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등에 올라 조개를 잡거나 산책하는 사람들.
인적 끊긴 나만의 바다 가장 가볼 만한 곳
대이작도는 자월도, 승봉도, 소이작도와 함께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에 딸린 섬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2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아 수도권에서는 당일여행도 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하룻밤 이상 머물지 않은 섬에서는 별다른 감흥을 얻기 어렵다. 우리나라 섬들은 대부분 대낮보다 해질녘부터 해 뜰 무렵까지의 시간에 더 다채로운 풍광과 정취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면적 2.57km2에 해안선 길이가 18km인 대이작도는 걸어서 둘러보기에 적당하다. 하지만 늦여름 햇살에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자동차를 타고 들어가도 된다. 섬 구석구석까지 찻길이 나 있어 자동차를 이용하기 편리하다. 그리고 대이작도에서 하룻밤을 묵는다면 섬 한복판의 장골마을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작은풀안해수욕장, 큰풀안해수욕장, 목장불해수욕장, 영화 ‘섬마을 선생님’의 촬영지, 부아산 전망대, 장승쉼터, 삼신할미약수터 등의 명소들이 산책하듯 가볍게 둘러볼 만한 거리에 있다. 게다가 안팎이 깔끔한 신축 펜션과 민박집이 많아 숙소를 구하기도 쉽다.
장골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명소는 약 100m 거리에 자리한 작은풀안해수욕장. 민박집 객실에서 파도소리가 들릴 만큼 가깝다. 이 작은풀안해수욕장을 비롯한 대이작도의 해수욕장은 모두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깔려 있는 데다 경사도 완만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 뒤편의 해송숲에서는 야영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썰물 때는 해수욕장 바로 앞바다에 ‘풀등’ 또는 ‘풀치’라 불리는 거대한 모래섬이 신기루처럼 나타나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한다.
대이작도와 소이작도의 서남쪽 바다에 형성되는 풀등은 밀물 때는 바다 속에 잠겼다가 썰물 때만 나타나는 모래섬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사리 때는 길이 5km, 폭 1km의 거대한 위용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평선이 수평선과 겹쳐 보일 정도로 광활한 이 모래섬은 대이작도의 작은풀안해수욕장이나 큰풀안해수욕장에서는 조금만 헤엄치면 닿을 듯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풀등에 오르려면 천생 낚싯배나 모터보트(배편 문의/ 풀등펜션 011-392-3945)를 이용해야 한다. 100% 모래밭으로 이뤄진 풀등에서는 맛, 고둥, 바지락, 비단조개 등을 잡거나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조개잡이용 호미, 따가운 햇살을 가려줄 비치파라솔이나 작은 천막, 얼린 생수와 간식을 챙겨 가는 것이 좋다.
장골마을 북쪽에 우뚝 솟은 부아산 정상(159m)에서는 풀등의 전체 규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찻길 종점에서 그리 길지 않은 계단을 지나고 작은 구름다리를 건너면 정상의 팔각정에 당도한다. 이곳에서는 풀등뿐 아니라 승봉도, 사승봉도, 소이작도, 대이작도, 덕적도, 소야도, 선갑도, 굴업도 등 숱한 섬들이 오롯이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 영흥도의 영흥화력발전소 굴뚝, 인천 송도, 충남 당진과 서산 땅까지도 아스라이 보인다. 작은 섬의 나직한 산인데도 높은 산정에 뒤지지 않을 만큼 탁월한 조망을 선사한다. 게다가 부아산 정상과 능선 세 곳에는 나무데크나 정자 형태로 만들어진 전망대가 세워져 있어 상쾌한 조망은 물론 편안한 휴식도 즐길 수 있다.
다채로운 풍경 간직 … 낚시 즐기기도 좋아
부아산 정상에서 바라본 해질녘 바다 풍경.
그 밖에 장골마을에서 500m가량 떨어진 큰풀안해수욕장은 철 지난 바닷가의 소슬한 정취를 느끼기에 좋다. 그리고 승봉도 선착장과 마주 보는 섬의 맨 동쪽 바닷가에 자리잡은 옛 계남분교는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동명 히트곡을 영화화한 ‘섬마을 선생님’의 촬영지다. 또한 장골마을에서 계남분교로 가는 도중에 지나는 목장불해수욕장은 조롱목처럼 잘록한 곳에 자리해 바다가 양쪽으로 펼쳐지는 이채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대이작도의 선착장이나 갯바위에서는 낚시를 즐기기에 좋다. 감성돔 돌돔 같은 고급 횟감은 없지만, 갯장어 우럭 노래미 등의 어종이 심심찮게 올라와 짜릿한 손맛을 안겨준다. 이 손맛에 매료된 사람들은 십중팔구 일정을 늦추거나 머지않아 이 섬을 다시 찾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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