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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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盧 내리고 DJ 태우고?

무르익는 정계개편론 … 노 대통령 탈당론 다시 부상, 여권 통합 구심점 필요성 대두

  • 오일만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oilman@seoul.co.kr

    입력2006-11-01 1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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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盧 내리고 DJ 태우고?

    전남 해남-진도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채일병 후보(오른쪽)가 당선이 확정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0대 40’

    지난해 4월 이후 각종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의 재·보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거둔 성적표다. 이 같은 결과는 여당으로서 더 이상 존립이 어렵다는 국민적 ‘판정’의 의미가 크다.

    이 때문에 ‘10·25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현재의 틀을 완전히 허무는 ‘근본적인 정치권 새판짜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정계개편의 ‘쓰나미’가 본격적으로 여권을 덮친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정계개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근태 의장은 10월26일 선거 참패를 인정한 뒤 “기득권을 고집하지 않고 평화번영 세력의 결집을 통해 국민에게 새 희망을 제시하겠다”며 정계개편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곧 재창당의 기조를 제시하겠다”고 했으며, 김부겸 의원은 “여당 간판을 내려야 한다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여당은 현재 지도체제 개편론에서부터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 재창당론, 전당대회 없는 통합추진론 등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논쟁에 돌입했다.



    친노그룹의 정계개편 반발도 거세

    여당 초선 모임인 ‘처음처럼’은 의원 23명이 서명한 성명서를 통해 2007년 2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이하 전대)를 늦어도 1월 이내로 앞당겨야 한다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을 주장했다. 이들은 “당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새롭고 폭넓은 세력 연대를 구축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우리당 중심의 외부세력 연대론을 제시했다.

    내년 대선을 감안할 때 2월 말 전대는 때늦은 감이 있기 때문에 1월로 앞당겨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조기 전대 개최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리당 내 중도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국민의 길’은 재창당론이나 조기 전대론은 되레 기득권의 외피를 두껍게 해 실질적인 정치권 재편을 어렵게 한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정치권 새판짜기 논의와 함께 한동안 수면 밑에 가라앉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론도 이번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다시 제기되고 있다. 호남권의 한 여당 초선의원은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열쇠는 대통령이 쥐고 있다”며 탈당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헤쳐모여식 통합신당’ 창당 시 최우선 협상대상인 민주당이 “노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으면 통합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당의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잇따라 ‘분당 책임론’을 거론한 것은 일종의 정계개편을 위한 정지작업의 의미가 크다. 김 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2002년 민주당의 분당이 여당 비극의 씨앗’이라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시인했다. 정 전 의장은 좀더 직설적으로 “열린우리당 창당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열린우리당, 盧 내리고 DJ 태우고?

    10월10일 청와대를 찾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노무현 대통령이 영접하고 있다.

    그러나 정계개편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참여정치실천연대(이하 참정연)와 의정연구센터(이하 의정연) 등 이른바 당내 친노(親盧) 그룹이 반발의 중심이다. 참정연 상임대표인 김형주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애초의 창당정신를 훼손하지 않았고 분당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새판짜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10·25 재보궐 해남-진도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정계개편의 주도권까지 넘보고 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10월25일 밤 기자간담회를 갖고 “선거 결과는 민주당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기염을 토했다. 그는 “여당 내부에서도 11월부터 시끄러워질 것이란 말들이 많다”며 정계개편의 시동을 걸었다. 이상열 대변인도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극좌나 극우를 배제하고 민주당이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범여권의 대권 후보로 첫손에 꼽히는 고건 전 총리의 영입에 유리해졌다는 판단이 대세를 이룬다. 이른바 ‘중도 통합 신당론’이 힘을 얻고 있다.

    고건 전 총리 영입 주장 탄력 받아

    민주당은 이미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접촉과 설득을 강화 중이다. 이에 따라 우리당 내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별 탈당이 이뤄질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개별 탈당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쉽지 않은 결단이지만, 현재로선 정계개편의 물꼬를 트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 전 총리는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로 자신의 ‘몸값’이 치솟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가 측근을 통해 “이번 여당의 참패는 중도개혁 세력 통합이라는 정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여당 내부에서 고 전 총리의 영입세력도 힘을 받고 있다. 여당 비상대책위원을 맡고 있는 이석현 의원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우리당, 민주당, 고건 세력을 망라한 반(反)한나라 평화개혁세력을 구축해야 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반론도 적지 않다. 반노그룹의 한 초선의원은 ‘고건 효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고 전 총리의 합류가 호남 지지율 제고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의 보수적 대북정책은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반론을 폈다.

    우리당, 민주당, 고건 전 총리 세력 등의 ‘범여권 통합론’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자칫 통합 깃발도 들기 전에 내부 논쟁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0월28일 DJ의 고향 목포 방문은 예사롭지 않다. 정기국회 이후 본격화될 정계개편 국면을 앞두고 ‘호남 민심’의 향배와 맥이 닿기 때문이다. DJ는 10월28일 KTX편으로 목포로 내려가 목포역 광장에서 ‘대중연설’을 할 계획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고사 위기에 처한 ‘햇볕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평화적인 북핵 문제 해결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DJ의 목포 방문에 대한 ‘해석’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햇볕정책이라는 이념적 구심점 아래 여권을 하나로 묶는 정계개편의 포석이란 분석이 그 예. “분당에 여권의 비극이 있다”는 그의 최근 발언은 곱씹어 음미해볼 만한 대목이다. 국내외적으로 조여드는 햇볕정책 궤도 수정의 압박을 돌파하고 범여권의 통합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목포의 해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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