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관계자가 12월 19일 한동훈 체제에 대해 총평한 말이다. ‘윤석열의 황태자’로 불리며 정계에 입성한 한 전 대표는 146일 만에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비상계엄이라는 쓰나미가 닥친 상황에서 재빨리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사태 초기에는 선방하는 듯했으나, 이후 본격화된 탄핵 국면에서 연이어 실점하며 당내 민심을 잃은 탓이다. 한 전 대표는 12월 16일 사퇴 발표 직후 지지자들을 향해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스스로의 상황을 “쫓겨난다”고 표현한 만큼 재기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2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고성 오간 의원총회
“제가 비상계엄 했습니까. 제가 (탄핵) 투표했습니까.”
12월 14일 한 전 대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고성이 오갔다. 개중에는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날이다. 이 자리에서 한 전 대표는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며 사퇴론을 일축했으나 지도부가 연이어 사임하면서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된다. 당시 친윤석열(친윤)계로 분류되는 김민전, 김재원, 인요환 최고위원 외에도 친한동훈(친한)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진종오 최고위원마저 사퇴해 충격을 줬다.
국민의힘 안팎 상황을 종합해보면 12월 6일을 기점으로 한 전 대표에 대한 당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새로이 드러나고 있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하며 탄핵 찬성을 시사했다.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 전날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한 전 대표의 ‘일방통행’에 친윤계는 물론, 친한계 일각에서도 당혹감과 실망감이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전 대표를 체포하려 했다는 소식에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후에도 한 전 대표가 탄핵에 대한 입장을 연거푸 바꾼 것이 여론 악화를 심화했다.
향후 지지율이 관건
다만 ‘당심(黨心)’을 잃은 점이 치명적이다. 여론조사업체 폴리컴의 박동원 대표는 “한 전 대표의 경우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만큼 당장 독자 행보를 밟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차기 대선에 나서더라도 ‘경선 룰’이 주효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100% 국민경선 등으로 치르지 않는다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친한계의 세가 쪼그라든 점도 악재다. 한 전 대표는 사퇴 당일 친한계 의원 10여 명과 만찬을 가졌다. 당초 친한계로 분류되던 의원이 22명인 점을 고려할 때 절반만이 함께한 것이다. 이날 만찬에는 조경태, 정성국, 박정훈, 배현진, 김예지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직을 사임해 한동훈 체제를 사실상 끝낸 장동혁, 진종오 전 최고의원은 물론,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던 박정하 의원과 사무총장을 맡은 서범수 의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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