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적이 있는데 문제가 될 수 있습니까?”(ID 우주인)
“혹시 이거 쇼하는 것 아닌가요? 어차피 공군 장교가 가게 될 게 뻔한데….”(ID 라이밍)
“7월에 3.5km 단축 마라톤을 정해진 시간 내에 주파해야 한다던데 하필 전문적인 마라톤 선수들도 피하는 무더운 날씨에 하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불상사라도 생기면 어쩌려고요?”(ID 이만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백홍열·이하 ‘항우연’)의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 사이트(www.woojuro.or.kr) Q&A 게시판엔 이 같은 문의 글이 400여 건이나 올라 있다(4월27일 현재). 빗발치는 세인들의 궁금증만큼이나 ‘우주인 열풍’이 뜨겁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은 전 국민적 이벤트. 자연히 지원자도 폭증하고 있다. 항우연 집계에 따르면, 4월27일 오후 3시 현재 총 지원자 수는 1만2906명. 남자가 1만629명, 여자는 2277명이다. 여성이 전체의 약 17%를 점한다.
4월21일 오전 9시 지원 접수를 시작한 지 나흘 만인 24일 1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원자가 계속 쇄도하자 항우연과 과학기술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과기부 우주기술개발과 최은철 과장은 “7월14일 마감 때까지 3만 명가량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접수 첫날부터 2000명 이상이 몰리는 등 붐이 일고 있다”며 “홍보를 한층 강화해 지원자를 더 끌어모을 것”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거리인 지원자 신상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최초 지원자가 국내 S전자에서 반도체 장비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33세 남성이라는 사실만 공개됐을 뿐이다. 이 역시 해당 남성이 더 이상의 정보공개를 꺼려 상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원자의 연령대·직업·거주지별 비교치나 이색 지원자, 유명인사의 지원 여부 등을 현재로선 전혀 알 수 없는 상태. 과기부와 항우연 측은 당초 1만명 돌파를 즈음해 구체적인 분류작업을 하려 했으나 워낙 지원자가 몰리는 데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다분해 언론보도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러시아 기준에 한국 특수성 가미
그렇다고 다른 궁금증까지 풀 수 없는 건 아니다. 우선 드는 한 가지 의문은 우주인 선발기준에 ‘한국적 특수성’이 감안되느냐는 점. 항우연에 따르면, 해답은 이렇다. 선발기준의 기본틀은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에 참여 중인 세계 16개국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러시아의 선발기준을 바탕으로 하되 일부 세부사항에서는 미국·일본 등의 기준을 참고하고 한국적인 사정도 가미할 예정이라는 것.
최종 선발된 우주인이 ISS에 체류하는 기간은 7∼8일이다. 일부 언론에서 ‘10일간’이라고 잘못 보도한 바 있는데, 이는 로켓 발사 시점부터 지구로 귀환하는 데 걸리는 모든 시간을 합치면 그렇다.
항우연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7월 중순부터 기초체력 측정 등 1차 선발에 들어가 모두 4단계의 선발과정을 거쳐 12월까지 2명의 최종 후보자를 뽑는다. 이 2명은 2007년 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이어지는 기초·고등훈련을 무사히 통과하면 2008년 4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영예를 거머쥘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할 수 있는 ‘티켓’은 한 장뿐이다.
항우연이 밝히는 이유는 간단명쾌하다. 탑승 좌석이 1개뿐이기 때문. 소유즈 우주선 내 좌석은 전부 3개. 이 중 1개는 조종사의 몫. 다른 하나는 과학실험 전문가의 자리다. 이 두 좌석은 거의 러시아인이나 미국인의 차지다. 따라서 나머지 좌석 1개가 바로 한국 우주인이 앉을 자리다.
그렇다면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서 똑같은 훈련을 받고도 정작 우주공간엔 가보지 못할 다른 한 명의 최종 선발자에겐 어떤 ‘보상’이 주어질까. ‘진짜 우주인’은 귀환한 뒤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라 개인적 명예와 상업광고 출연 등 엄청난 프리미엄을 누릴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그에게 가려진 다른 한 명에겐 아무런 대가조차 없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과기부는 이 문제와 관련, 해당 선발자도 우주인 훈련의 노하우를 지닌 재원이라는 점에서 항우연 직원으로 특채하는 등의 방안을 내부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래도 드는 의문 하나. 우주인으로 최종 선발되기 위해서는 1년 3개월이 소요된다. 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자신의 생업을 접고 훈련에 매진할 만큼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별도의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 항우연의 답변은 신중하다. 그럼에도 항우연은 훈련을 받게 될 최종 선발자 2명에 한해 훈련과정 기간과 우주비행 후에 금전적 지원을 해줄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우주공간을 다녀온 뒤 우주인에게 신체적 변화는 없을까.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중력상태에서 근육은 일주일에 대략 5%의 비율로 사라지면서 퇴화한다. 단백질 성분도 빠져나간다. 뼈의 주성분인 칼슘도 빠져나가 뼈엉성증(골다공증)에 걸릴 수도 있다. 또한 무중력상태에서는 척추가 위에서 아래로 힘을 받지 않게 되므로 등뼈 사이의 디스크가 벌어져 키가 5cm 정도 자란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항우연 우주인사업단 이주희(37) 선임연구원(우주과학)은 “우주공간에서 장기 체류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10일가량의 단기간엔 별 문제가 없다”며 “현재 ISS에 상주하는 인원이 2명인데, 이들도 6개월마다 다른 인력과 교대하고 있어 건강상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구로 귀환하면 곧게 펴진 척추도 원상회복돼 원래의 키로 되돌아간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배출된 우주인은 34개국의 442명(2005년 12월 현재). 26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음주운전 전력? 선발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니 애주가도 한번 도전해볼 일이다.
“혹시 이거 쇼하는 것 아닌가요? 어차피 공군 장교가 가게 될 게 뻔한데….”(ID 라이밍)
“7월에 3.5km 단축 마라톤을 정해진 시간 내에 주파해야 한다던데 하필 전문적인 마라톤 선수들도 피하는 무더운 날씨에 하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불상사라도 생기면 어쩌려고요?”(ID 이만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백홍열·이하 ‘항우연’)의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 사이트(www.woojuro.or.kr) Q&A 게시판엔 이 같은 문의 글이 400여 건이나 올라 있다(4월27일 현재). 빗발치는 세인들의 궁금증만큼이나 ‘우주인 열풍’이 뜨겁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은 전 국민적 이벤트. 자연히 지원자도 폭증하고 있다. 항우연 집계에 따르면, 4월27일 오후 3시 현재 총 지원자 수는 1만2906명. 남자가 1만629명, 여자는 2277명이다. 여성이 전체의 약 17%를 점한다.
4월21일 오전 9시 지원 접수를 시작한 지 나흘 만인 24일 1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원자가 계속 쇄도하자 항우연과 과학기술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과기부 우주기술개발과 최은철 과장은 “7월14일 마감 때까지 3만 명가량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접수 첫날부터 2000명 이상이 몰리는 등 붐이 일고 있다”며 “홍보를 한층 강화해 지원자를 더 끌어모을 것”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거리인 지원자 신상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최초 지원자가 국내 S전자에서 반도체 장비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33세 남성이라는 사실만 공개됐을 뿐이다. 이 역시 해당 남성이 더 이상의 정보공개를 꺼려 상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원자의 연령대·직업·거주지별 비교치나 이색 지원자, 유명인사의 지원 여부 등을 현재로선 전혀 알 수 없는 상태. 과기부와 항우연 측은 당초 1만명 돌파를 즈음해 구체적인 분류작업을 하려 했으나 워낙 지원자가 몰리는 데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다분해 언론보도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러시아 기준에 한국 특수성 가미
그렇다고 다른 궁금증까지 풀 수 없는 건 아니다. 우선 드는 한 가지 의문은 우주인 선발기준에 ‘한국적 특수성’이 감안되느냐는 점. 항우연에 따르면, 해답은 이렇다. 선발기준의 기본틀은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에 참여 중인 세계 16개국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러시아의 선발기준을 바탕으로 하되 일부 세부사항에서는 미국·일본 등의 기준을 참고하고 한국적인 사정도 가미할 예정이라는 것.
최종 선발된 우주인이 ISS에 체류하는 기간은 7∼8일이다. 일부 언론에서 ‘10일간’이라고 잘못 보도한 바 있는데, 이는 로켓 발사 시점부터 지구로 귀환하는 데 걸리는 모든 시간을 합치면 그렇다.
항우연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7월 중순부터 기초체력 측정 등 1차 선발에 들어가 모두 4단계의 선발과정을 거쳐 12월까지 2명의 최종 후보자를 뽑는다. 이 2명은 2007년 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이어지는 기초·고등훈련을 무사히 통과하면 2008년 4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영예를 거머쥘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할 수 있는 ‘티켓’은 한 장뿐이다.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의 훈련 모습.
그렇다면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서 똑같은 훈련을 받고도 정작 우주공간엔 가보지 못할 다른 한 명의 최종 선발자에겐 어떤 ‘보상’이 주어질까. ‘진짜 우주인’은 귀환한 뒤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라 개인적 명예와 상업광고 출연 등 엄청난 프리미엄을 누릴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그에게 가려진 다른 한 명에겐 아무런 대가조차 없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과기부는 이 문제와 관련, 해당 선발자도 우주인 훈련의 노하우를 지닌 재원이라는 점에서 항우연 직원으로 특채하는 등의 방안을 내부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래도 드는 의문 하나. 우주인으로 최종 선발되기 위해서는 1년 3개월이 소요된다. 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자신의 생업을 접고 훈련에 매진할 만큼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별도의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 항우연의 답변은 신중하다. 그럼에도 항우연은 훈련을 받게 될 최종 선발자 2명에 한해 훈련과정 기간과 우주비행 후에 금전적 지원을 해줄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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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1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한국 우주인 모집 기념행사.
항우연 우주인사업단 이주희(37) 선임연구원(우주과학)은 “우주공간에서 장기 체류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10일가량의 단기간엔 별 문제가 없다”며 “현재 ISS에 상주하는 인원이 2명인데, 이들도 6개월마다 다른 인력과 교대하고 있어 건강상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구로 귀환하면 곧게 펴진 척추도 원상회복돼 원래의 키로 되돌아간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배출된 우주인은 34개국의 442명(2005년 12월 현재). 26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음주운전 전력? 선발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니 애주가도 한번 도전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