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경기 2승 3무 11패 승점 9점.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19위로 떨어진 울버햄프턴 원더러스가 게리 오닐 감독을 경질했다. 구단 수뇌부는 개막 후 10경기 무승 부진도 참고 기다렸지만, 변화 없이는 7시즌 만에 다시 2부 리그인 챔피언십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가 감지됐다. 당초 언론에서는 15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경기가 ‘감독 경질’ 더비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부진한 두 감독의 맞대결에서 패한 쪽이 경질로 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경기에서 패한 울버햄프턴은 감독 경질 소식을 전하지 않고 오히려 감독을 계속 지지한다는 의견을 냈다. 뜻밖의 내용이었지만, 사실 제프 시 회장과 매트 홉스 스포츠디렉터를 비롯한 울버햄프턴 결정권자들이 당장 대안이 없어 감독을 경질하지 못했다는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어쩌면 다가오는 주말부터 이번 시즌 1부 리그 승격 팀인 입스위치 타운, 레스터 시티를 차례대로 만나기에 여기서 승리해 반등하면 된다는 오판이 숨어 있었을지 모른다. 자주 그랬듯이 우리 팀은 슬로 스타터니까, 천천히 따라가 결국에는 잔류로 시즌을 마무리한다는 자신감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 시즌에도, 지지난 시즌에도 초반 성적은 부진했으니 말이다.
이번 시즌 울버햄프턴의 부진은 잘못된 구단 운영과 오닐 감독이 만든 합작품이다. 이 팀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공수 핵심이던 페드루 네투와 막스 킬먼을 이적시켰다. 네투는 부상이 잦긴 했지만 측면에서 돌격 대장 역할을 하는 특급 도우미였고, 킬먼은 백3 포메이션에서 빌드업과 높이, 괜찮은 수비력을 자랑하는 수준급 센터백이었다. 그동안 중앙 수비수를 3명 배치하며 경기를 주도하기보다 선수비-후역습으로 실리 축구를 구사하던 팀에는 꽤 큰 전력 누수였다.
하지만 이 팀은 빈 자리에 즉시 전력감 선수를 채우기보다 포메이션 변화와 젊은 선수들을 대안으로 삼는 모험을 걸었다. 필요한 자리는 영입되지 않았고, 당장 급한 포지션이 아닌데도 눈여겨봐둔 젊은 선수가 시장에 나왔다는 이유로 영입한 사례도 있었다. 주전 골키퍼 조제 사가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할 것에 대비해 샘 존스턴 골키퍼를 영입했지만 사가 팀에 남으면서 졸지에 주전급 골키퍼가 2명이 된 것은 이 팀의 운영이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오닐 감독은 킬먼이 나가고 노장 크랙 도슨의 부상으로 중앙 수비수가 부족해지자 백4 수비 포메이션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임대 복귀한 예르손 모스케라가 수비진의 리더로 배치됐고 백4 중앙 수비수로 검증되지 않은 토티 고메스가 파트너로 나섰다. 수비 불안이 이어진 것은 당연지사. 이 조합은 2라운드 첼시전에서 6골을 얻어맞고 곧바로 다른 조합으로 대체됐는데, 설상가상으로 모스케라까지 크게 다쳐 플랜 A도 없는 상황에서 플랜 B·C·D로 위기를 극복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수비 선택이 어려워지니 중앙 미드필더 배치에도 문제가 생겼다. 일반적인 팀들은 주전 조합을 짠 뒤 부진했을 때 변화를 주거나 백업 선수를 투입해 로테이션하는 결정을 한다. 하지만 오닐 감독은 수비가 무너진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포메이션을 바꿔 혼란을 가중했다. 4-2-3-1, 4-4-2, 4-1-4-1, 3-5-2, 3-4-2-1 등 일관성과 연결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결정이 이어졌다. 물론 팀이 부진하니 해결책을 찾으려고 모든 방법을 다 쓴다는 것도 틀린 얘기는 아니다. 주요 포지션에 부상자가 늘어나면서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도 고려해야 하니 말이다.
실제로 여러 시도 끝에 9라운드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알비온 원정 경기에서부터 사용한 3-4-2-1 포메이션으로 11, 12라운드 연승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탄 적도 있다. 특히 12라운드 풀럼 원정 경기에서 선제골을 허용하고 내리 4골을 터뜨린 것은 이번 시즌 최고 경기로 꼽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어렵사리 플랜 A를 찾은 것 같던 팀이 13라운드 AFC 본머스와 홈경기에서 페널티킥을 3개나 허용하며 2-4로 패하자 다시 포메이션과 선수 배치를 바꾸는 일을 반복했다. 이번 시즌 내내 스트라이커로 출전하는 외르겐 스트란 라르센 외에 꾸준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알고 경기장에 나서는 선수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처럼 갈팡질팡하는 구단 행보 속에서 황희찬도 위기의 겨울을 맞고 있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리그 12골을 터뜨리며 팀 내 최고 득점자로 활약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선발로 단 2경기만 나서는 등 전력에서 조금 멀어진 모양새다. 공격 전술을 장신 스트란 라르센과 마테우스 쿠냐에게 맡기면서 황희찬의 포지션이 애매해진 것이다. 스트란 라르센이 힘과 높이를, 쿠냐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세컨드 스트라이커 임무를 맡다 보니 벤치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심지어 경기에 투입돼도 2014년 유럽 진출 이후 잘 뛰지 않은 오른쪽 측면에 배치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강등권까지 떨어진 울버햄프턴만큼이나 부상을 차치하더라도 공격 포인트 없이 리그 출전 시간 320분에 그치고 있는 황희찬의 상황도 무척 속상한 일이다. 아직 새 감독이 선임되지 않았고 심지어 몇몇 인물은 구단의 계획이 어둡고 불투명해 거절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과연 누가 위기의 울버햄프턴을 구할까. 새 감독의 구상은 구체적이고 정확하기를, 또 황희찬도 계획에 포함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경기에서 패한 울버햄프턴은 감독 경질 소식을 전하지 않고 오히려 감독을 계속 지지한다는 의견을 냈다. 뜻밖의 내용이었지만, 사실 제프 시 회장과 매트 홉스 스포츠디렉터를 비롯한 울버햄프턴 결정권자들이 당장 대안이 없어 감독을 경질하지 못했다는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어쩌면 다가오는 주말부터 이번 시즌 1부 리그 승격 팀인 입스위치 타운, 레스터 시티를 차례대로 만나기에 여기서 승리해 반등하면 된다는 오판이 숨어 있었을지 모른다. 자주 그랬듯이 우리 팀은 슬로 스타터니까, 천천히 따라가 결국에는 잔류로 시즌을 마무리한다는 자신감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 시즌에도, 지지난 시즌에도 초반 성적은 부진했으니 말이다.
이번 시즌 2승 3무 11패를 기록한 게리 오닐 울버햄프턴 감독이 경질됐다. [GETTYIMAGES]
잘못된 구단 운영과 오닐 감독의 합작품
그런데 구단 수뇌부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신뢰가 틀렸음을 깨달았다. 홈에서 승격 팀 입스위치 타운에 패하며 다시 4연패에 빠지자 지지를 지속할 명분이 없어졌다. 2024년 단 7승, 최근 26경기 3승 5무 18패 부진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성적이지만. 오닐 감독은 패배가 거듭될수록 우리의, 나의 책임이 아닌 너의, 선수들의 부진에서 원인을 찾았다. 입스위치 타운과 경기를 마친 후에도 세트 피스 수비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결국 울버햄프턴은 오닐 감독을 경질하고 새 감독을 찾기로 결정했다.
이번 시즌 울버햄프턴의 부진은 잘못된 구단 운영과 오닐 감독이 만든 합작품이다. 이 팀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공수 핵심이던 페드루 네투와 막스 킬먼을 이적시켰다. 네투는 부상이 잦긴 했지만 측면에서 돌격 대장 역할을 하는 특급 도우미였고, 킬먼은 백3 포메이션에서 빌드업과 높이, 괜찮은 수비력을 자랑하는 수준급 센터백이었다. 그동안 중앙 수비수를 3명 배치하며 경기를 주도하기보다 선수비-후역습으로 실리 축구를 구사하던 팀에는 꽤 큰 전력 누수였다.
하지만 이 팀은 빈 자리에 즉시 전력감 선수를 채우기보다 포메이션 변화와 젊은 선수들을 대안으로 삼는 모험을 걸었다. 필요한 자리는 영입되지 않았고, 당장 급한 포지션이 아닌데도 눈여겨봐둔 젊은 선수가 시장에 나왔다는 이유로 영입한 사례도 있었다. 주전 골키퍼 조제 사가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할 것에 대비해 샘 존스턴 골키퍼를 영입했지만 사가 팀에 남으면서 졸지에 주전급 골키퍼가 2명이 된 것은 이 팀의 운영이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오닐 감독은 킬먼이 나가고 노장 크랙 도슨의 부상으로 중앙 수비수가 부족해지자 백4 수비 포메이션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임대 복귀한 예르손 모스케라가 수비진의 리더로 배치됐고 백4 중앙 수비수로 검증되지 않은 토티 고메스가 파트너로 나섰다. 수비 불안이 이어진 것은 당연지사. 이 조합은 2라운드 첼시전에서 6골을 얻어맞고 곧바로 다른 조합으로 대체됐는데, 설상가상으로 모스케라까지 크게 다쳐 플랜 A도 없는 상황에서 플랜 B·C·D로 위기를 극복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번 시즌 단 2경기 선발 출장한 황희찬
지난 시즌 12골을 터뜨리며 활약했던 황희찬. [뉴시스]
실제로 여러 시도 끝에 9라운드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알비온 원정 경기에서부터 사용한 3-4-2-1 포메이션으로 11, 12라운드 연승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탄 적도 있다. 특히 12라운드 풀럼 원정 경기에서 선제골을 허용하고 내리 4골을 터뜨린 것은 이번 시즌 최고 경기로 꼽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어렵사리 플랜 A를 찾은 것 같던 팀이 13라운드 AFC 본머스와 홈경기에서 페널티킥을 3개나 허용하며 2-4로 패하자 다시 포메이션과 선수 배치를 바꾸는 일을 반복했다. 이번 시즌 내내 스트라이커로 출전하는 외르겐 스트란 라르센 외에 꾸준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알고 경기장에 나서는 선수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처럼 갈팡질팡하는 구단 행보 속에서 황희찬도 위기의 겨울을 맞고 있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리그 12골을 터뜨리며 팀 내 최고 득점자로 활약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선발로 단 2경기만 나서는 등 전력에서 조금 멀어진 모양새다. 공격 전술을 장신 스트란 라르센과 마테우스 쿠냐에게 맡기면서 황희찬의 포지션이 애매해진 것이다. 스트란 라르센이 힘과 높이를, 쿠냐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세컨드 스트라이커 임무를 맡다 보니 벤치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심지어 경기에 투입돼도 2014년 유럽 진출 이후 잘 뛰지 않은 오른쪽 측면에 배치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강등권까지 떨어진 울버햄프턴만큼이나 부상을 차치하더라도 공격 포인트 없이 리그 출전 시간 320분에 그치고 있는 황희찬의 상황도 무척 속상한 일이다. 아직 새 감독이 선임되지 않았고 심지어 몇몇 인물은 구단의 계획이 어둡고 불투명해 거절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과연 누가 위기의 울버햄프턴을 구할까. 새 감독의 구상은 구체적이고 정확하기를, 또 황희찬도 계획에 포함되기를 바란다.