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8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수사진은 변모 씨라는 54세 남성을 체포했다. 겉으로 보기엔 의심할 여지 없는 주지스님. 그러나 그는 ‘사이비’였다. 붙잡고 보니, 불교 경전도 못 읽고 염불도 못하면서 자신을 영특한 도사라고 소문낸 뒤 여성 신도들을 현혹, 성폭행하고 10억원대의 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게 사건을 이첩받은 검찰은 변씨의 추가 범행을 밝혀냈다. 8월13일 기소 과정에서 적용된 혐의는 공갈, 강간, 사기, 폭행 등 무려 10가지다. 과거 사기죄 등으로 여섯 번의 전과, 11년10개월 형을 선고받았던 전력이 있는 변씨. 그는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다양한 유형의 범행을 한꺼번에 저질렀다. 검찰 공소장에 적힌 그의 범행은 예전과 비교가 안 될 만큼 교묘하고도 대담했다.
가짜 염불 외워주거나 그림 그려주고 환심 사
검찰에 따르면, 7세 때 부모와 헤어져 강화도 전등사에서 자란 변씨는 소년 시절부터 절도 등으로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다. 1981년부터는 특수부 검사, 국가안전기획부 직원, 기자 등으로 행세하며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진 뒤 이를 빌미로 금품을 뜯어냈다. 90년대 40세에 접어들면서 권력기관 직원 사칭이 힘들어지자 아예 승려로 위장해 신앙심이 깊은 여신도만 골라 사기행각을 벌였다.
먼저 변씨는 자신이 태백산 암자에서 수도한 도사라고 소문낸 뒤 이 소문을 듣고 찾아온 부녀자 신도에게 가짜 염불을 외워주거나 그림을 그려줘 현혹했다. 이 틈을 타 변씨는 기(氣)치료나 살풀이 명목으로 신도들을 여관 등으로 유인, 탐욕을 채웠다.
신도들은 가족에게 성폭행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하는 변씨에게 속수무책으로 금품까지 갈취당하는 2차 피해를 입었다.
특히 불교미술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A씨가 가장 큰 피해자다. 자신이 운영하는 미술관에 개인 사찰까지 건축해 주목을 끈 A씨는 불심이 깊은 데다 재력도 있어 본의 아니게 변씨의 최적 범행 대상이 됐다.
2005년 6월 A씨의 개인 사찰에 승복을 입고 찾아간 변씨는 자신을 ‘석정’이라는 법명으로 소개하며 접근했다. 변씨는 “부처님이 방향을 제시해 찾아왔다. 큰 절을 갖고 있고 대선불교 조계종 종회의장인 나는 태백산 토굴에서 수년간 수행했으며 대한민국에서 천도제를 가장 잘 지내는 승려”라며 A씨를 안심시켰다. 대선불교 조계종은 한국불교종단협회에 등록된 27개 분파에 포함돼 있지 않다.
변씨는 A씨에게 자신과는 무관한 강원도 평창의 신축 사찰이 본인 것이라며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다. 이어 미술관의 개인 사찰을 50억원에 사겠다는 달콤한 말로 A씨의 환심을 산 뒤 “강원도에 절을 지을 수 있는 급매물 땅이 있는데 계약금을 빌려주면 소유권을 관장님 명의로 하겠다”며 먼저 7000만원을 받아냈다.
이때부터 ‘인면수심’의 범행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해 10월부터 개인 사찰에 기거하면서 운영까지 맡았던 변씨는 얼마 뒤 “관장님과 남편의 명이 짧고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운명이다. 나와 ‘교류’해야 명을 이을 수 있다”며 A씨를 숙소로 유인해 성폭행했다.
같은 핑계로 수차례 A씨를 범한 변씨는 표정을 바꿔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1년4개월여 동안 16억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변씨의 강압에 못 이겨 생명보험을 해약하고 친동생에게까지 돈을 빌려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현금뿐 아니라 순금과 미 달러까지 뺏겼다.
변씨의 범행은 극에 달해 아예 “전생에 네 남편이었으니 나에게 시주하라”는 내용으로 A씨에게 두 차례 각서를 쓰게 한 뒤 1억원이 넘는 돈을 받기도 했다. 2006년 10월 이후에는 A씨가 돈이 없어 못 주겠다고 하자 A씨 남편에게 돈을 빌리는 형식으로 차용증을 써주며 3억여 원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변씨는 A씨에게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추가 범행을 위해 자신의 ‘홍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사찰 주지로 행세하면서 언론 인터뷰는 물론, 2006년 9월에는 가수 등 인기 연예인을 초청해 산사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음악회 개최 때는 현지 새마을지도자회, 번영회 등으로부터 후원도 받았다. 불교계의 한 신문은 ‘변씨가 강화도 전등사에서 출가해 1977년 일본 도쿄의 한 사찰에서 2년간 수련하고 1981년부터 태백산 암자에서 13년간 안거했으며, 그 뒤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 사찰의 주지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수지하는 등 포교에 앞장서다가 1998년 대선불교 조계종 창종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내막을 모르는 피해자들은 이런 변씨에게 번번이 속았다. 사찰에 양초를 납품하던 B씨 역시 변씨의 ‘마수’에 걸려들고 말았다. 변씨는 2007년 8월 양초에 문제가 있다는 핑계로 B씨에게 접근해 성폭행한 뒤 먼저 1000만원을 뜯어냈다.
A씨에게 했던 수법과는 다르게 이때는 사고로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거나 조계종 총무원장에 출마한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또한 전국 조계종 사찰에 양초를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거나, 강화도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데 공사비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해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전생에 남편이니 시주하라고 각서 요구
검찰 수사 결과, 변씨는 A씨에게 ‘작업’을 걸 무렵 또 다른 여신도 C씨에게 천도제 비용으로 금품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변씨는 C씨의 동생이 암에 걸린 사실을 안 뒤 출처도 없는 삼 뿌리를 산삼 혹은 장뇌삼으로 속여 수천만 원을 뜯어냈다. 또한 산사음악회 초청 가수들의 개런티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아냈을 뿐 아니라, 조계종 승려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소재 대한불교 조계종 조계사 건물 앞에서 C씨를 만나 관세음보살 불상 비용 명목으로 2000만원을 갈취했다.
영특한 도사라는 소문을 듣고 사찰에 불공을 드리러 찾아온 50대 여성 D씨에게는 “남편과 이별 수가 있어 이혼해야 한다”고 속여 성추행한 뒤 돈을 뜯어냈다. 이후 “자네 몸속에 나의 피가 돌게돼 모든 일이 잘될 것” 이라며 강남 포교당 사무실 계약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내가 네 남편인데 왜 돈을 못 구해주느냐. 내가 네 남편에게 돈을 달라고 할까”라고 위협해 1억4000여 만원을 받아냈다.
올해 3월엔 D씨를 협박해 서울 종로구의 한 안경점에서 223만원짜리 안경을 구입했으며, 5월 이후엔 밥도 못 먹고 차비도 없다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 강탈한 것으로 밝혀졌다.
변씨에 대한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아직 말 못하는 피해자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명품 거짓말’로 치장한 사이비 승려의 대담한 행각의 끝이 어디쯤인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경찰에게 사건을 이첩받은 검찰은 변씨의 추가 범행을 밝혀냈다. 8월13일 기소 과정에서 적용된 혐의는 공갈, 강간, 사기, 폭행 등 무려 10가지다. 과거 사기죄 등으로 여섯 번의 전과, 11년10개월 형을 선고받았던 전력이 있는 변씨. 그는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다양한 유형의 범행을 한꺼번에 저질렀다. 검찰 공소장에 적힌 그의 범행은 예전과 비교가 안 될 만큼 교묘하고도 대담했다.
가짜 염불 외워주거나 그림 그려주고 환심 사
검찰에 따르면, 7세 때 부모와 헤어져 강화도 전등사에서 자란 변씨는 소년 시절부터 절도 등으로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다. 1981년부터는 특수부 검사, 국가안전기획부 직원, 기자 등으로 행세하며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진 뒤 이를 빌미로 금품을 뜯어냈다. 90년대 40세에 접어들면서 권력기관 직원 사칭이 힘들어지자 아예 승려로 위장해 신앙심이 깊은 여신도만 골라 사기행각을 벌였다.
먼저 변씨는 자신이 태백산 암자에서 수도한 도사라고 소문낸 뒤 이 소문을 듣고 찾아온 부녀자 신도에게 가짜 염불을 외워주거나 그림을 그려줘 현혹했다. 이 틈을 타 변씨는 기(氣)치료나 살풀이 명목으로 신도들을 여관 등으로 유인, 탐욕을 채웠다.
신도들은 가족에게 성폭행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하는 변씨에게 속수무책으로 금품까지 갈취당하는 2차 피해를 입었다.
특히 불교미술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A씨가 가장 큰 피해자다. 자신이 운영하는 미술관에 개인 사찰까지 건축해 주목을 끈 A씨는 불심이 깊은 데다 재력도 있어 본의 아니게 변씨의 최적 범행 대상이 됐다.
2005년 6월 A씨의 개인 사찰에 승복을 입고 찾아간 변씨는 자신을 ‘석정’이라는 법명으로 소개하며 접근했다. 변씨는 “부처님이 방향을 제시해 찾아왔다. 큰 절을 갖고 있고 대선불교 조계종 종회의장인 나는 태백산 토굴에서 수년간 수행했으며 대한민국에서 천도제를 가장 잘 지내는 승려”라며 A씨를 안심시켰다. 대선불교 조계종은 한국불교종단협회에 등록된 27개 분파에 포함돼 있지 않다.
변씨는 A씨에게 자신과는 무관한 강원도 평창의 신축 사찰이 본인 것이라며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다. 이어 미술관의 개인 사찰을 50억원에 사겠다는 달콤한 말로 A씨의 환심을 산 뒤 “강원도에 절을 지을 수 있는 급매물 땅이 있는데 계약금을 빌려주면 소유권을 관장님 명의로 하겠다”며 먼저 7000만원을 받아냈다.
이때부터 ‘인면수심’의 범행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해 10월부터 개인 사찰에 기거하면서 운영까지 맡았던 변씨는 얼마 뒤 “관장님과 남편의 명이 짧고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운명이다. 나와 ‘교류’해야 명을 이을 수 있다”며 A씨를 숙소로 유인해 성폭행했다.
같은 핑계로 수차례 A씨를 범한 변씨는 표정을 바꿔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1년4개월여 동안 16억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변씨의 강압에 못 이겨 생명보험을 해약하고 친동생에게까지 돈을 빌려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현금뿐 아니라 순금과 미 달러까지 뺏겼다.
변씨의 범행은 극에 달해 아예 “전생에 네 남편이었으니 나에게 시주하라”는 내용으로 A씨에게 두 차례 각서를 쓰게 한 뒤 1억원이 넘는 돈을 받기도 했다. 2006년 10월 이후에는 A씨가 돈이 없어 못 주겠다고 하자 A씨 남편에게 돈을 빌리는 형식으로 차용증을 써주며 3억여 원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변씨는 A씨에게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추가 범행을 위해 자신의 ‘홍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사찰 주지로 행세하면서 언론 인터뷰는 물론, 2006년 9월에는 가수 등 인기 연예인을 초청해 산사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음악회 개최 때는 현지 새마을지도자회, 번영회 등으로부터 후원도 받았다. 불교계의 한 신문은 ‘변씨가 강화도 전등사에서 출가해 1977년 일본 도쿄의 한 사찰에서 2년간 수련하고 1981년부터 태백산 암자에서 13년간 안거했으며, 그 뒤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 사찰의 주지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수지하는 등 포교에 앞장서다가 1998년 대선불교 조계종 창종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내막을 모르는 피해자들은 이런 변씨에게 번번이 속았다. 사찰에 양초를 납품하던 B씨 역시 변씨의 ‘마수’에 걸려들고 말았다. 변씨는 2007년 8월 양초에 문제가 있다는 핑계로 B씨에게 접근해 성폭행한 뒤 먼저 1000만원을 뜯어냈다.
A씨에게 했던 수법과는 다르게 이때는 사고로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거나 조계종 총무원장에 출마한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또한 전국 조계종 사찰에 양초를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거나, 강화도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데 공사비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해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전생에 남편이니 시주하라고 각서 요구
변씨는 조계종 분파 종회의장으로 행세하며 한 불교계 신문과 인터뷰하기도 했다.
영특한 도사라는 소문을 듣고 사찰에 불공을 드리러 찾아온 50대 여성 D씨에게는 “남편과 이별 수가 있어 이혼해야 한다”고 속여 성추행한 뒤 돈을 뜯어냈다. 이후 “자네 몸속에 나의 피가 돌게돼 모든 일이 잘될 것” 이라며 강남 포교당 사무실 계약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내가 네 남편인데 왜 돈을 못 구해주느냐. 내가 네 남편에게 돈을 달라고 할까”라고 위협해 1억4000여 만원을 받아냈다.
올해 3월엔 D씨를 협박해 서울 종로구의 한 안경점에서 223만원짜리 안경을 구입했으며, 5월 이후엔 밥도 못 먹고 차비도 없다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 강탈한 것으로 밝혀졌다.
변씨에 대한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아직 말 못하는 피해자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명품 거짓말’로 치장한 사이비 승려의 대담한 행각의 끝이 어디쯤인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