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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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맛’ 만들고 맛보고… 2025 K-푸드 발효문화대전

김치 등 발효식품 전시… 체험교실에선 시민들 고추장·수제청 직접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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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yhmoon93@donga.com

    입력2025-04-1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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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K-푸드 발효문화대전’에서 장진수 바른먹거리학교 공동대표가 체험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윤

    4월 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K-푸드 발효문화대전’에서 장진수 바른먹거리학교 공동대표가 체험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윤

     “발효음식이야말로 진정한 저속 노화 식단 아닐까요.”

    4월 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2025 K-푸드 발효문화대전’(발효문화대전)을 찾은 최혜윤 씨(25)의 말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전국 각지의 명품 발효식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발효문화전시관’과 발효식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발효체험교실’로 꾸며졌다. 올해 6회째를 맞은 이날 행사에는 궂은 날씨에도 많은 시민이 방문해 다양한 발효식품을 접하고 직접 만들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고추장 직접 담그시던 어머니 떠올려”

    “K-푸드의 대표 주자 고추장을 함께 만들어보겠습니다.”

    오전 11시 발효문화대전 발효체험교실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장진수 바른먹거리학교 공동대표의 설명에 따라 다시마물에 마늘 발효액과 메줏가루, 천일염을 넣고 섞었다. 여기에 고춧가루, 조청 등을 더해 간편하게 고추장을 만들었다. 장 대표는 발효식품을 만들 때 우리 먹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청은 우리 쌀로 만들고 물엿은 유전자변형작물일 개연성이 큰 수입산 옥수수로 만든다”며 “조청 역시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드는 건강한 우리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좋은 재료가 풍기는 향을 음미하며 고추장 만들기에 몰두했다. 경기 광명에서 온 김용례 씨(54)는 “항상 어머니와 함께 장을 담갔는데 돌아가신 이후 어머니의 비법이 궁금했지만 물을 곳이 없었다”며 “고추장 제조법을 알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발효음식 행사가 있으면 적극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발효식품이란 효모와 곰팡이 등 미생물 작용으로 식품 성분이 분해되거나 새롭게 합성되며 만들어진 식품을 가리킨다. 발효에 관여한 미생물들이 음식물과 함께 몸에 들어가 장내 미생물 환경을 건강하게 유도함으로써 건강에 도움을 준다. 장과 김치, 유제품으로 대표되는 한국 전통 발효식품은 항염, 콜레스테롤 개선 등 다양한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독특한 풍미가 맛을 더한다. 유네스코는 2013년 ‘김장 문화’에 이어 지난해 12월 ‘장 담그기’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시간이 함께 버무린 유기적인 맛

    4월 5일 ‘2025 K-푸드 발효문화대전’에서 한 외국인이 체험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이상윤

    4월 5일 ‘2025 K-푸드 발효문화대전’에서 한 외국인이 체험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이상윤

    발효문화대전 전시관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장류, 김치류, 젓갈류 등을 비롯해 과실류, 식초류, 발효주 등 다양한 종류의 발효음식이 소개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한국장류발효인협회 소속 전국 명인들이 만든 식품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전북 부안에서 이상애 명인이 만드는 곰소왕젓갈은 감칠맛이 뛰어난 새우젓, 갈치액젓, 멸치액젓 등으로 유명하다. 조서연 명인은 발효 과정을 세심하게 관리한 누룩에 특별한 재료를 더해 전통주를 만든다. 전시관에는 조 명인이 만든 찹쌀 오가피 청주, 흑임자 청주, 찹쌀막걸리 청주가 나란히 놓였다. 김정중 명인은 충남 공주 계룡산에서 전통 방식으로 24년간 장을 만들어왔다. 지역 특산물을 더한 알밤청국장이 대표 상품이다. 행사장을 찾은 김 명인은 “충남 관내에서 재배된 재래콩을 가마솥에 넣고 8시간 동안 장작불로 정성을 쏟는다”며 “발효가 잘된 장은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관을 찾은 이들은 전시된 발효식품과 함께 안내된 상품명과 소개 자료를 보고 바로 검색을 하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발효문화대전을 찾은 이승주 씨(42)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아 휴대전화에 이름을 저장해두고 집에 가서 주문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보리막장 쌈장 만들기, 수제청 만들기 세션이 이어졌다. 체험교실이 이어지는 동안 우리 발효음식에 관심 있는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김치와 장, 젓갈 외에도 식초, 요구르트 등 전국의 다채로운 발효식품이 소개됐다. 서울 중구에서 온 김진아 씨는 “요즘 슬로푸드에 관심이 있어 행사장을 찾았다”며 “발효식품 종류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는데 발효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곳을 알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보리막장 쌈장 만들기에 참가한 김모 씨(63)는 “체험도 하고 선물도 받아서 좋다”며 “오늘 만든 쌈장을 곁들여 집에서 저녁을 먹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진수 대표는 “직접 만든 발효식품을 시민들이 맛보고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니 체험교실이 더욱 즐겁고 뜻깊게 느껴졌다”며 “우리 발효음식은 여러 재료의 조합에 시간까지 어우러져 유기적인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