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 ‘신세계 마켓’. 천장에 바로크 양식 그림이 그려져 있다. 박해윤 기자
3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신세계 마켓’에서 장을 보던 40대 김모 씨가 한 팩(15알)에 3만9800원인 국내산 죽향딸기를 살펴보며 한 말이다. 신세계 마켓은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에 있는 1980㎡(약 600평) 규모의 식품관이다. 기존 매장을 개선해 2월 28일 다시 문을 열었다. 재개장 이후 3월 18일까지 약 22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해당 기간 식품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6% 상승했다.
샹들리에 아래 통조림 햄·참치 진열
3월 18일 오후 4시 기자가 신세계 마켓을 찾았을 때 실내에는 18세기 프랑스 작곡가 프랑수아 고세크의 바이올린 곡 ‘가보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곳곳에 마련된 시식대를 보면 백화점 식품관이 분명한데, 천장에 그려진 바로크 양식 그림이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을 줬다. 고급 호텔에나 있을 법한 노란빛 샹들리에 아래로 통조림 햄과 참치, 즉석 카레가 나란히 진열된 모습이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즉석식품이 진열된 ‘신세계 마켓’ 매대 위 천장에 샹들리에가 달려 있다. 박해윤 기자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신세계 마켓은 장을 보는 사람들로 붐볐다. 주황색 에르메스 쇼핑백을 든 채 쇼핑카트를 밀고 있던 60대 이모 씨는 자신을 신세계백화점 VIP라고 소개했다. 4층 명품관에서 딸 신발을 산 뒤 내려왔다는 그는 “집 근처에 대형 할인마트가 있지만 먹을거리는 여기서만 산다”며 “과일은 맛에 비해 좀 비싸다 싶은데, 육류나 생선은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는 50대 주부 김모 씨는 “여기 오면 마켓컬리나 쿠팡에서 팔지 않는 소스 종류가 많아서 좋다”면서 “손녀와 먹을 쇠고기 등은 되도록 신세계 마켓에서 산다”고 말했다.
딸기 1팩에 4만 원꼴
고급스러움을 전면에 내세운 백화점 식품관이 최근 온라인 유통업체의 공습으로 위기에 빠진 백화점업계에서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주요 3사(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식품관(식당가 포함) 매출은 전년 대비 평균 13% 증가했다. 3사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8%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백화점 식품관의 인기 요인에 대해 “입점 업체들이 독특하고 전문성이 있다는 입소문이 나기도 했고, 최근 사람들이 음식 섭취량을 줄이면서 맛있고 비싼 음식 소비에 더 관심을 갖게 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허 교수는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품질과 보관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백화점 식품관이 이 부분에서 온라인 쇼핑몰과 차별화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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