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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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제왕 키루스 “정직하게 벌어 고귀하게 쓸 때 가장 행복”

재물에 대한 욕망 인정하면서도 나누는 것에 더 기뻐해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4-12-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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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페르시아 위인 가운데 키루스(기원전 600년 무렵∼530년)가 있다. 아테네 등 고대 그리스 국가들은 계속해서 페르시아와 전쟁을 벌였는데, 그 페르시아를 제국으로 만든 이가 바로 키루스다. 개인적으로는 로마제국의 기틀을 마련한 카이사르와 더불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다. 키루스는 적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는 자기에게 항복한 나라를 억압하고 착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존중하고 이전보다 더 많은 이익을 안겨줬다. 키루스는 현 중동 지역을 제패했는데, 이렇게 정복당한 지역의 주민들은 키루스를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아버지라고 부르며 존경했다. 보통 로마가 1000년 제국을 이룩한 것은 동맹국을 중시하고 적을 포용하는 관용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관용 정책의 모델이 바로 키루스의 페르시아였다.

    페르시아 키루스는 돈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GettyImages]

    페르시아 키루스는 돈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GettyImages]

    돈 욕심은 본능

    그런 키루스가 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살펴보자. 키루스는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많이 나눠줬다. 동료인 크로이소스는 그런 키루스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후하게 줘버리면 머지않아 가난해질 것이다. 네가 좀 더 재물을 모으는 데 신경 썼다면 지금보다 몇 배나 많은 양의 재물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에 키루스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나 또한 재물에 대한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건 신들이 우리 영혼에 불어넣은 마음이다. 나도 다른 사람처럼 재물에 만족할 줄 모른다. 사람들은 재물을 필요 이상으로 거둬들이고 그것을 관리하느라 피곤해한다. 하지만 나는 신들의 가르침에 따라 항상 더 많이 거두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거뒀을 때는 그것을 친구들이 어려워졌을 때 사용한다. 나는 재물을 많이 소유한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재물을 정직한 방법으로 많이 획득하고, 그것을 고귀한 목적을 위해 쓸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돈에 대한 키루스의 철학은 돈을 많이 벌고, 그 돈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는 것이다. 돈을 벌고자 하는 마음, 돈이 더 많았으면 하는 마음은 나쁜 게 아니다. 그것은 신들이 우리 영혼에 불어넣은 마음, 즉 본능이다. 제국의 왕으로서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던 키루스도 가진 재물에 만족할 수 없었다. 계속 더 많은 재산을 바랐다. 그러나 키루스는 돈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행복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 돈을 주변 사람들을 위해 쓸 때 더 행복할 수 있다.
    키루스는 이렇게 말한다.

    “엄청난 부를 얻어 명성을 누리는 사람이 친구들을 돕지 않는다면 그는 비열한 자다. 또한 자신의 재산 규모를 친구들에게 감추는 사람도 비열하다. 왜냐하면 친구들은 그자가 부자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어려운 일을 당해도 아무런 부탁을 하지 못하고 궁핍한 현실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공개하고, 이에 비례해 신사적으로 행동하려 노력하는 게 가장 솔직한 길이다.”

    키루스는 실제 자신의 재산을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데 사용했다. 사람들은 키루스를 이렇게 평가했다.

    “키루스는 자신을 위해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재산을 쌓아두는 것보다 나눠주는 것을 더 기뻐한다.”

    보통 사람은 재산 증식에 초점

    키루스는 돈을 모으기만 해서는 안 되고, 모은 돈을 주변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했다. 키루스의 말이 맞다. 하지만 돈을 모으는 데 더 초점을 두는 이들을 변호하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사람은 행복을 추구한다. 키루스가 돈을 나눠주는 일을 중시한 이유는 그의 말마따나 그럴 때 더 큰 행복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은 돈을 모을 때 쌓여가는 재산 규모를 보면서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돈을 쌓는 건 행복감을 느끼기 위한 그 자신의 노력이다.

    1억 원을 처음 모았을 때 굉장히 기쁘다. 단순히 현금 1억 원이 있다는 사실로만 기쁜 게 아니라, 성취감이 있고 자신감도 생기기 때문이다. 9900만 원과 1억 원은 실제로 별 차이 없지 않나. 그런데 희한하게 1억 원을 찍으면 행복감이 크다. 토익 890점과 900점은 영어 실력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900점이 되면 심리적으로 크게 달라진다. 돈도 마찬가지다. 재산의 앞 단위가 달라지면 굉장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후 2억 원, 3억 원이 되면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1억 원을 모았을 때만큼 행복감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재산이 10억 원이 되면 또 달라진다. 이때도 굉장한 행복을 느낀다. 이후에도 50억 원이 됐을 때, 100억 원이 됐을 때 등등 숫자의 앞 단위가 달라지면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10억이 100억이 되는 것처럼 앞 단위가 바뀌면 분명 희열이 있다. 여행 가고 맛있는 것 먹고 취미 활동을 하는 것보다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돈을 모으는 건 분명 자신의 행복감을 증진하는 길이다. 그러니 돈을 모으기만 하는 사람을 비난할 필요가 없다. 키루스의 말마따나 재산이 늘어나기를 원하는 것은 신이 사람들의 영혼에 불어넣은 마음이다. 보통 사람이 이 마음에서 벗어나는 건 어렵다. 키루스는 재산을 늘리는 것을 넘어서서 주변 사람들을 위해 돈을 썼고, 그 때문에 키루스는 위대한 인물이 됐다. 돈을 모으는 데 초점을 두는 건 보통 사람, 모은 돈을 나누는 데 초점을 두는 건 위대한 사람의 길이다. 돈을 모으는 데 초점을 두면 나쁜 사람이고, 모은 돈을 나누는 데 초점을 두면 보통 사람인 게 아니다. 돈을 나누는 사람은 칭송해야겠지만, 돈을 모으기만 한다고 해서 비난할 일도 아닌 것이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키루스는 자기가 재산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숨기는 것을 옳지 않다고 봤다. 자신의 재산을 솔직히 모두 공개해 주변 사람들이 그걸 알고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키루스의 말이 맞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국가와 주변 사람들이 그의 부를 인정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전제다. 부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부당하게 그 재산을 빼앗으려 하는 나라에서는 자신의 부를 숨겨야 한다. 권력과 재산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 괜찮다. 자신이 부자라는 사실을 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은 없으면서 재산만 가지고 있을 때는 자신이 부자라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권력자가 재산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돈이 많다는 티를 내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가는 부자라는 말은 그래서 사실 칭찬만은 아니다. 전근대사회에서는 부자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면 재산을 빼앗기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이었을 뿐이다.

    자기가 부자라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회는 키루스 같은 현명하고 인자한 사람이 권력자로 있을 때나 가능했다. 실제 페르시아도 키루스가 죽고 난 후 달라졌다.

    키루스가 죽은 뒤 달라진 페르시아

    그리스 작가 크세노폰은 키루스가 죽고 난 이후의 페르시아를 이렇게 평가했다.

    “키루스가 죽고 나자 모든 것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페르시아인은 특히 돈 문제에서 정직하지 못하게 변했다. 그들은 법을 어긴 사람뿐 아니라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사람까지 체포해 정당한 이유도 없이 돈을 내게 했다. 따라서 부자는 죄를 많이 지은 사람 못지않게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키루스의 페르시아는 돈을 벌고 모으는 걸 신이 인간에게 불어넣은 마음이라고 인정했고, 부자가 자신의 재산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주변 사람들을 돕는 걸 칭송하는 나라였다. 키루스의 페르시아가 이후 로마 같은 제국들의 모범이 된 건 키루스가 가졌던 이런 돈의 철학과도 관련 있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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