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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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방 黨 간부 17만명 ‘물갈이’

‘조화사회 건설’ 추진 후진타오 의지 반영 … 퇴직자들 ‘거대 官商 이익집단’ 가능성 커

  •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hanmail.net

    입력2006-11-09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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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지방 黨 간부 17만명 ‘물갈이’

    10월11일 폐막한 제16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이 회의에서 후진타오는 ‘조화사회 건설론’을 국정이념으로 주창했다.

    요즘 중국에서는 중국공산당 지방 간부들에 대한 ‘물갈이’가 한창이다. 국가발전 전략의 조정과 더불어 이를 각 지방에서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갈 인재들을 적합한 자리에 배치하기 위해서다. 31개 성(省)과 시(市) 당서기 및 성장(혹은 시장)의 대폭적인 교체와 함께 지방 현(縣) 정부의 고위 간부들도 연쇄적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이번 인사조정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되며 그 대상은 17만명에 이른다.

    이번 간부 개편은 개혁·개방 이후 실시된 두 차례의 대규모 인사개혁에 맞먹는 규모가 될 것이다. 1978년 경제개혁 선언 이후 80년대 중반까지 실시된 제1차 간부개혁에서는 노(老)혁명간부들을 대신하는 젊은 고학력 간부들이 선발됐다. 90년대 중반에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확산과 지방의 경제성장을 주도하기 위한 ‘기업가형’ 간부 육성개혁이 있었다.

    내년 상반기까지 장쩌민 사람 제거

    이번 인사 개편은 명목상 5년 임기를 마친 간부의 교체와 더불어 지방 당 지도부의 인원 수와 기능을 통합하는 조직 간소화에서 그 명분을 빌리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임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15년 집권기 동안 권력의 사다리를 오른 간부들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즉 ‘장쩌민 사람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장쩌민은 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게 권력을 이양함과 동시에 지방 당정 인사 개편에 개입했다. 2002년 지방 간부 인선의 원칙은 장쩌민의 ‘3개 대표 이론’에 부합되는가 여부였다. 당시 해외 언론은 후진타오가 지방 곳곳에 포진한 장쩌민 세력을 쉽게 제압하기 어려울 것이며, 진정한 ‘후진타오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차례 진통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중국공산당은 10월11일 폐막한 제16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주창해온 ‘사회주의 조화사회(和協社會) 건설’을 국정이념으로 못박았다. 조화사회 건설론은 장쩌민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꾀해온 후진타오가 내세운 통치이념이자 정책노선으로 국가 헌법과 당헌(黨憲) 삽입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로써 중국의 국가발전 전략이 과거 성장제일주의에서 탈피해 지역·계층·도시-농촌 간의 균형과 조화 발전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더욱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지방 당간부 인사개편은 국가 발전 패러다임의 조정에 맞추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후진타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된다. 장쩌민을 추종하던 간부들이 물러나면 이들의 빈자리는 예외 없이 후 주석의 측근들이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이미 부패 혐의로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당서기가 불명예 퇴진했으며 후난(湖南)성 성장에는 후진타오 주석의 권력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의 저우창(周强) 제1서기가 임명됐다. 내년 가을 열리는 중국공산당 17차 전당대회 개최 이전까지 지방 인사개혁이 이어지면서 후진타오는 사실상 권력을 완전 장악하는 토대를 구축할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개혁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한다. 과거 2차례 진행된 대규모 인사개편 때는 교체 간부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어느 정도 전임자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조치를 취했다. 80년대 간부 교체 때는 노혁명간부들의 은퇴 대가로 ‘고문위원회’라는 자리를 새로 만들었고 자녀에 대한 간부 세습을 인정했다. 현재도 정계는 물론 재계에서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는 이른바 ‘태자당(太子黨)’이 형성된 것이다.

    지역사회 인적 네트워크 아직 막강

    90년대 인사개혁 때 물러난 간부들은 지방의회 격인 지역인민대표대회나 자문기구인 정치협상회의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에 중국식 대의정치기제인 이 두 기구가 종종 정부정책에 ‘고무도장이나 찍어주는 양로원’으로 평가절하되곤 했다.

    그러나 중국 정치엘리트 연구의 권위자인 리청(李成) 미국 해밀턴대학 교수는 이번 인사조치는 과거와는 달리 전임 간부들에게 적당한 자리를 마련해주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그는 스탠퍼드대학 후버연구소가 주관하는 중국 정치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www.hoover.org/ publications/clm)에 실린 최근 기고문을 통해 “당장 거리에 나앉게 될 현재의 당 간부들이 점차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인대나 정협에 자리를 꿰차고 앉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이번 조치로 밀려난 당 간부들이 경제계로 투신하는 이른바 ‘시아하이(下海)’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밀려난 지방 당간부들이 여전히 지역사회에서 통용되는 자신의 권위와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경제활동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앙정부는 밀려난 이들의 집단적 불만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방관할 것이고, 결국 이 속에서 새로운 지방 부패사슬이 대두할 가능성이 높다. ‘조화사회 건설’을 위한 지역 일꾼 뽑기에 나선 후진타오 정권에 ‘거대 관상(官商) 이익집단의 출현’이라는 또 다른 골칫거리가 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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