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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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SOS에 한국 조선사들 대박 기대감

조선업 재건 美 행정명령에 주가 급등… 하반기 상업용 선박 수주 기회

  •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04-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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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發) 수주 기대감에 국내 조선업계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미국발(發) 수주 기대감에 국내 조선업계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우리는 조선업을 재건할 것이다. 의회에 (구매자금 승인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미국과 가깝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에서 선박을 구매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0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조선업 재건 의지를 밝히며 한 말이다. 미국발(發) 관세전쟁 폭풍이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도 국내 조선업계는 ‘관세 무풍지대’로 남아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 역량 강화에 나서며 한국과의 협력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가진 첫 통화에서도 한미 협력 분야로 조선업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미국 조선업 부활을 국가적 과제로 강조해왔다. 지난해 11월 6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에서 “선박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올해 3월 4일 의회 연설에서도 백악관에 조선 담당 사무국을 신설하고 조선업 부흥을 위한 특별 세제 혜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美 “선박 해외에서 구매할 수도”

    조선업에 힘을 쏟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도 그간 국내 조선업계 반응은 미지근했다. 존스법(Jones Act) 때문에 한국 기업이 수익성 좋은 미 군함이나 상선(상업용 선박)을 직접 만들 수 없고, 군수지원함 MRO 사업은 마진이 낮아서다. 하지만 4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행정명령에는 해양안보 신탁기금을 만들어 재원을 확보하고 민간 부분의 투자 유치 장려를 위해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방안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 국무부, 국토안보부 등 관련 부처에 해양 산업 전략을 세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미국의 해외 선박 구매 가능성이 언급되자 국내 조선업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그래프 참조). 4월 15일 HD현대마린엔진 주가는 장중 3만5000원까지 뛰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날 세진중공업(8.37%), 한화오션(3.22%), HD현대중공업(1.90%), STX엔진(1.86%) 등 다른 조선 관련주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미국이 한국 조선 선택한 이유

    미국이 조선업 재건에 힘쓰는 배경에는 해양안보 위기감이 깔려 있다. 자국 조선업 쇠퇴가 중국과 해양 패권 경쟁에서 열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9일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예전엔 (미국이) 하루에 배 한 척씩 만들곤 했지만 지금은 1년에 한 척도 만들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미국 내 조선소 수는 1980년대와 비교해 80% 이상 줄었고, 연간 건조 능력도 5척 이하로 급감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선박 시장점유율도 0.2%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올해 1~3월 누적 기준 세계 수주 점유율 27%를 기록했다. 중국이 49%로 1위를 차지했고, 일본은 2%로 3위에 머물렀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사실상 유일한 전략적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에 국내 주요 조선사도 호응하고 있다. 정우만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4월 15일 ‘제5회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미 해군은 향후 30년간 군함 364척을 새로 건조할 계획이지만, 현 미국 조선 역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존스법 같은 규제만 선결된다면 미국 함정 MRO 사업 지원을 본격화하고 건조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미국 내 조선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약 1억 달러(약 1400억 원)에 인수했다. 노후화된 도크를 개선하는 데 또다시 약 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조선 수주를 눈여겨보라고 강조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사들이 상업용 선박 수주에서 점유율을 높였다”며 “하반기에는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승인 재개로 LNG 운반선 발주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차 회의에서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 가격이 결정돼 친환경 엔진을 탑재한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국내 조선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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