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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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산을 움직이는 해류를 찾아라

  • 이도희 경기 송탄여고 국어교사·얼쑤 논술구술연구소 http://cafe.daum.net/hurrah2

    입력2006-11-06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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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산을 움직이는 해류를 찾아라
    논술은 어려운 시험이다. 우선 학생들은 여러 개의 제시문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 또한 일부 내용을 보고 그 속에 숨겨진 많은 내용을 상상해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어서 그 풍부한 내용을 형성하고 이끄는 한 줄기 본질을 찾아 정제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본질을 활용해 현실 문제와 관련지어 자신의 논리로 풀어내야 한다. 이런 과정은 주입식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실로 어렵게 느껴진다. 특히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그 속에 숨어 방향을 결정짓는 본질을 발굴해내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가장 힘들다. 이것이 바로 창의력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음 내용을 보자.

    이때 승객들은 참으로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그것은 배 옆으로 한 빙산이 바람을 거슬러 반대 방향으로 지나가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타고 있는 배는 수만 톤이나 나가는 기선임에도 세찬 바람에 가랑잎처럼 떠밀려 가는데, 저 빙산은 어떻게 해서 바람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아니하고 오히려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승객들은 선장에게 질문을 했다. “선장님, 어째서 저 빙산은 이 엄청난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까?”라고 했더니 선장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 빙산은 겉보기하고는 다릅니다. 드러난 부분은 1/10 정도이고 9/10는 물에 잠겨 있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8%가 드러나 있고 92%는 잠겨 있습니다. 즉, 빙산은 거의 전부가 바닷물에 잠겨 있는 셈이지요. 그리고 바다 밑에는 거대한 해류가 흘러가고 있는데, 이 빙산은 바다 밑의 해류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면 위에 그 어떤 태풍이 불어와도 빙산의 흐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빙산은 오직 바다 깊은 곳을 흐르는 해류의 흐름을 따를 뿐입니다.”-‘빙산과 해류의 흐름’

    빙산의 대부분은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고, 그 일부만 물 위로 나와 있다. 그 때문에 배가 눈에 보이는 빙산만 보고 항해하다가 부딪혀 침몰하는 경우가 많다. 통합논술이 바로 이런 경우와 같지 않을까? 학생들이 물 위의 빙산만 보고 생각한다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이른바 1912년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號)와 같은 대형 사고다. 논술시험으로 말하면 불합격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물 속에 잠재한 거대한 빙산의 내용을 찾아 그 흐름을 좌우하는 본질을 추출해내야 한다. 그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우선 선장은 눈에 보이는 빙산을 통해 크기와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 10배 가량 큰 빙산이 물속에 잠겨 있다는 사실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빙산을 움직이는 바닷속 거대한 해류도 탐지해내야 한다.



    대부분 학생들은 논술을 공부할 때 눈에 보이는 빙산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다. 빙산을 보고 물속의 거대한 빙산까지 읽어낸 학생은 나름대로 논술적 사고를 가진 학생이다. 나아가 빙산을 움직이는 해류까지 읽어내는 학생이라면 심층적이며 독창적인 논술을 쓸 수 있는 학생이다.

    요즘 한미 간에 논란이 되는 전시 작전권 환수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눈에 보이는 반미 등 미국에 대한 감정, 자존심만을 근거로 전시 작전권 환수를 운운하는 학생은 물 위에 뜬 빙산만 보는 것이다. 반면 눈에 안 보이는 우리나라와 주변국들의 이익관계를 중심으로 작전권 환수 등을 이해한 학생은 물속에 잠긴 빙산만을 읽어낸 것이다. 어느 정도 논술을 공부한 학생이라면 여기까지는 사고가 가능하다. 그러나 세계의 정치, 경제, 외교, 군사, 문화 등의 흐름을 지배하는 패러다임을 읽어 전시 작전권 환수를 판단한 학생이라면 빙산을 움직이는 거대한 해류까지 읽어낸 것이다. 이런 창의적 사고는 누구나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학생들은 현상을 통해 본질에 접근하는 단계적 상상력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누구나 논술에서 창의적 사고를 하기는 어렵다. 대상과 현상을 통해 그것을 결정짓는 원리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 논술시험의 여러 제시문을 분석해보면 핵심을 문장의 숲 속에서 한두 문장으로 보여준다. 이것이 눈에 보이는 빙산이다. 학생들은 이 한두 문장 속에 담긴 내용을 그와 관련된 배경지식과 자신의 여러 관점에서 상상해봐야 한다. 또한 그 한두 줄짜리 핵심문장을 통해 그것의 구체적 원인, 예시, 근거, 효용 등을 관련시켜 상상해야 한다. 이럴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내용이 잡힌다.

    마지막으로 그 다양한 내용을 압축해 사회문화 현상을 움직이는 시대적 사상이나 통합원리 등을 추출해야 한다. 통합논술 사고에서는 빙산을 움직이는 해류까지 파악해야만 나만의 창의성이 선명해진다. 학생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창의적인 논술 답안을 쓸 수 있다. 학생들이여, 이제부터 문장 속에서 거대한 해류를 찾아나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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