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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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2 선거’ 공정한 관리 무거운 책무

  • 장강명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입력2006-11-06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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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경기의 심판이 칭찬받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잘하면 본전, 못하면 욕바가지’가 심판의 운명이다. 그러나 심판 없는 경기는 상상할 수 없다.

    2007년 대선의 심판을 맡을 새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고현철(59) 대법관이 선출됐다. 고 위원장은 11월23일 취임사에서 자신의 임무를 명확히 밝혔다. “내년에 예정된 제17대 대통령 선거와 곧이어 치러지는 18대 국회의원 선거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철저한 준비를 통해 완벽히 관리해야 한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는 정치권의 사활을 건 경쟁은 물론, 각종 단체와 이익집단 등의 직·간접적인 선거 참여 및 이해관계의 충돌이 예상돼 그 어느 때보다 과열·혼탁이 우려된다”며 임무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말했다. 실제로 내년 대선 관리의 어려움은 그 이상이다. 역설적이지만,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 그 증거다. 2000년 전까지 한국 정치에서 선관위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정치권은 선관위를 우습게 여겼고, 선거사범들은 법원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풀려나기 일쑤였다.

    2000년 이후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 선거사범에 대해 선관위가 재판을 요구하는 재정 신청이 가능해지고, 선관위가 16대 총선부터 강력하게 불법선거를 단속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02년 대선에서 선관위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불법 사조직이라며 폐쇄 명령을 내렸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큰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노사모는 운영을 중단했다.

    이후 4년간 선관위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현직 대통령에게 “발언이 선거에 관여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며 사실상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5·31 지방선거와 각종 재·보궐 선거 현장에서 선관위의 명령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내년 대선에서 선관위의 역할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선관위의 판단이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선 후보가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릴 경우 그 여파는 상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여당은 운명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고, 위법성 논란이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경선제도)’ 제도도 도입될 예정이다. 관리하는 처지에선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많이 생길 것이란 얘기다.

    법관으로서의 고 위원장은 법 해석을 엄격히 하면서도 재판을 부드럽게 진행하고, 업무 처리가 치밀해 재판 당사자들의 승복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1947년 대전 출생.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지방법원장, 서울시선관위원장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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