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모인 유대인 랍비들.
언젠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휴일이라고 해서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 휴일 이름이 생소했다. 알고 보니 유대인 명절이었다.
유대인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에서 2%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적어도 20%는 되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대인의 존재감을 미국 사회 도처에서 느낄 수 있다. 미국에 사는 한인 교포들은 재판 등 소송 문제가 걸리면 수임료가 비싸더라도 가능한 한 유대인 변호사를 쓰려고 한다.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이다. 뉴욕에서는 자기 소유 건물을 재개발하려고 해도 유대인 개발업자를 고용하는 사례가 많다. 그들은 시 당국과 협의해 허가조건 등을 유리하게 하는 데 비상한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대인 파워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먼저 유대인의 높은 교육열을 드는 사람이 많다. 미국 엘리트 계층의 배출 통로로 일컬어지는 아이비리그 입학생의 20%가 유대계라는 통계가 있다. 인구 비중의 10배가 아이비리그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이들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한다. 월가, 대형 로펌, 영화계, 언론계 등의 핵심 자리는 유대인이 꿰차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 유대인 비율이 40%가 넘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계에서의 영향력도 크다.
또 다른 힘은 유대인의 단결력이다. 이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이스라엘을 위해 로비할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에이팩(AIPAC·American Israel Public Committee)이라는 유대계 로비단체가 대표적이다. 매달 일정액의 회비를 내는 유대인이 100만 명이 넘는다는 이 단체는 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이스라엘을 위해 조직적인 로비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 외교정책이 유대인 로비에 의해 휘둘린다는 비판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미국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자칫 ‘반유대주의’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