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받아 대출이자도 못 내는 ‘적자 상가’ 수두룩

[돈의 심리] 자본수익 기대하기 어려운 상가, 수익률 최소 연 4%는 돼야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5-03-22 09: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정기적으로 월세 수익을 얻고 있음에도 상가 투자에 실패했다는 임대인들이 있다. GettyImages

    정기적으로 월세 수익을 얻고 있음에도 상가 투자에 실패했다는 임대인들이 있다. GettyImages

    A는 서울에 상가를 보유하고 있다. 월세 수익이 있으면 퇴직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조금은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 그래서 A는 오랫동안 벌고 모은 돈으로 상가를 샀다. 현재 이 상가에서 들어오는 월세 수익은 300만 원이다. 매달 꼬박꼬박 300만 원이 통장에 꽂힌다. 친구들이 “좋겠다” “나도 그러고 싶다”며 부러워한다.

    친구들이 이렇게 찬사를 보내는데, 정작 A는 상가 얘기만 나오면 떨떠름해한다. 오히려 “나는 망했다”며 속상해한다. 친구 대부분은 A가 이렇게 말하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300만 원씩 정기적으로 수입이 발생하는데 대체 뭐가 문제인가. 더욱이 이 상가 가격은 20억 원대다. 20억 원짜리 상가를 가졌고, 다른 사람의 월급만큼 돈을 추가로 받고 있으면서 도대체 뭐가 망했다는 건가. 내심 좋으면서 겉으로만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이라고 다들 생각한다.

    정말 겉으로만 앓는 소리일까

    상가를 보유해 월세를 300만 원씩 받는다. 과연 친구들 생각처럼 부러움의 대상일까, 아니면 당사자 A 말대로 망해서 안쓰러운 사람일까.

    최근 한 친척에게 연락이 왔다. 이 친척은 상가를 빌려 작은 사업을 하고 있다. 매달 70만 원씩 월세를 낸다. 지금은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는데, 한 가지 걱정이 있다. 임대인이 추후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자기가 쓰겠다며 나가라고 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임대인은 이 상가를 팔려고 내놓은 상태고, 새로운 주인이 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친척은 내게 이 상가를 사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내가 이 상가 주인이 되면 나가라고 할 일은 없다.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할 일도 없다. 월세는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낼 테니 서로 윈윈(win-win)이다.

    그러면서 설명을 한다. 상가가 있는 지역에 어떤 발전 계획이 있고, 주변 환경이 어떻고, 거주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등등을 얘기한다. 실제로 해당 지역은 최근 떠오르고 있다. 인구가 늘고 아파트 가격도 계속 오르는 추세다. 이렇게 동네가 좋으니 상가를 사도 손해 볼 일은 없다. 오히려 지금 사놓으면 좋을 것이다.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그 상가가 얼마인지 가격을 물었다. “3억7000만 원. 처음 상가를 분양받았을 때 가격이래. 더 받지 않고 분양가로 팔겠대. 분양받은 지 몇 년이나 됐는데, 괜찮은 거 아냐? 상가 주인이 욕심은 없는 사람이야.”

    만약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면 나는 그를 사기꾼으로 봤을 것이다. 타인을 등쳐먹으려 하는 영락없는 사기꾼이라 생각하고 바로 대화를 끝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친척이 나에게 사기를 칠 리는 없다. 어떻게 된 걸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알게 된다. 그는 정말 이 거래가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바가지 쓰지 않고 몇 년 전 분양가대로 살 수 있으니 정말 괜찮은 조건이고, 다달이 월세 70만 원씩을 받을 수 있으니 내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돈이 있으면 직접 상가를 사서 월세를 내지 않고 운영했을 테지만, 돈이 없으니 내게 사라고 제안한 것이다.

    상가 선택 기준, 아파트와 달라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정말 이렇게까지 모를 수 있는 거구나” 싶었다. 이 친척은 이미 오래전 아파트를 구입했고, 현재 상가를 임차해 사업까지 하고 있으면서도 상가가 비싼지 싼지, 바가지인지 적정 가격인지 알지 못했다. “이래서 상가를 사서 망하는 사람이 많구나” 생각했다.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지역이 위치가 좋고, 발전하고 있고, 거주 인구도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건 아파트를 살 때나 중요하게 보는 요소다. 상가는 그런 걸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아무리 지역이 좋아도 상가는 길 하나에 흥망이 갈린다. 지역이 발전하면 아파트에는 분명 좋다. 그러나 상가는 망할 수도 있다. 상가 거래에서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질문이 들어온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 상가는 수익률이다. 적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한다면 자본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안정적으로 계속 월세가 들어올 수 있느냐다.

    “나는 월세를 계속 잘 낼 테니 그건 문제없는 것 아냐?” 월세는 잘 낼 것이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매매가가 3억7000만 원인데, 월세가 70만 원이라고? 1년 임대료가 840만 원이니 상가 주인의 수익률은 2.2%다. 여기에 세금을 고려하면 실제 수익률은 2%가 채 안 된다. 그냥 괜찮은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게 훨씬 낫다. 이런 상가에서는 적어도 수익률이 4%는 나와야 한다. 그렇다고 월세를 2배로 올릴 수는 없으니 수익률을 맞추려면 매매가는 1억8000만 원이어야 한다. 그 정도면 생각해볼 수 있다.

    “상가 주인은 3억7000만 원에 샀고 그게 분양가였는데.” 3억7000만 원에 상가를 살 때는 못해도 월세 140만 원은 받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월세를 70만 원밖에 못 받고 있으니 이 주인은 실제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은행 대출을 2억 원가량 받았다면 월세로 이자도 못 내고 있을 것이다. 도리어 이자를 부담하느라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상가 분양가는 제대로 된 가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파트는 건설하면 거의 다 분양된다. 그래서 건설비에 적정 이윤만 붙여 팔아도 된다. 5억 원을 들여서 지었다면 5억5000만 원에 분양하는 것이다. 상가는 다르다. 분양률이 50%도 안 된다. 반밖에 안 팔고도 이윤을 얻으려면 분양가를 높여야 한다. 5억 원을 들여 지었다면 10억 원에 팔아야 한다. 그래서 상가 분양가는 시세보다 한참 비싸게 책정된다. 월세 시세를 고려하면 1억8000만 원 정도에 분양했어야 하는데, 이런 이유로 3억7000만 원에 판 것이다. 그리고 지금 주인은 그걸 덥석 문 셈이다.

    “근데 너는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긴, 직접 당해봤으니까 알지.” 과거 복합쇼핑몰 상가를 분양받은 적이 있다. 매달 월세로 100만 원 이상을 벌 수 있다고 해서 구입한 상가였다. 실제로 상가가 운영되기 시작했을 때 월세는 50만 원밖에 안 됐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의아했고,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상가개발 전문가 과정 등에 등록해 들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상가의 논리와 아파트·빌라의 논리는 완전히 다르다. 겉으로는 수익을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손해를 보고 있는 상가 주인이 엄청나다. 다달이 월세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마냥 부러워할 일이 아닌 것이다.

    부풀려 책정되는 상가 분양가

    A는 상가에서 월세 300만 원을 받고 있다. 겉보기에는 매달 300만 원이면 노후 준비도 이미 끝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A 스스로는 망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는 어떠냐고? 내가 보기에도 A는 망했다. 한 번의 잘못된 투자로 그간 고생해서 모은 돈을 날린 것이다. 앞으로도 이 수렁에서 빠져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20억 원을 주고 상가를 샀다면 못해도 600만 원 이상 월세 수익을 벌어들여야 한다. 아파트라면 당장 월세가 낮아도 나중에 가격이 오르면서 자본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상가는 그렇지 않다. 월세 수익으로 상가 가격이 정해진다. 월 300만 원이면 10억 이상 받기 힘들다. A가 20억 원에 산 상가 가치가 10억 원으로 떨어진 것이다. 대출을 많이 받았다면 월세 수익으로 은행 이자도 못 내 매달 자기 돈을 퍼부을 수 있다. 상가가 팔리면 좋겠지만, 상가 투자를 하는 사람 중 분양가 수준으로 이 상가를 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상가는 A가 큰 손해를 보고 팔 때까지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A에게는 자신의 현 상황을 이해하고 위로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은 “월세를 300만 원이나 받는다고? 부럽다, 좋겠다”라고만 한다. 인식의 괴리다. 그래서 돈이 얽힌 사람 간에는 갈등이 해소되기 어려운지도 모른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