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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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잠 8시간 < 단잠 5시간 ‘양보다 질’ 수면의 경제학

깊이 잠들고 아침에 개운해야 ‘질 좋은 잠’ … 잠자리에 누워 10~15분에 잠들면 정상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6-11-01 1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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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잠 8시간 < 단잠 5시간 ‘양보다 질’ 수면의 경제학

    밤에 충분히 자지 못하면 낮에 어떤 식으로든 부족분을 보충하게 돼 있다.

    4~5시간만 자고도 언제나 활기차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적정 수면시간으로 알려진 7시간30분~8시간 넘게 자고도 아침부터 하품을 해대는 이들이 있다. 왜 이렇게 극과 극일까. 그 해답은 양보다 질을 따져야 하는 ‘수면의 경제학’에 있다. 단순히 오래 자는 것보다는 ‘질 좋은 잠’을 자야 피로가 풀리고 몸과 마음이 재충전된다는 이야기다.

    기상은 해 뜨는 시각 전후가 가장 이상적

    어떤 잠이 질 좋은 잠일까. 건강에 도움을 주는 수면은 자는 도중 깨지 않고 깊이 잠들며, 아침에 눈을 뜬 뒤 개운한 느낌이 들고, 낮에 졸리지 않고 집중력과 기억력에도 특별한 문제 없이 또렷한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끔 하는 잠을 말한다.

    잠에는 일정한 주기가 있는데, 비(非)렘(non-REM) 수면 4단계와 렘(REM) 수면으로 나뉜다. 비렘 수면 1~2단계인 얕은 잠에서 3~4단계인 꿈을 꾸지 않는 깊은 잠(‘서파(徐波) 수면’으로 불린다)으로 빠졌다가 다시 꿈을 꾸는 얕은 잠(렘 수면)으로 이어지는 것이 그것이다. 이 주기는 하룻밤 4~5차례 반복된다. 의학적으로는 이러한 수면단계가 조화롭게 진행될 때 건강한 수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소위 ‘4당5락(四當五落)’은 뭔가? 기계적인 수면시간만 따지는 허구일까.



    “4당5락은 ‘조삼모사(朝三暮四)’와 마찬가지다. 밤에 충분히 자지 못하면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부족분을 보충하게 돼 있다. 따라서 비록 낮에 깨어 있다 하더라도 그만큼 업무나 학습 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수면시간 외에도 잠들기까지의 시간이 중요하다. 잠자리에 누운 뒤 잠들기까지 평균 10~15분 걸리면 정상적인 수면형태라고 할 수 있다”며 “수면잠복기 반복검사를 시행해 그보다 일찍 잠들거나, 잠들기까지 30분 이상 걸린다면 수면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베개에 머리를 누이자마자 잠이 드는 사람 중엔 수면무호흡증(수면 중 호흡이 멈췄다가 심한 코골이와 함께 다시 숨을 쉬는 증상을 보이는 수면장애의 일종) 환자가 많다.

    몇 시에 잠자리에 들어 다음 날 몇 시에 일어나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생리학적으로 보면, 해 뜨는 시각을 전후해 일어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인간의 생체리듬이 해가 저물면 휴식을 취하고 날이 밝으면 활동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경우 몇 시간을 자야 알맞은 수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충분한 수면’은 일상의 스트레스에 부대끼는 현대인에겐 언감생심 아닐까.

    그렇더라도 가능한 한 7~8시간의 적정 수면시간을 지키도록 애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대인들은 야간활동이 빈번해지면서 수면-각성 주기가 늦은 시간대로 밀려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비정상적 상태가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날마다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도록 노력해 수면-각성 주기를 교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뇌가 제 기능을 하는 데 균형 잡힌 잠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선잠 8시간 < 단잠 5시간 ‘양보다 질’ 수면의 경제학

    야간 운동은 숙면에 바람직하지 않다.

    졸음이 쏟아지는데도 낮잠을 전혀 자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20~30분의 낮잠은 몸에 이롭다지만, 이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예민한 경우가 많으므로 억지로 낮잠을 청하는 건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월요일 아침만 되면 이유 없이 피곤하고 출근하기가 싫어지는 이른바 ‘월요병’은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호주 플린더스대학 연구팀은 10월6일 열린 호주수면학회 학술대회에서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즐기는 늦잠이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혼란에 빠뜨려 월요일 아침에 심한 피로를 느끼는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므로, 주말에 늦잠을 자지 않으면 ‘월요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주말에 잠을 한꺼번에 몰아서 자면 생체시계의 리듬이 평상시보다 한 템포 느려지는 결과를 불러 일요일 밤의 수면에까지 지장을 준다. 즉 수면-각성 주기가 이틀 연속으로 밀리는 현상이 일어난다”며 “토요일엔 피곤하더라도 평일 시간대와 같이 일어나되 잠자리에 드는 시각을 한두 시간 앞당기면 ‘월요병’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한다.

    ‘잠 적게 자면 비만 되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과체중 어린이들이 정상적인 어린이들보다 악몽 등 갖가지 수면 문제로 고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10월5일, 호주의 수면 전문가인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 사라 블런든 박사는 초등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몸무게와 수면의 질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체질량지수(BMI)에서 과체중으로 분류된 어린이들은 정상 체중인 어린이들보다 평균 수면시간이 45분 정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그럴 가능성도 있다. 잠을 적게 자는 사람이나 야간 근무자의 경우 비만이 되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며 “스트레스가 많고 자율신경 기능이 항진된 아이들일수록 늦게 잠드는 경향이 강하고, 늦게 잠들수록 음식물 섭취 기회가 많아지므로 비만 혹은 과체중과 수면시간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잠 못 이루는 밤’이 많다는 건 어른에게든 아이들에게든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이 나빠짐을 알리는 적신호임이 분명하다.

    박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만성 불면증 환자의 경우 치료 초기 3주까지 수면제 등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수면장애는 재발하기 쉬워 오랫동안 ‘관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숙면을 취할 수 있게 수면위생을 강화하는 등 섭생에 유의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신경정신과 홍승철 교수는 “수면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우선 명상이나 복식호흡 같은 이완요법을 매일 저녁시간에 일상적으로 시행해 각성을 높이는 교감신경계의 흥분을 낮춘다면 숙면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운동과 수면 어떤 관계 있나

    야간 운동은 각성 효과 높여 수면엔 악영향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운동은 수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오전에 하는 규칙적인 운동은 수면에 대한 생리적 욕구를 늘리고 수면-각성 주기를 정상화하므로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낮 시간에, 특히 햇빛을 쬐면서 하는 조깅이나 걷기운동, 등산 등이 좋다는 것.

    하지만 야간 운동은 되레 각성을 높여 잠드는 것을 어렵게 하므로 건강관리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수면을 위해선 바람직하지 않다. 운동을 하면 체온이 오르는데, 이 체온은 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요소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면을 취하려면 체온이 일정 정도 내려가야 하는데, 운동은 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자리에 들기 2~3시간 전부터는 운동을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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