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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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직업을 없애지 않는다… 직원을 대체할 뿐

살아남는 직업은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일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6-06-04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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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업무 경험을 가진 직원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동료들이 하던 일까지 독식하면서 특정 직무의 경우 직원 수와 사회 초년생의 입사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오랜 업무 경험을 가진 직원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동료들이 하던 일까지 독식하면서 특정 직무의 경우 직원 수와 사회 초년생의 입사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흔히 인공지능(AI)이 직업을 사라지게 만들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실제로 개발자 채용을 중단하고 심지어 기존 인력을 감축하기까지 하는 테크 기업 사례와 마케팅, 고객상담, 디자인, 통번역, 영상편집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보여주는 놀랄 만한 성과를 따지면 많은 직업을 AI가 대신할 수 있다는 공포증이 일어나기에 충분하다.

    시니어가 AI 쓰고 사회 초년생 입사 기회 줄어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AI 도입과 함께 콜센터, 고객상담, 마케팅, 콘텐츠 제작,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화이트칼라 직군에서 감원과 채용 중단이 현실화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과 영화 미디어 기업, 소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특정 직무의 인력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시나리오 초안 작성이나 편집 보조, 재고관리, 데이터 분석, 리서치, 지침서 작성 같은 업무를 AI가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를 보고 AI가 직업을 없앤다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 정확하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기업 현장 상황은 AI가 ‘직원’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지 ‘직업’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즉 특정 직무에 종사하는 직원 수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AI가 그 업무를 오로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일 잘하는 직원이 고도화된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일을 수행하고 있다. 과거 여러 명의 동료와 같이해야 했던 일을 직원 한 명이 AI 에이전트를 사용해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니 프로그래밍이나 고객상담, 마케팅, 디자인, 리서치 분야 직업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AI 에이전트를 통제하는 사람은 여전히 그 직업을 갖는다. 단,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 직업을 끝까지 유지하는 사람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많은 업무를 독식하게 된다.

    따라서 신규 채용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오랫동안 해당 업무 경험을 쌓은 시니어가 AI 에이전트를 이용해 업무를 더 빠르게, 많이, 잘 처리함으로써 신입사원은 물론, 동료도 필요 없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국내 기업들 역시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으며 기업에 입사해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하는 사회 초년생과 주니어의 입사 기회도 사라지고 있다. 이것이 AI가 가져온 냉혹한 현실이다.



    물론 지금 직업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확신하긴 어렵다. 자율주행차 성능이 갈수록 좋아지면서 무인 자동차가 실제 도로를 달리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나르는 서빙 로봇도,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 로봇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3년, 5년, 10년이 지나면 실제로 사라지는 직업이 나타날 것이다.

    실제 AI에 의해 사라지게 될 직업들의 특징은 뭘까. 단순히 반복 업무가 많다는 것으로 그 특징을 설명할 순 없다. 핵심은 그 일이 처음부터 끝까지 예외 상황 없이 데이터와 규칙으로 처리될 수 있는지 여부다. 업무 절차가 표준화돼 있어 고객의 요구를 예측할 수 있고,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할 일이 비교적 적어 사람의 신뢰나 관계 형성이 덜 중요한 직업일수록 AI나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운전, 접수, 단순 상담, 정형화된 번역, 반복적인 콘텐츠 제작, 기초 데이터 분석처럼 입력과 출력이 명확한 일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된다.

    일 잘하는 사람만 남아 AI 에이전트로 업무 독식

    반대로 살아남는 직업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며, 고객의 감정과 맥락을 읽고 윤리적 판단과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AI 시대 경쟁력은 특정 직업에 있지 않다. 그 직업 안에서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판단력과 책임감, 현장 감각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달렸다.

    AI는 직업을 없애지 않는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실력 차이를 빠르고 냉정하게 드러낸다. 일 잘하는 사람과 일 못하는 사람의 간극을 극대화해 일 못하는 사람을 일자리에서 내쫓는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도태되는 많은 노동자를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게 할 것인지, 이러한 사회가 지속가능할지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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