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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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광’ 트럼프 상대할 대선 주자들 골프 실력은… 홍준표 아마추어 고수, 이재명 초보 수준

미국과 통상현안 풀어야 할 차기 대통령 ‘골프 외교’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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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입력2025-04-14 18: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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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뉴스1

    사진 출처=뉴스1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9일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뉴욕 트럼프타워를 찾아가 1000만 원 상당의 일본제 고가 혼마 골프채를 선물했다. ‘골프광’ 트럼프에게는 ‘취향 저격’ 선물인 셈이다. 이후 이들은 일본과 미국에서 5차례 골프 회동을 가지면서 서로를 ‘도널드’, ‘신조’라고 편하게 부를 정도로 두터운 친분을 다졌다.

    트럼프 재선 직후 재빨리 워싱턴으로 날아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자주 비교됐다. 이시바와 트럼프 당선인 간 통화 시간이 5분에 그치자, 일본 언론에선 고교 시절 골프부에서 활동했던 이시바가 10여 년간 사실상 끊었던 골프채를 다시 잡을지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명한 골프 애호가로 미국 내 12개의 골프장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 1기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필드에서 골프 외교를 적극 활용했다. 트럼프는 “어떤 사람에 대해 잘 알려면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것보다 함께 골프를 치는 것이 낫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골프가 좋든 싫든, 골프를 잘 하든 못 하든 트럼프를 상대해야 하는 각국의 정상들에게 골프는 현실적인 외교 수단이 돼 버렸다. 이는 6월 4일 취임하는 차기 대통령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대선 주자들의 골프 실력도 단순한 개인의 취미를 넘어 유권자들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군 법무관 시절 ‘싱글’ 한동훈

    유력 대선 주자들 가운데 골프 실력이나 라운딩 이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정치인은 없다. 대부분 골프를 안치거나, 칠 줄은 알아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국제 외교에서 골프가 비공식적인 소통의 장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선 여전히 ‘정치인의 골프’에 대해선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예외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 애호가다. 스스로 30년 가량 골프를 즐겼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과거 자신의 SNS나 인터뷰 등에서 골프를 종종 언급해왔고, 본인의 취미 중 하나로 골프를 꼽은 적도 있다.



    2023년 대구시장 재임 중에는 공무원들과의 골프 회동 논란이 언론에 보도됐고, 이에 대해 “사적인 일정이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1년에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골프를 예의 바르게 치는 사람이다”, “무리하게 치지 않는다” 등의 표현으로 본인의 골프관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경남도지사를 지내던 2015년엔 공무원 사기 진작을 명분으로 ‘경남도지사배 공무원 골프대회’를 개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가명으로 치지마라, 죄짓는 거 아니다’, ‘뇌물 골프 치지마라’ 두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골프 친다고 시비 안 건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골프 실력은 ‘80대 중후반 타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정치권의 ‘숨은 고수’다. 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한 전 대표가 공군 장교로 근무했을 때 골프를 꽤 잘 쳤다는 얘기를 본인이 말한 적 있다”며 “다만 검사 시절과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는 골프를 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진영의 한 시사평론가는 “한 대표가 지금은 골프를 치지 않지만 군대에 있을 때는 싱글을 쳤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통역 없이 대화도 할 수 있고, 트럼프와 (골프를 하면서) 죽이 아주 잘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문수 전 장관, 안철수 의원, 한덕수 국무총리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

    1996년 총선을 통해 일찌감치 정계에 입문한 김 전 장관은 주변에서 “골프를 못 치면 큰 정치인이 되기 어렵다”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골프 치는 시간이 아까워 여전히 ‘골프 못 치는 정치인’으로 남았다고 한다. 안철수 의원도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시간이 없어서”라며 “골프도 바둑도 못 배웠다”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측은 “한 평생 공직자로 살아왔고, 골프와는 거리를 뒀다”고 말했다.

    이재명 전 대표는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를 대신했고, 중앙대 법과대학에 들어가서도 사법시험 준비를 하느라 학창시절부터 골프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사법연수원 동기들과 한때 골프 모임을 갖기도 했으나 자주 하지 않았고,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골프 라운딩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여의도에선 이 전 대표가 골프 라운딩을 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성남시장 재직 때부터 이 전 대표와 함께 일해 온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전 대표의 거의 모든 해외 출장을 함께 갔는데 문제가 됐던 골프 모임(2015년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 등이 포함된 라운딩) 외에는 이 전 대표가 해외출장 중에 골프를 친 기억이 없다”며 “이 전 대표는 골프를 칠 줄은 알지만 거의 안친다고 보면 된다. 실력은 거의 초보자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아예 골프를 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는 대통령은 자신의 리조트인 마러라고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등에서 각 국 정상이나 유력 인사들을 초청해 라운딩을 하며 외교의 무대로 골프장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새 대통령에게 ‘골프 외교’를 제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3월 29일 미국 플로리다 트럼프 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라운딩을 했다. ‘관세 전쟁’ 와중에서 세계 각국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몇 분에 걸친 전화 회담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스투부 대통령은 장장 8시간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핀란드산 쇄빙선 구입 의사를 밝히자 핀란드 대통령이 트럼프를 상대로 유럽의 공동 현안에 대한 해법 마련과 자국의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에 14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국익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당장은 골프를 안 하는 대선 주자들도 ‘골프 외교’를 위한 노력을 해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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