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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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렌스탐 무너뜨린 필드의 포커페이스

  • 이종현 골프칼럼니스트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6-05-08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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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렌스탐 무너뜨린 필드의 포커페이스
    “언젠가 ‘사고’ 칠 줄 알았다.”

    골프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임성아(22)를 주시해왔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우직한 플레이를 펼쳐와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것. 그런 임성아가 4월24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플로리다스내추럴채리티챔피언십에서 LPGA 데뷔 1년 만에, 그것도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안기며 첫 승을 일궈냈다.

    임성아는 서울 구일초교 3학년이던 1993년 대한항공 기장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뉴욕에 갔다가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아버지가 골프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나도 골프를 치고 싶다”고 조른 것. 이후 혜화여중 1학년 때 중고연맹 주최 골프대회에서 처음 우승을 맛봤고, 3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돼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태극마크를 달았다.

    임성아라는 이름이 골프 팬에게 각인된 것은 2001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타이거풀스토토오픈에서 우승컵에 키스하면서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 이듬해 11월엔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덕에 별도의 테스트 없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전문가들의 기대와 달리 KLPGA에서의 활약은 도드라지지 않았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차갑고 쌀쌀맞다는 얘기도 자주 들었다. 루키 시즌이던 2003년엔 9개 대회에 출전해 2800만원의 상금을 받는데 그쳤는데, 국내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일정관리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KLPGA 데뷔 이듬해 그는 미국의 2부투어인 퓨처스투어에 도전했으나 상금 랭킹 7위에 그쳐 5위까지 주어지는 LPGA 출전권을 따는 데 실패했다. 이후 그는 ‘지옥의 사투’라고 불리는 Q스쿨에 도전해 풀시드권을 따냈다. 2부투어의 설움을 톡톡히 겪은 것은 임성아의 큰 자산이다.



    임성아와 안시현은 동갑내기인데, 임성아는 늘 ‘신데렐라’로 불리는 안시현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 역시 동갑내기인 김주미가 우승컵을 안을 때도 임성아는 우승을 축하해주는 들러리 신세였다.

    골프 팬들은 임성아가 이번 우승을 디딤돌로 차근차근 승수를 쌓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소렌스탐에게 역전승을 거둔 것은 자신감을 잃지 않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포커페이스가 트레이드마크인 임성아의 스윙은 아름답고 부드럽다. 기대해도 좋은 선수다”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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