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박해윤 기자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지금은 낙관할 때인가, 경계할 때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정말 내년에 증권가의 예측대로 800조~900조 원을 벌 수 있겠느냐”는 의문과 함께였다.
박 대표는 한화자산운용, 인피니티투자자문 등을 거쳐 2021년 체슬리투자자문을 설립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코스피 3000 돌파를 예측해 ‘동학개미의 스승’으로 불렸다. 박 대표에게 최근 들어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이유와 투자 대응 방법에 관해 물었다.
금리는 역사적으로 증시 뒤흔든 트리거
지금부터 경계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이유는.“주식투자가 어려운 것은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싼 데도 더 싸질 때가 있어서다. 지하 1층이라고 생각해 샀는데 지하 7층이 있는 경우도 많지 않나. 반대로 주가가 이미 비싼데 더 비싸질 때도 있다. 이때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 290조 원이던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전망이 올해는 900조 원까지 올라갔다. 내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익이 더 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두 회사 주가가 지금도 ‘너무 싸다’고 말한다. 그런데 증권가 전망대로 되려면 제품 가격은 현행대로 유지되면서 공급 물량이 늘어야 하는데, 나는 제품 가격을 현재의 절반 정도로 예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올해 D램(DDR4, DDR5) 가격이 전년 대비 10배,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년 대비 5배 오른 것은 2022년 11월 챗GPT 등장 이후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만 폭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반도체 3사가 범용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아서다. 그러다 보니 캐파(생산능력) 확장이 전혀 안 돼 범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당장 6월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지 않나. 2017년 설립된 창신메모리는 지난해까지 계속 적자였는데 DDR4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올해 1분기 대규모로 흑자 전환했다. 창신메모리가 IPO를 통해 조달하려는 금액이 2900억 위안(약 64조5500억 원)인데 그 돈으로 공격적 투자를 하면 HBM은 기술력 차이로 못 만든다고 해도 범용 반도체 가격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창신메모리가 본격적으로 물량을 공급하는 것은 내후년이라 제품 가격이 내년까지는 급격히 안 빠질 수도 있겠지만,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선행되는 반도체 주가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창신메모리라는 존재가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상황이 다를 거라고 본다.”
‘삼전닉스’ 투자자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얘기다.
“지금 반도체 같은 경우는 인공지능(AI) 슈퍼 인프라 사이클이 맞다. 그런데 경쟁 구도로 봤을 때 엔비디아의 GPU, 브로드컴의 ASIC(주문형 반도체), TSMC의 파운드리는 독보적이지 않나. 이들 기업이 독보적인지는 영업이익률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엔비디아는 67%, 브로드컴이나 TSMC는 각각 57%다. 범용 반도체는 다르다. 범용 메모리 반도체는 적자가 났다가 수요가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고, 그러다 공급이 조금만 늘어나면 언제든 적자가 나는 비즈니스라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조금 쉬어가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코스피 상승을 가로막는 트리거는 무엇일까.
“금리다. 2000년대 닷컴버블이 터졌을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가 6.5%,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6%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터치하면서 터졌다. 최근에도 10년물 국채금리가 4.6%를 넘었다가 다행히 종전 기대감에 4.5% 언저리로 내려오면서 안정은 됐지만 잠시 위태로운 상황이 펼쳐졌다. 지금 같아서는 5%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섹터별로 거품이 과해지면 터질 수도 있는 만큼 이제부터는 금리를 주시해야 한다.”
반도체 랠리 멈추면 ‘조방원’ 바통 터치 가능성
최근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럴 때는 어떤 전략을 써야 하나.“주가가 쌀 때와 비쌀 때 전략이 달라야 한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들고 나왔을 때 한국 주식시장은 2280까지 빠졌다. 그때처럼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쌀 때는 사서 가만히 들고 있는 바이앤드홀드(Buy & Hold: 주식 매수 후 장기 보유) 전략이 맞다. 그런데 만약 그 상황에서 조금 올랐을 때 팔고 다시 떨어졌을 때 사는 트레이딩 전략을 사용했다면 결과가 굉장히 안 좋았을 것이다. 그 뒤로 주가가 하락하지 않아서다. 반면 주가가 비싼 영역에 들어가면 트레이딩 전략을 써야 한다. 고평가된 영역에서는 장기투자 전략을 사용해선 안 된다. 2021년 삼성전자를 9만 원에 샀던 분들도 5년 동안 고생하지 않았나.”
반도체 주가 피크아웃에 관한 말도 나오는데.
“실적 성장을 동반한 주가는 절대 한꺼번에 빠지지 않는다. 보통 상승과 하락 과정을 6개월 정도 거친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주가가 올랐다가 내려가고 반등하는 과정이 반복될 텐데, 그걸 보고 하락 시 더 샀어야 한다고 생각해 물량을 채웠다가는 나중에 잔뜩 안고 떨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반도체주가 하락하면 증시도 꺾이나.
“반도체주가 옆으로 가면 다른 종목들이 엄청 올라올 것이다. 그 안에는 실적 성장주와 기대감으로 오른 내러티브 성장주가 섞여 있을 텐데, 트레이딩에 능한 투자자가 아니라면 무조건 실적 성장주를 사야 한다. 이번 장의 시작은 반도체가 아니라 조방원(조선·방산·원전)이었다. 시총의 절반을 차지하는 반도체 랠리가 멈추면 조방원이 바통을 다시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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