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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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현대家, 이번엔 ‘시동생의 난’?

  • 입력2006-05-04 1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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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아무래도 시댁 식구를 잘못 만난 듯하다. 시동생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을 다량 매입해 최대주주 자리를 빼앗았으니 심기가 편할 리 없다.

    현대중공업 측이 내세운 명분은 자사의 최대 고객인 현대상선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M&A(인수·합병) 위험이 높아져 고객 확보 및 투자 차원에서 지분을 매입했다는 것. 하지만 M&A 위협이 없으니 주식 인수를 유보해달라는 현대그룹의 요청에도 아랑곳없이 ‘일방적 도움’을 준 건 좀 과격하지 않은가. 평균주가보다 비싼 값에 주식을 매입한 것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한때 현대그룹이 대북송금 특검, 현대상선 분식회계 등으로 그룹 생존권마저 위협받을 땐 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을까. 그때 생긴 ‘마음의 빚’을 뒤늦게나마 갚고 싶었던 걸까.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데 굳이 돕겠다는 시동생의 정체가 ‘백기사’인지 ‘흑기사’인지 아리송하다. 현 회장은 3년 전에도 시삼촌인 KCC 정상영 명예회장과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일전을 벌여야만 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피아(彼我) 구분이 안 되는 현대가(家), 정말 살벌한 집안이다.

    공천 청탁과 함께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된 민주당 조재환 사무총장을 보면, 알다가도 모를 정치판의 새옹지마에 새삼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조 사무총장은 16대 국회 전국구 의원이던 2004년 3월, 열린우리당 신계륜 전 의원의 ‘굿머니 30억원 수수설’을 폭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신 전 의원과 대부업체 ‘굿머니’의 전 대표 김영훈 씨가 2002년 나눈 대화를 녹음한 CD를 전격 공개해 신 의원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지금에야 밝히는 얘기지만, 문제의 CD는 익명의 제보자가 우편으로 조 사무총장 사무실로 보낸 것이다. 결국 신 전 의원은 3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2월 의원직을 잃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를 ‘저격’했던 조 사무총장 역시 누군가의 적확한 제보로 현행범으로 걸리는 비운을 맞았으니 참 아이로니컬하다.

    반면 신 전 의원은 4월 초 열린우리당 의원 70여 명이 참여한 ‘신계륜과 함께하는 의원 모임’을 출범시켜 18대 총선에서의 재기를 선언했다. ‘부활의 전조’라고나 할까. 쏘고 맞고, 뜨고 지고 또 뜨고…. 권력과 돈, 거기에 스릴까지 즐기는 맛에 모두 정치 한번 해보려고 하나 보다. 조 사무총장은 언제 후원 모임을 만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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