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로스트 시티GC 13번홀. 그린 앞 워터해저드에 32마리의 악어가 우글거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2시간, 남향받이 골짜기에 선시티는 신기루처럼 솟아올랐다. 라스베이거스와 디즈니월드가 함께한 모습. 선시티에는 4개의 대형 호텔, 거대한 카지노, 갖가지 오락시설, 인공파도가 출렁대는 워터월드 등이 있다.
무엇보다 골프광에게는 2개의 골프코스가 가슴을 벅차게 한다.
귀공자 같은 게리 플레이어GC는 우승자가 200만 달러를 움켜쥐는 네드뱅크 챌린지가 열리는 너무나 유명한 코스다. 여기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게리 플레이어GC가 여성적이라면 로스트 시티GC는 남성적이라기보다 고릴라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여기저기 잃어버린 도시의 유적들이 땅 밑에서 삐죽이 올라온 거친 땅은 온통 돌덩이와 가시덩굴, 잡초가 뒤엉킨 황량한 산골짜기다. 거의 모든 홀이 티잉 그라운드와 I.P(공이 떨어지는 지점) 사이엔 들어갈 수도 없는 가시관목 숲이거나 돌이 뒹구는 계곡이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파3,172야드의 13번홀이다. 내려다보고 치는 파3로,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는 바위투성이 러프이고 그린 바로 앞엔 그린보다 더 넓은 워터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다.
물이 꽉 찬 해저드가 아니라 질척거리는 뻘밭이다. 이곳에 32마리의 악어가 우글거린다. 눈을 감고 죽은 듯 엎드려 있다고 해서 그 곁에 떨어진 공을 주으러 가는 것은 금물!
사실 이곳은 절대 위험지역이 아니다. 골프장에서 악어를 사육하기 때문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위험이 따르지 않는다.
늪지대 그대로 살린 아프리카의 천연 골프장
아프리카 서부의 코트디부아르를 미국과 영국에서는 아이보리 코스트라고 부른다. 이 나라 수도 아비장은 지금은 세계 최악의 치안 공백 때문에 황폐해졌지만 1990년대 이전엔 아프리카의 파리로 불릴 만큼 아름답고 풍성한 도시였다. 리비에라 지역 호숫가에 자리잡은 HOTEL GOLF는 멋진 골프코스 아이보리GC에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원래 늪지대에 정글로 뒤덮인 곳이다. 18홀 코스가 뭍으로 이어져 워터해저드에서 벗어난 홀이 없다.
이 코스의 나무는 식재한 것이 아니고 워터해저드도 인공호수가 아니다. 모두가 자연 그대로다. 때문에 악어가 우글거린다. 대낮에도 그린 위에 악어가 누워 있고, 물가에서 어드레스하는 골퍼를 물어뜯으려고 물속에서 튀어올라 입을 벌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골프코스의 워터해저드에 골프공이 넘쳐나지만, 이곳 워터해저드만큼 많이 쌓여 있는 곳은 없다. 캐디들은 일을 마친 뒤 숲이나 워터해저드에 들어가 잃어버린 공을 주워 팔아 짭짤한 부수입을 올린다.
그러나 이곳은 사정이 다르다. 워터해저드에 쌓여 있는 공! 목숨!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한 흑인 캐디 두 명이 악어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