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논술교재 코너. 이외에 다양한 종류의 논술 학습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여기에도 한계가 뚜렷하다. 우선 교육 내용의 밀도가 떨어진다. 6~10개월이라고 하더라도 월 1`~2회 정도 자료를 제공하고 월 1회 첨삭과 강의를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6~10주 분량의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무늬만 장기 프로그램일 뿐 내용은 단기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6개월 과정도 실제 6~10주 분량 … 단기 프로그램 한계 못 벗어
수익 구조 면에서도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업체들은 대체로 30만~40만원 정도의 회비를 받는데, 이 가운데 40% 이상이 학교를 대상으로 영업한 지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러면 본사는 나머지 20만원 남짓한 돈을 받으면서 학생에게 최소한 6~10회 정도 학습지를 제공하고, 첨삭과 강의도 각각 6~10회 정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수준 높은 강사, 수준 높은 필자, 알찬 첨삭을 제공하면서도 수익을 남기려면 회원을 대규모로 모집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이 같은 조건에 맞는 회원 수를 확보하는 일이 무척 어렵다. 결국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강의, 집필, 첨삭에 지출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것은 교육 콘텐츠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논술 첨삭의 경우만 예로 들어보자. 현재 상당수 학습지 업체들은 1400~1600자의 글 하나를 첨삭하는 데 5000원 남짓한 비용을 지출한다. 이 경우 첨삭 지도는 대부분 훈련을 거의 받지 못했거나 단기간 연수만 받은 대학생의 아르바이트 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학생은 30만원 이상 지불했지만, 실제 첨삭에는 3만~5만원 정도의 돈만 투자되는 이런 구조에서는 논술교육의 핵심 과정인 첨삭 지도가 내실 있게 이뤄질 수가 없다.
학교도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 있을 터인데 왜 이런 업체에 논술교육을 위탁할까? 사실 많은 학교들이 이런 업체에 위탁하는 것을 기껍게 여기진 않는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논술에 대해 어떤 대안을 주길 원하는데, 이에 부응할 시스템이 학교 자체에 없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이렇게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1, 2학년 동안 별 준비를 하지 못하다가 3학년이 되어 논술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의 경우 이런 학습지도 일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습지 업체에 전적으로 교육을 위탁하고, 문제가 생기면 업체를 바꿔가면서 접근하는 것은 단기적인 면피용은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으므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상당수 학교들은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 보니 이런 학습지를 채택하면서도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즉, 학교 자체에서 논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현실적 여건 때문에 제공하기 어려운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학습지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어떤 학교는 장기적인 논술교육 기반 마련을 위해 업체에 회원 모집을 허용하는 대신 교사에 대한 논술 연수를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이런 노력들은 현시점에서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논술교육을 공교육의 전문 과목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