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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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문학이 소설 추월?

  • 출판 칼럼니스트

    입력2006-05-08 1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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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문학이 소설 추월?
    매년 어린이날 즈음이면 읽을 만한 어린이책을 한 권 골라 읽고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헨쇼 선생님께’를 아주 감동적으로 읽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창작동화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올해는 읽을 만한 책이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이런 마음으로 책을 고르던 나에게 눈에 띄는 책이 한 권 있었다. 2005년 초에 출간된 유은실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이 책은 나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은 제목이 말하듯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에게 바치는 책이다. 엄마와 단 둘이 사는 비읍이는 생활이 고단한 엄마와 사사건건 부닥친다. 외로운 비읍이가 위로를 받는 유일한 출구는 린드그렌의 책이다. 헌책방 주인이자 린드그렌의 책을 좋아하는 ‘그러게 언니’를 만나며 비읍이는 린드그렌 선생님을 만나러 갈 계획을 세우고 편지를 쓴다. 린드그렌의 책을 통해 성장해가는 아이의 모습, 독서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잘 그려진 수작이다. 작가 유은실은 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문예창작을 공부했으며, 린드그렌의 작품에 반해 동화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저자 이력에서 밝히고 있다.

    책을 읽고 짧은 저자 이력까지 보고 나니 ‘어린이문학이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문학은 오랫동안 저급하다는 사회적 인식과 싸워왔다. 1990년대 초반 곽재구, 김영현, 정호승 등 기성 소설가들이 동화를 써서 단행본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책들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소설가도 동화를 쓴다는 사실만으로 동화의 위상이 재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상황은 열악했다. 하지만 이제는 소설도 아닌 동화를 쓰기 위해 문창과에서 공부한 유은실 같은 작가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60년대 이후 동화작가들은 손춘익, 권정생, 정채봉, 송재찬 등 주로 남자였다. 그러다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선안나, 이금이, 채인선, 이가을, 강원희, 김향이 등 여성 작가가 등장했다. 이들은 교훈성이라는 어린이문학의 전통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엄마 작가였다. 엄마 작가군은 90년대 아이들의 감수성을 동화에 담아냈고, 이들과 함께 어린이문학은 오랜 정체에서 벗어나 르네상스를 맞았다.

    하지만 창작동화의 과열현상으로 르네상스는 얼마 가지 못했고, 지금 어린이문학은 다시 신진 작가들로 세대교체 중이다. 유은실을 비롯해 ‘해를 삼킨 아이들’의 김기정,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의 최나미, ‘나의 아름다운 늪’의 김하늬, ‘은어의 강’의 김동영, ‘내 사랑 사북’의 이옥수, ‘지엠오 아이’의 문선이, ‘환절기’의 박정애 등으로 등단한 지 10년이 안 된 작가들이다. 하나같이 출판사의 공모전, 작가학교, 대학의 문창과 출신이다.



    게다가 대표적 소설가 김연수의 작품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가 8000부 정도 팔렸지만 유은실의 등단작인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은 1만5000부나 팔렸다. 판매 역시 소설보다 어린이문학이 앞서니 어린이책의 앞날은 더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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