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장터의 인간미를 더하는 것이 온라인 쇼핑몰 성공의 열쇠다.
디지털 네트워크가 우리 시대의 지배적인 삶이 되어가고 있다는 데 대해 다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저기에서 이 쿨한 네트워크에 반기를 드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 쇼핑몰의 예를 보자.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사이버 쇼핑몰 거래액은 월 1조원을 넘어섰다. 정확히 말하면 2005년 11월에 처음 1조원을 넘어선 이래 지속적으로 1조원을 넘기고 있다. 2001년 연간 거래액이 3조원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4배 가량 늘었다. 가장 최신 자료인 2006년 8월의 사이버 쇼핑몰 거래액은 1조10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241억원(25.4%)이나 늘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사이버 쇼핑몰의 주력 업태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픈마켓 매출 급증 … 사이버 쇼핑몰 주력 업태 급변
기존의 온라인 소비는 주로 ‘종합쇼핑몰’을 통해서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종합쇼핑몰의 독주를 오픈마켓이 넘어서고 있다. 오픈마켓이란 사업자가 온라인에 공간만 제공하고, 실제 쇼핑은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직접 거래로 이루어지는 방식을 말한다. 종합쇼핑몰이 백화점이라면 오픈마켓은 일종의 장터다. 장터에는 누구나 자리만 펴면 상점이 되고, 소비자들도 오늘은 무슨 물건이 나왔나 하는 호기심에 여기저기 둘러보는 즐거움이 있다. 왁자지껄함이 최고의 매력인 곳이 바로 장터다. 그런데 사이버 쇼핑몰이라는 쿨 네트워크 공간에 이 장터와 유사한 방식의 쇼핑 방식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인 인터파크의 경우 종합쇼핑몰과 오픈마켓의 매출 비중이 2005년 1·4분기 84:16에서 2006년 1·4분기에 40:60으로 역전됐다. 2005년 한국의 오픈마켓 규모는 약 4조원, 전자상거래의 40%에 이르며 전체 유통시장에서는 5%에 육박하는 규모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2008년 무렵이면 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실시간 응답을 통해 고객의 불만이나 궁금증을 풀어주는 코너도 생기고 있다. 예컨대 G마켓(gmarket.co.kr)에는 ‘G메신저 문의’라는 코너가 있는데, 쇼핑몰을 방문한 고객들이 질문을 던지면 메신저로 실시간 응답을 해주고, 옥션(auction.co.kr)의 ‘라이브 챗’이라는 코너는 쇼핑 과정에서 생기는 불만을 일대일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놓고 있다. 직접 대면하는 것은 아니지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상대와의 거래에 훨씬 인간미를 더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사이버 쇼핑몰에 밀려난 오프라인 장터들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과거와 같은 영화를 되찾기는 어렵지만 지방마다 고유의 장터를 축제와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경주되고 있고, 어린이를 위한 재활용품 장터나 아파트 부녀회가 주최하는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 등 새로운 장터문화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산에 밀려 한때 사라졌던 전라남도 담양의 죽물시장이 매주 토, 일요일에 담양천변에서 부활된 것도 한 사례다.
장터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광장이다. 여기서는 마냥 쿨할 수 없다. 장터는 인간의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공간이다. 흥정이 있고, 정보 교환이 있고, 맞대면해서 얼굴을 붉히거나 손을 잡아야 한다. 이런 관계에서 오는 삶의 충만함은 인간적 본성에 가깝다. 그래서 장터 혹은 장터정신은 쿨한 디지털 도구들이 지배하는 시대의 역(逆)트렌드다. 추억 속으로 사라질 것처럼 보였지만 온라인 쇼핑에 접목되고, 지역문화의 공동체적 공간으로 부활하며 불쑥불쑥 우리 곁을 찾아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