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나물과 서양 채소, 호두와 잣이 들어간 웰빙 비빔밥.
한식당 성원의 손순자 씨가 다양한 비빔밥을 선보이며 웰빙 비빔밥을 상시 식단으로 올리는 까닭은 젊은이들의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손씨는 대한상공회의소 한식당에서 18년, 프레스센터를 거쳐 현재 남대문 옆 삼성생명 건물 지하1층 성원에서 총 25년째 한식당 일을 하고 있다. 10여 년 전 성원이 문을 열 때는 설렁탕 전문 음식점이었다. 요즘도 좋은 뼈, 믿을 만한 고기로 설렁탕을 내지만 설렁탕을 찾는 사람이 줄어 당분간은 내지 않을 거라고 했다. 대신 손씨가 집중하며 개발하고 있는 식단은 비빔밥이다.
1984년 처음 상공회의소에서 요리를 시작할 때도 비빔밥 메뉴는 있었다. 전주비빔밥과 산채비빔밥이었다. 고기를 볶아서 넣은 고추장에 나물을 무치고, 데치고, 볶아 넣은 전주비빔밥은 시간 없는 사람들이 한 끼를 해결하기 좋은 음식이었다. 손씨는 2000년 웰빙 바람이 불고 채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본격적으로 생채나 산나물, 해물을 섞는 비빔밥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손씨가 개발한 비빔밥을 헤아리면 주꾸미비빔밥, 낙지해물비빔밥, 녹차해물비빔밥, 영양돌솥비빔밥, 송이비빔밥, 톳비빔밥 등이 있는데 어느 것을 중심에 놓느냐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씀바귀뿌리·취나물 등 팍팍 … 조미료 배제 자연의 맛 살려
내가 맛본 것은 웰빙 비빔밥이었다. 씀바귀뿌리와 취나물이 들어가 쌉싸름한 맛이 돌았다. 새송이와 청경채, 참나물이 들어가고 외국품종 채소들로 로메인, 라디치오, 파프리카, 알파파에, 비타민(나물 이름), 고소한 맛이 나게 잣과 호두도 들어갔다. 밥보다 채소가 더 많아 보이는데 한 공기 밥을 넣으니 고루 비벼졌다. 우리나라 비빔밥의 화룡점정은 고추장과 참기름이다. 이 두 가지 양념이 들어가면 아무리 많은 서양 채소가 들어간다 할지라도 비빔밥은 한국 음식이다.
그런데 손씨는 고추장 양념에 변화를 주었다. 외국인 손님들이 비빔밥을 시키면서 “고추장 빼주세요” 말이 필요 없게 변주를 했다. 고추장에 식초와 청국장 분말을 넣고, 그 다음에는 공개할 수 없는 재료를 섞어 만든 특별양념이다. 다음 달에는 토마토고추장비빔밥을 선보일 거라고 한다.
충청도 청양에서 자란 손씨는 어려서 먹었던 뒤꼍 대소쿠리에 담긴 보리밥에 콩밭 열무(콩잎에 빛이 가려 잎이 연하고 콩으로부터 비료를 제공받아 영양이 풍부하다) 뽑아다가 산초기름에 고추장 넣어 비벼 먹던 비빔밥을 잊지 못한다. 된장에 풋고추 찍어 먹던 그 시절 그 맛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조미료 쓰지 않는 웰빙 비빔밥으로 아들딸 같은 젊은 직장인들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겠다고 한다.
*허시명의 요리사와 요리는 이번 호로 끝맺습니다.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