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박찬욱 감독에게는 쉼표 같은 영화다. 5년 동안 ‘복수’ 3부작을 만들었던 그는 처음으로 사랑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기획했다. 그러나 ‘위선적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사랑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고 뒤늦게 고백했듯, 박 감독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의외로 고전한 영화가 바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다. 그는 어느 날 몸에서 총알이 마구 나가는 소녀의 꿈을 꾼 뒤 이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내가 사람 웃기고 거친 것 처음 알아”
이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은 임수정에게서 얻을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고 있는 소녀 차영군 역을 맡아 순수하면서도 엉뚱한 캐릭터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TV 하이틴 드라마 ‘학교1’로 데뷔한 것이 2001년이니, 연기자로서 활동한 시간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짧은 것도 아니다. 임수정은 그 후 ‘피아노 치는 대통령’(2002년)을 거쳐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2년)으로 비로소 연기자가 되었다.
문근영·염정아 등과 공연한 ‘장화, 홍련’에서 임수정은 자신의 실수로 동생이 죽었다는 죄의식 때문에 몸속에 3명의 캐릭터를 갖고 있는 정신분열증 환자로 등장한다. 문근영·임수정 자매의 등장은 한국영화에 전혀 새로운 얼굴을 추가했다.
‘…ing’(2003년)는 임수정의 첫 단독 주연작이다. 그러나 흥행에는 실패했고 연기자로서 개성도 돋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TV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년)는 임수정을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린 작품이다. TV를 통해 지명도를 높인 그녀는 최근 영화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임수정은 ‘새드무비’(2005년)와 ‘각설탕’(2006년)에 이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년)를 찍었다. 1980년생인 임수정의 연기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만개한다.
생고구마 먹으며 37kg으로 감량 … 스태프들 먼저 감동
임수정이 맡은 차영군이라는 캐릭터는 정형화된 모델이 없다. 임수정이 느끼고 표현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그런 캐릭터였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지낸 고사 때 송강호가 해준 말은 임수정의 고민을 일거에 풀어주었다. 그것은 배우로서 백지상태에 어떤 선이나 그릴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며, ‘감독과 스태프들이 오케이하는 틀 안에서 자유자재로 놀아도 되는 캐릭터’라는 말이었다.
“내가 이렇게 사람을 웃길 수도 있구나, 내가 이렇게 거칠어질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임수정이라는 배우를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그녀의 연기는 막힌 데가 없다. 촬영 현장에서 임수정이 느꼈던 한없는 자유로움을 관객은 똑같이 맛보게 된다. 그것은 그녀가 마음을 비우고 백지상태로 인물에 접근해서, 자신이 느끼고 받아들이는 모든 것을 훌륭하게 표현해냈다는 뜻이다. 충무로 뒷얘기로 임수정이 어떤 여우주연상이든 하나는 받아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도 그녀의 연기에 관객들보다 먼저 스태프들이 감동했기 때문이다.
차영군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고 있다. 결국 어머니는 그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무대는 신세계 정신병원이다. 차영군은 정신병원에 들어와 형광등에 말을 걸고, 자판기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대화를 시도한다. 차영군의 이런 행동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박일순이다. 가수 비가 정지훈이라는 본명으로 맡고 있는 박일순은 차영군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사랑의 시초는 관심이다.
그런데 차영군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기 때문에 밥을 먹지 않는다. 커다란 보자기에 라디오, 시계 등을 잔뜩 싸 짊어지고 다닌다. 이제 더 이상 밥을 먹지 않으면 영군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박일순은 신세계 정신병원의 해결사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특징적인 행동까지도 훔칠 수 있다고 믿는 환자다. 혹시 자신이 소멸돼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얼굴에 늘 커다란 마스크, 가면을 쓰고 다닌다.
결국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압축하면, 신세계 정신병원의 환자 차영군이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고 식사를 거부하자 그녀에게 관심 있는 또 다른 환자 박일순이 차영군에게 밥을 먹도록 설득한다는 내용이다. 그것은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다.
임수정의 키는 167cm. 원래 마른 체격인데 영화 속 설정이 식사를 안 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임수정은 이 악물고 다이어트를 해서 몸무게를 37kg까지 뺐다. 날고구마와 사과 몇 조각을 먹으며 버틴 것이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헬스클럽을 찾아 러닝머신 위에서 뛰었다. 영화 속 그녀의 퀭한 눈은 분장이 아니라 차영군처럼 식사를 하지 않아서 생긴 모습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에서 처음으로 12세 이상 입장가를 받은 이 작품은 그러나 표현상 12금이 없었을 뿐이지 상당히 전위적인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다.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기 때문에 차영군은 밥이 아니라 건전지의 에너지를 먹는다. 양극에 침을 발라놓고 두 손으로 양극을 꼭 쥐면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차영군의 모습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눈썹. 임수정은 눈썹을 탈색해서 노랗게 만들어 색다른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 자신 실험” 모험심과 강한 도전의식
“장르나 캐릭터, 흥행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나 자신을 실험해보고 싶다.” 임수정의 말은 연기자로서의 끝없는 욕심을 드러낸 것이다. 자신이 진짜 연기자로서 평가받는 시기는 30대가 될 것이라며, 현재는 자신의 스펙트럼을 시험하는 기간이라고 했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심이 강한 도전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수정은 차영군 그 자체가 되어 관객을 쥐었다 폈다 한다. 마치 전지전능한 신의 힘을 갖고 있는 듯, 그녀 자신의 내면에 사로잡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는 망상증 환자를 뛰어나게 소화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 티격태격 박일순 역의 정지훈과 다투면서 찍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번에도 로맨스는 일어나지 않았다.
시사회장에 목까지 올라오는 베이지색 원스를 입고 나온 임수정. 그녀의 다음 작품은 허진호 감독의 ‘행복’이다. 2007년 개봉 예정인 ‘행복’에서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궁금하다.
“내가 사람 웃기고 거친 것 처음 알아”
이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은 임수정에게서 얻을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고 있는 소녀 차영군 역을 맡아 순수하면서도 엉뚱한 캐릭터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TV 하이틴 드라마 ‘학교1’로 데뷔한 것이 2001년이니, 연기자로서 활동한 시간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짧은 것도 아니다. 임수정은 그 후 ‘피아노 치는 대통령’(2002년)을 거쳐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2년)으로 비로소 연기자가 되었다.
문근영·염정아 등과 공연한 ‘장화, 홍련’에서 임수정은 자신의 실수로 동생이 죽었다는 죄의식 때문에 몸속에 3명의 캐릭터를 갖고 있는 정신분열증 환자로 등장한다. 문근영·임수정 자매의 등장은 한국영화에 전혀 새로운 얼굴을 추가했다.
‘…ing’(2003년)는 임수정의 첫 단독 주연작이다. 그러나 흥행에는 실패했고 연기자로서 개성도 돋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TV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년)는 임수정을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린 작품이다. TV를 통해 지명도를 높인 그녀는 최근 영화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임수정은 ‘새드무비’(2005년)와 ‘각설탕’(2006년)에 이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년)를 찍었다. 1980년생인 임수정의 연기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만개한다.
생고구마 먹으며 37kg으로 감량 … 스태프들 먼저 감동
임수정이 맡은 차영군이라는 캐릭터는 정형화된 모델이 없다. 임수정이 느끼고 표현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그런 캐릭터였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지낸 고사 때 송강호가 해준 말은 임수정의 고민을 일거에 풀어주었다. 그것은 배우로서 백지상태에 어떤 선이나 그릴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며, ‘감독과 스태프들이 오케이하는 틀 안에서 자유자재로 놀아도 되는 캐릭터’라는 말이었다.
“내가 이렇게 사람을 웃길 수도 있구나, 내가 이렇게 거칠어질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임수정이라는 배우를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그녀의 연기는 막힌 데가 없다. 촬영 현장에서 임수정이 느꼈던 한없는 자유로움을 관객은 똑같이 맛보게 된다. 그것은 그녀가 마음을 비우고 백지상태로 인물에 접근해서, 자신이 느끼고 받아들이는 모든 것을 훌륭하게 표현해냈다는 뜻이다. 충무로 뒷얘기로 임수정이 어떤 여우주연상이든 하나는 받아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도 그녀의 연기에 관객들보다 먼저 스태프들이 감동했기 때문이다.
차영군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고 있다. 결국 어머니는 그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무대는 신세계 정신병원이다. 차영군은 정신병원에 들어와 형광등에 말을 걸고, 자판기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대화를 시도한다. 차영군의 이런 행동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박일순이다. 가수 비가 정지훈이라는 본명으로 맡고 있는 박일순은 차영군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사랑의 시초는 관심이다.
그런데 차영군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기 때문에 밥을 먹지 않는다. 커다란 보자기에 라디오, 시계 등을 잔뜩 싸 짊어지고 다닌다. 이제 더 이상 밥을 먹지 않으면 영군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박일순은 신세계 정신병원의 해결사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특징적인 행동까지도 훔칠 수 있다고 믿는 환자다. 혹시 자신이 소멸돼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얼굴에 늘 커다란 마스크, 가면을 쓰고 다닌다.
결국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압축하면, 신세계 정신병원의 환자 차영군이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고 식사를 거부하자 그녀에게 관심 있는 또 다른 환자 박일순이 차영군에게 밥을 먹도록 설득한다는 내용이다. 그것은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다.
임수정의 키는 167cm. 원래 마른 체격인데 영화 속 설정이 식사를 안 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임수정은 이 악물고 다이어트를 해서 몸무게를 37kg까지 뺐다. 날고구마와 사과 몇 조각을 먹으며 버틴 것이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헬스클럽을 찾아 러닝머신 위에서 뛰었다. 영화 속 그녀의 퀭한 눈은 분장이 아니라 차영군처럼 식사를 하지 않아서 생긴 모습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에서 처음으로 12세 이상 입장가를 받은 이 작품은 그러나 표현상 12금이 없었을 뿐이지 상당히 전위적인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다.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기 때문에 차영군은 밥이 아니라 건전지의 에너지를 먹는다. 양극에 침을 발라놓고 두 손으로 양극을 꼭 쥐면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차영군의 모습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눈썹. 임수정은 눈썹을 탈색해서 노랗게 만들어 색다른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 자신 실험” 모험심과 강한 도전의식
“장르나 캐릭터, 흥행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나 자신을 실험해보고 싶다.” 임수정의 말은 연기자로서의 끝없는 욕심을 드러낸 것이다. 자신이 진짜 연기자로서 평가받는 시기는 30대가 될 것이라며, 현재는 자신의 스펙트럼을 시험하는 기간이라고 했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심이 강한 도전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수정은 차영군 그 자체가 되어 관객을 쥐었다 폈다 한다. 마치 전지전능한 신의 힘을 갖고 있는 듯, 그녀 자신의 내면에 사로잡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는 망상증 환자를 뛰어나게 소화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 티격태격 박일순 역의 정지훈과 다투면서 찍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번에도 로맨스는 일어나지 않았다.
시사회장에 목까지 올라오는 베이지색 원스를 입고 나온 임수정. 그녀의 다음 작품은 허진호 감독의 ‘행복’이다. 2007년 개봉 예정인 ‘행복’에서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