 이혼을 합리화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입니다. 남편에게 외도 사실을 들켰지만 아내는 이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남편도 아내를 용서하고 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남아 있기 때문에 결혼생활은 많은 갈등을 내포한 채 자꾸 삐거덕거렸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외도 부분을 건드리는 폭언과 눈빛을 보냈고, 아내는 더 이상 함께 살지 못하겠다고 이혼선언을 했습니다. 남편은 두 번 다시 외도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며 매달렸지만, 아내는 결혼생활을 잘 해나갈 자신이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서류상 이혼만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내는 집을 나갔고, 한 달에 두 번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된 것입니다.
아내의 남자는 아내가 처리토록 … 남편은 직접 만나지 말아야
아내의 남자는 아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절대 남편이 나서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무엇보다 부부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상대 남자는 자연스럽게 정리됩니다.
밥만 먹고 살면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요즘의 부부는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소통하며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결혼을 했든 이혼을 했든, 별거 상태든 동거 상태든, 미혼으로 혼자 살든 현대는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개인의 가치와 행복감, 존중을 중요시하는 시대입니다.
아내의 외도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남편들은 주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가정을 지키고, 아내도 자신의 마음을 잡아준 남편을 고마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아내의 외도는 그동안 결혼생활에 교정과 수정이 심각하게 필요함을 알리는 초강력 메시지입니다.
남자의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더 중요한 아내, 자녀를 잃을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자존심은 스스로를 높이고 공경하며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의로운 자존심은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소신에 주저 없이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생각해봅시다. 내 집 안에 빨간색 위험 경보기가 돌아갈 때 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까? 가정 안에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존재감을 찾을 수 있는, 비록 지금은 많이 아프고 힘들지만 세상 어떠한 것보다 가치 있고 귀한 기회가 아닙니까?
아내의 외도가 의심된다면 당신에게 그 기회가 왔음을 알려드립니다. 의미 있는 보상은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용기 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