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1

..

[영상] “美 증시 하락장에선 소비재와 빅테크, 바벨 전략으로 버텨야”

안동후 유에스스탁 이사 “미국 증시 아직 바닥 아냐… 연준이 급하게 금리 내릴 때 주목”

  •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03-24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지금까지 M7(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스·아마존닷컴·알파벳·테슬라)을 포함한 빅테크 종목 집중도가 너무 높았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지난해 가을부터 나왔다. 그때부터 기관투자자는 M7 투자 비중을 서서히 줄였고, 반대로 개인투자자는 매수세를 보였다. M7 집중도가 높았다가 지금은 해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과 기관투자자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기관이 이긴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안동후 유에스스탁 이사가 3월 18일 인터뷰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기 경기침체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미국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안 이사는 올해 미국 증시와 빅테크가 지난해 같은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하락장 국면에서는 현금이 많은 빅테크와 월마트·코스트코·코카콜라 등 필수소비재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안 이사는 1999년 현대증권(현 현대차증권)에 입사해 프라이빗뱅커(PB) 등을 지낸 뒤 2017년 유에스스탁으로 자리를 옮긴 미국 증시 전문가다.

    안동후 유에스스탁 이사. 조영철 기자

    안동후 유에스스탁 이사. 조영철 기자

    금리 낮추려면 경기침체는 불가피

    현 미국 증시 상황을 어떻게 보나.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따라 시장이 휙휙 바뀐다. 트럼프 정부는 낮은 금리 환경을 만들어 앞으로 미국 경제를 더욱 부흥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하다. 금리를 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경기침체다.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내리는 상황이 만들어지기까지 불확실성은 점점 커질 것이다. 주식시장은 이슈들을 빠르게 반영하는 편이다. 3월 14일에는 빅테크 주가가 올랐다가 17일에는 빅테크 외 종목에서 반등이 있었다. 어느 종목이 등락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올해는 빅테크에서 강한 반등이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성장 가능성이 주춤해서인가, 아니면 트럼프 리스크 등 대외적 불확실성 때문인가.

    “둘 다 해당된다. 관세부터 살펴보자면 M7 중에서도 관세와 연관 있는 기업이 특히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애플의 주요 해외시장이 중국이고, 아마존도 소매 품목에 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꾸준히 의구심이 나오는 AI(인공지능) 투자는 성장성과 관련이 크다. 2026년까지 AI 투자를 줄일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표적 예다. AI 분야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다. 메타도 기대감이 큰 기업이었는데 시장 조정을 받다 보니 주가에 힘이 없다. 수익화만 보여준다면 시장은 바로 그것을 반영할 것이다.”

    하강 국면에서도 잘 버티는 빅테크의 특징은 무엇인가.

    “빅테크가 하락장에서도 유리한 이유는 경기둔화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현금을 지녔기 때문이다. 작은 회사는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실적 발표 시즌에 주가가 종종 급락한다. 현금을 많이 보유한 빅테크는 투자 기회에도 빨리 대응할 수 있고, 기업 인수도 제때 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금리를 낮춘 후 기업 규제와 은행 대출 규제를 푸는 것이 목표다. 금리가 낮아지면 빅테크는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반등도 빠를 것이다.”

    필수소비재 기업 담아야 하는 이유

    지난해까지만 해도 빅테크 중심의 투자 흐름이 주를 이뤘다. 올해는 바뀔 것이라고 보나.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는 방어주 관련 주식이 많이 올랐다. 예를 들어 보험업종이다. 미국은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 인상분을 전가해 수익을 보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로스앤젤레스 산불 이후 보험료 30% 이상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방어주 섹터가 스스로 잘해서 주가가 뛰었다기보다 시장이 안 좋다 보니 밀려 올라간 모양새이긴 하다.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방어적으로 담다 보니 주가가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쪽은 현금이 많은 빅테크로, 다른 쪽은 소비재나 보험 등 방어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바벨 전략이 유리한가.

    “개인투자자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현금 20%, 빅테크 50%, 필수소비재 20~30%로 구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현재 개인투자자는 빅테크 비중이 50%보다 많을 것이다. 이것을 전체 50% 정도까지 줄이고 방어주를 담는다면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현재 S&P500이 계속 조정받는 상황이라 데드 캣 바운스(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다가 잠깐 반등하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인지, 회복 국면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필수소비재를 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코스트코, 월마트 같은 필수소비재 기업은 물가가 올랐을 때 인상분을 소비자한테 전가할 수 있다. 게다가 불경기에도 소비를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보니 필수소비재 기업은 어느 정도 매출이 보장된다. 퍼포먼스가 엄청 뛰어나다기보다 시장 대비 안전하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코스트코는 꾸준히 상승한 기업이다. 그 배경에는 중요한 수익원인 회원비가 있다. 회원 이탈도 적고, 최근엔 회비도 인상하면서 주가에도 바로 반영됐다.”

    눈여겨볼 만한 또 다른 기업은.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음식점이나 치폴레, 스윗그린 같은 캐주얼 레스토랑이 있다. 가격이 싼 메뉴를 많이 내놓고 불경기에도 특화돼 있다. 소득이 낮은 층도 접근할 수 있는 품목을 파는 업종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다.”

    매수 타이밍은 어떻게 잡아야 하나.

    “바벨 전략을 통해 빅테크와 방어주를 모두 산다고 가정하면 방어주는 빨리 담고, 빅테크는 천천히 채워도 상관없을 것 같다. 현금이 100%라면 빅테크가 조정받을 때마다 조금씩 매수해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게 좋아 보인다. 다만, 테슬라는 6월까지는 지켜보는 게 좋다. 자율주행 테스트 기간을 포함하면 5월 중순부터 말까지는 기대감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전에는 악재가 좀 더 많이 작용할 전망이다.”

    섣부른 올인 금물, 분할매수가 핵심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증시가 좋지 않으면 ‘바겐세일’이라는 말도 나오지 않나.

    “‘Buy the dip(저가 매수)’ 전략이 최근 미국 주식에서는 거의 잘 맞았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매수하면 거의 회복하고 그 이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바겐세일 구간이 실제 경기침체로 들어갔을 때다. 코로나19 사태 때는 정부가 돈을 많이 풀어서 회복이 빨랐다. 이번에는 정부가 돈을 풀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트럼프 정부 정책이 진짜 경기침체를 만들지에 대한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 주식을 조금씩이라도 나눠서 사는 것을 추천한다.”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뜻인가.

    “아직 금리가 안 내려오지 않았나.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금리 수준은 약 3%인데 지금 4.5%다. 지난해와 비교해 1% 정도만 내린 수준이다. 그렇다면 그 밑으로 내려갈 구간이 남았다고 예상할 수 있다. 달러 인덱스(세계 주요 6개국의 통화와 비교해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표시하는 지표)만 봐도 103으로 많이 빠졌다. 미국시장 자산을 팔고 다른 자산으로 옮겨간다는 신호다. 자금 흐름이 바뀌어야 안심하고 주식을 매수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닥을 가늠할 때는 무엇을 보고 판단하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실제로 금리를 급하게 내릴 때 완전 바닥일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얼마나 안 좋으면 내리겠나. 투자심리도 잘 봐야 한다. 지금은 아주 비관적이지는 않다. 유럽과 국내 시장은 외려 강하다. 기술적으로는 거래량을 볼 수 있다. 지금은 개인투자자가 빅테크를 많이 사고 있어 ‘버티면 이긴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들마저 공포로 팔 때 바닥에서 거래량이 늘어나지 않겠나. 그때가 바닥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시장 흐름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투자 원칙이 있다면.

    “절대로 다 팔고 나가선 안 된다. 갑자기 주가가 상승하는 게 시장이다. 소위 말해 ‘떠나게 되면’ 그 반등을 다 놓친다. 주가가 급등하는 기간이 오래 지속되지 않고 찰나에 반등한다. 그때 참여하지 못하면 한 해 농사를 다 망친다. 고점에 물릴 수도 있다. 반등이 있을 때 시장에 참여하려면 포트폴리오를 잘 조정하면서 시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