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시 사능수목원에서 한 가족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피곤에 지친 몸을 달랑 손잡이 하나에 기댄 채 서울로 서울로, 경기도로 경기도로 오가는 ‘경기도 남자’들. 출퇴근 때마다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경기도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가장 큰 이유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값’ 때문이다. 3.3㎡당 3000만원을 훌쩍 넘는 서울 강남지역은 물론, 뉴타운 개발에 따른 강북 집값의 상승은 일반 시민들이 서울에서 집을 얻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경기도에서 적극적으로 택지지구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한 것도 경기도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로 평가된다. 1981년 1월부터 2008년 6월30일까지 경기도 내에는 분당, 중동, 평촌, 일산 등 1기 신도시를 비롯해 모두 116개 택지지구(1억1450만4000㎡)가 조성됐다. 이렇게 새롭게 조성된 택지지구에는 수원시 인구의 3배에 달하는 313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택지지구도 68개(1억8114만7000㎡)에 달해 2013년에는 250만4000여 명의 인구가 추가로 유입될 전망된다. 이처럼 택지지구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경기도로 향하는 이주민도 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서울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뉴타운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경기도 이주를 촉발한다. 기존 주택에서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서울 주변지역의 높은 집값 탓에 의정부시 등 경기도 쪽으로 대거 이동하는 것이다.
서울의 높은 집값과 경기도 주택공급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불가피하게 이주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다양한 주거환경을 고려해 경기도 사람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용인시의 경우 퇴직한 노인들이 모여 살면서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친환경 도시인 하남시에는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산다.
“처음엔 교통·교육환경 마음 걸렸지만 살다 보니 괜찮아요”
한성대 이용만 교수(부동산학)는 “경기도로 이주할 때 30대 초반은 교육환경보다 교통환경, 집값, 해당 주거의 쾌적함 정도를 고려한다. 반면 30대 후반과 40대는 자녀가 있는 만큼 교육환경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고 지적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박석민(45) 씨는 가족의 좀더 쾌적한 삶을 위해 경기도로 이주한 경우다.
“여기에 온 지도 15년이 훨씬 넘었어요. 교통이나 교육환경이 마음에 걸렸지만 막상 살아보니 큰 불편이 없더라고요. 대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생활의 질은 돈으로 평가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경기도에는 2개의 과학고, 9개의 외국어고를 비롯해 각 지역별로 비평준화 고교가 많아 서울 못지않게 교육열이 뜨겁다. 이 때문에 학원이 잘 갖춰져 있으며, 대형 마트와 멀티플렉스 등 편의시설도 서울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박씨는 “서울로 출근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나 하나 고생해 가족이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덧붙인다.
‘경기도 남자’가 되는 데는 아내의 막강한 파워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다. 서울에서는 꿈꾸기 힘든 삶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강점과 친구들에게 뒤지기 싫다는 경쟁심 때문에 경기도로 향하는 30대도 늘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이모(32·여) 씨는 2년 전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5억7000만원 상당의 66㎡대 소형 아파트에 살 때만 해도 집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비교되는 것이 무척 싫었다고 한다.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친구 사이에서도 집 평수를 비교하며 잘사는 쪽이 못사는 쪽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부부싸움도 많이 했죠.”
이씨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남편에게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고 2억원으로 99㎡대 이상의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서울 외곽지역으로 이사 가자”고 꾸준히 설득했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남편도 결국 뜻을 접고 ‘경기도 남자’가 됐다.
주택비용으로 골프·수영 등 여가활동 가능
피곤한 퇴근길. 버스 차창에 기대 지친 몸을 달랜다.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김광석 실장은 “사는 곳은 그곳에 사는 사람의 지위를 웅변한다”면서 “비슷한 계층의 사람끼리 모여 살면서 서로 비교되지 않으려는 욕구가 분명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사는 곳을 통해 자신이 주변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은데, 서울에서는 큰돈을 갖고 있지 않으면 보여주기 힘들다. 경기도로 이주하면 이런 욕구를 실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신(新) 경기도 남자’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나 하나 힘들더라도 가족들이 편하고 행복하다면’이라고 강변한다. 가장으로서의 부담감이 여전히 큰 것이다. 이들의 처진 어깨가 안쓰러워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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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 세대 | 연령별 인구수 | ||||||
소계 | 0~14세 | 15~29세 | 30~39세 | 40~49세 | 50~64세 | 65세 이상 | ||
2006 | 4,068,786 | 10,906,033 | 2,249,175 | 2,308,292 | 2,161,999 | 1,970,014 | 1,408,971 | 807,582 |
2007 | 4,183,926 | 11,106,211 | 2,211,775 | 2,342,729 | 2,157,089 | 2,023,261 | 1,500,166 | 871,191 |
경기도 세대별 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