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초콜릿 브랜드 ‘메종 뒤 쇼콜라’의 판매 부스에 꾸며진 초콜릿 상자.
좀더 고급 초콜릿을 찾는다면 그 또한 파리가 제격이다. 프랑스의 럭셔리 초콜릿 브랜드들이 파리의 번화가인 오페라, 생제르맹, 데프레 등에서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초콜릿 수제 전문점 성업 … 화장품과 스파까지 활용
프랑스 사람들의 초콜릿 사랑은 지난해 출판된 책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의 저자로 샴페인 회사 뵈브 클리코의 사장인 미레이유 줄리아노는 프랑스 여성들이 1년 평균 먹는 초콜릿의 양은 5.5kg이며, 많은 사람들이 초콜릿을 동사로 사용해 “기분이 우울할 때 난 ‘초콜릿을 해’”라는 표현까지 쓴다고 소개했다. 초콜릿의 중독성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파리에서 상연된 연극으로 초콜릿 중독자인 세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초콜릿을 먹는 여인’에는 이런 대사도 등장한다. “프랑스인 10명 중 9명은 초콜릿을 너무나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이때 나머지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초콜릿과 각종 장식물을 사용해 예술적으로 꾸민 조형물. 최근 파리에서 열린 초콜릿 박람회에 전시됐다.
줄리아노의 주장에 따르면, 이렇게 초콜릿을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이 이에 못지않게 초콜릿과 친한 미국인들보다 살이 찌지 않는 이유는 ‘양보다 질’을 택하기 때문이다. 원산지가 확실한 코코아 열매를 사용하고 지방의 양을 최대한 줄인 고급 수제 초콜릿을 즐기기 때문이라는 것. 어디에나 예외는 있겠지만 초콜릿 박람회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이 고급 초콜릿 하우스들의 부스였던 점은 확실했다.
‘사보아페르(장인정신)’, ‘헤리티지(전통)’, ‘유니크(독특함)’, ‘럭셔리’ 등 명품 패션 브랜드의 광고 문구를 보는 듯한 플래카드를 이곳저곳에 붙여놓은 브랜드 ‘그라위’, 갈색 정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직원들을 전진 배치하고 초콜릿 하나도 고급스럽게 포장해주는 ‘마르귀즈 드 세프그레’를 비롯해 ‘장 폴 헤방’ ‘메종 뒤 쇼콜라’ ‘제프 드 브뤼게’ 등의 명품 브랜드들이 특히 인기였다. 많은 프랑스인들이 이들 전시장에서 무엇을 살까 한참 고민하고, 직원에게 꼼꼼히 물어본 뒤 초콜릿 조각 10여 개를 골라 넣을 수 있는 작은 박스 하나씩을 채워갔다.
프랑스인, 특히 여성들의 관심이 쏠린 또 다른 곳은 초콜릿의 주성분 코코아 버터로 만든 화장품을 직접 얼굴이나 몸에 발라주는 ‘초콜릿 테라피’ 코너였다. 초콜릿의 고급화가 화장품과 스파 부문까지 확장된 것이다. 초콜릿 성분을 함유한 헤어 제품을 개발한 ‘보그 코와퓌르 보테 파리’의 디렉터 크리스토프 니콜라 비오는 “초콜릿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돌아가 젊음을 느끼게 하는 일종의 위약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명품 초콜릿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초콜릿의 어원이 그리스어로 ‘신들의 음식’이란 뜻이었고, 역사적으로 약이나 화폐 등으로 귀하게 대접받았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초콜릿의 고급화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나도 일단 ‘초콜릿이나 하고’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