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된 블록버스터’에 젠슨 황 약발도 떨어진 ‘GTC 2025’

엔비디아 AI 칩 출시 3년 로드맵 발표에도 시장은 미적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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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5-03-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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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월 18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월 18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엔비디아의 다음 행보는 훨씬 더 커야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월 17일(이하 현지 시간)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 관련 기사에 붙인 제목이다. 블랙웰 울트라 등 엔비디아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이 인상적인 성능 향상을 보일 테지만, 시장은 ‘예상된 블록버스터’에는 가격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GTC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반전 없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기조연설에 엔비디아 주가는 3% 넘게 하락했다.

    “‘미다스의 손’ 젠슨 황 입지 약화”

    황 CEO는 3월 18일 GTC 2025 기조연설에서 3년을 내다본 차세대 AI 칩 출시 로드맵을 발표했다. 먼저 올해 하반기 블랙웰 업그레이드 버전인 블랙웰 울트라를, 내년 하반기에는 새로운 아키텍처인 루빈을 출하한다는 계획이다. 2027~2028년에는 각각 루빈 개량형인 루빈 울트라, 그다음 버전 아키텍처인 파인먼을 선보인다. 격년 주기로 신형 아키텍처를 내놓고, 발표 이듬해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변화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블랙웰 울트라의 경우 블랙웰과 동일한 HBM3E를 탑재하지만 용량을 기존 192GB(기가바이트)에서 288GB로 늘린다. 루빈과 루빈 울트라에는 각각 HBM4 288GB, HBM4E 1TB(테라바이트)가 적용된다. 또 추론 시장을 겨냥해 블랙웰 울트라부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중앙처리장치(CPU)를 페어링한 모델을 별도로 선보일 예정이다.

    황 CEO는 현재 공급 중인 블랙웰에 대한 고객사 반응을 언급하며 최근 불거진 딥시크발(發) 수요 감소 우려를 정면 돌파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올해 AI에 필요한 컴퓨팅 연산량은 지난해 예측한 것보다 100배는 많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아마존, 오라클 등 4대 클라우드 기업이 지난해 호퍼(블랙웰 이전 버전)를 130만 개, 올해 블랙웰을 이미 360만 개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튿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아예 엔비디아의 성격을 재정의했다. 황 CEO는 “칩 설계에 자부심이 있기는 하지만 엔비디아는 더는 AI 칩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와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로봇, 자동차, 공장 등 물리 AI 분야에서 거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예년과 달리 실망감을 드러냈다. 차세대 제품 공개, 블랙웰 수요 등이 모두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3월 14일 GTC 2025 개막을 앞두고 121.67달러(이하 종가 기준)까지 올랐던 엔비디아 주가는 18일 115.43달러로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기조연설에서 투자자들이 놀랄 만한 폭탄급 공개는 없었다”며 “그동안 황 CEO가 고객사와 협력사 이름을 언급만 해도 주가가 급등했으나, 이제 ‘미다스의 손’ 같던 그의 입지가 약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SK하이닉스, GTC 맞춰 HBM4 공개

    올해 GTC에서는 국내 메모리 기업에 대한 황 CEO의 거론도 거의 없었다. 지난해 “HBM 없이는 AI 칩도 없었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십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발언한 것과 대조적이다. 아직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을 시작하지 못한 삼성전자 관련 질문에도 “공급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고만 답했을 뿐, 구체적으로 시점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황 CEO가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위해 AI 칩을 ‘맥시멈 스케일 업’(최대치 확장)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밝힌 만큼 국내 메모리 기업에는 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GTC 2025 일정에 맞춰 세계 최초로 HBM4 12단을 선보였다.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조기 공급했으며, 하반기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그간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온 만큼 이번 HBM4 12단도 루빈에 탑재될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진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의 AI 시장 내 경쟁 우위는 확실하나, 당분간 주가 상승폭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황 CEO의 기조연설은 흠 잡을 데가 없었다”며 “그럼에도 엔비디아 주가가 떨어진 건 이제 그 정도 비전은 주가에 선반영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염 이사는 “로봇, 자율주행 등 분야에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장기 계획을 실제로 증명해내기까지 주가는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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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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