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싱야오, ‘버블태스크포스’
세계화와 지역성이라는 이슈는 동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영역에 걸쳐 전 지구적 변화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전선의 화두 가운데 하나다. 그러므로 이 전시의 목표는 아시아에서 전 지구화와 지역성의 문제, 지역 또는 지역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재성찰, 반세계화 이슈에 대한 예술적 접근, 지역적 사고와 지역적 실천(think local, act local)을 견인하는 예술전략 등이 될 것이다. 출품작들은 지역적 체험이나 실천으로부터 작품을 끌어내는 경우, 비판적 시선으로 삶의 정황들을 읽어내는 경우,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 세계화와 지역성의 권력관계를 은유하는 경우 등 다양한 경로로 전 지구화 시대의 ‘로컬’한 예술적 실천을 시도했다.
전시는 여러 갤러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쌈지스페이스에서는 35명의 한국 작가 작품이 전시된다. 설총식의 ‘고릴라 샐러리맨’이나 이원석의 ‘뒤집어진 거북이’는 세계화와 지역성의 권력관계를 은유한다. 최평곤과 이종구는 평택 대추리 들녘에 세워진 대나무 조형물 사진과 주민들의 빛 바랜 사진들을 수집한 액자를 제시함으로써 로컬하면서도 글로벌한 이슈를 보여주었다.
대안공간 루프와 갤러리 숲에서는 외국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중국, 대만, 태국, 싱가포르, 일본, 터키, 이란,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에서 참여한 17인의 작가들은 각각 다른 시각으로 주제에 접근했다. 다케 준이치로와 야마네 야스히로가 참가하는 일본의 신주쿠 노숙자 프로젝트 그룹은 전시장 인근의 가게를 돌며 빈 종이박스를 얻어다가 노숙자의 집을 지었다. 대만 작가 리시이는 한국 사회에서 금기시되고 있는 문신 퍼포먼스를 벌였다. 역시 대만 작가 첸싱야오는 일본 군국주의나 아시아 지역에서의 새로운 패권주의에 대한 냉소적인 패러디 작업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미술이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12월17일까지, 쌈지스페이스, 대안공간 루프, 갤러리 숲, 02-3142-1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