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일 외교안보팀 인선을 발표한 노무현 대통령과 외교안보팀 건물들(왼쪽부터 국정원, 외교통상부, 국방부).
11월1일 청와대 외교안보팀 개각 인선(人選) 발표를 본 한 전문가의 촌평이다. 이재정 통일부, 송민순 외교부, 김장수 국방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내정자의 면면을 볼 때 이들에게 ‘북한 핵실험 이후’ 상황을 참신한 아이디어로 풀 것을 기대하기란 무리라는 의미다. 그보다는 기존 틀을 고수하면서 ‘윗선’의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는 역할에 그치리라는 것.
이재정 통일부장관 내정자는 그동안 북한 문제에 대해 주목할 만한 비전을 내놓은 적이 거의 없다. 대북협상 경험도 전무하다. 이런 가운데 그의 ‘정권 코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하더라도 정부가 민간 차원의 인도적 대북 지원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최근 발언은 그가 북한의 실체를 모르는 아마추어임을 입증하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제치고 외교안보의 최고 실세로 떠올랐다는 평을 받는 송민순 외교부장관 내정자 또한 급격한 ‘코드 변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장수 국방부장관 내정자에 대해선 무색무취한 스타일이라는 점이 ‘깜짝 발탁’의 배경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 군 수뇌부 인사들처럼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내세우는 일 없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온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
김만복 국정원장 내정자의 경우에는 일각에서 그의 코드 성향을 우려하지만, 그보다는 역대 정권의 성격에 상관없이 ‘살아남은’ 그의 능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권 성향에 무관하게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주관이나 이념 성향을 내세우는 일은 피해야 한다.
청와대의 표현대로 이번 외교안보팀 개각이 ‘관리형’이라면 이들을 컨트롤하는 역할은 외교안보팀의 바깥에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10월27일 확대 개편된 대통령 정무특보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 조영태 전 국무조정실장,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새로 임명된 특보단이 앞으로 국내 정치는 물론 남북관계에서도 모종의 역할과 방향을 설정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는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럴 때 ‘심부름센터’ 외교안보팀은 위에서 내려온 지침을 군소리 없이 수행하는 수족(手足)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